[저널21] 새삼스럽게 ‘경실련’

최재원 기자 | 기사입력 2021/03/30 [14:47]

[저널21] 새삼스럽게 ‘경실련’

최재원 기자 | 입력 : 2021/03/30 [14:47]

 

  © 문화저널21 DB


“관료부터 바꿔야 한다. 투기조장책을 남발한 김상조 정책실장에게서 서민을 위한 근본적인 집값 대책이 나올 수 없다” 경실련 2020년 7월

 

사회적으로 불명예스럽게, 스스로는 떳떳해 보이는 퇴장을 연출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의 모습을 보며 주구장창 ‘관료 교체’를 주장해 온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이 새삼스럽다.

 

김상조 정책실장은 불명예 퇴진이라는 비위명분과는 달리 “청와대 정책실을 재정비해 2.4대책 등 부동산 정책을 차질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빨리 자리를 물러나는 것이 대통령을 모신 비서로서 해야 할 마지막 역할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 보다는 전세금을 올려 받았다는 작은 실수에 대한 책임을 지는듯한 인상을 심어줬다.

 

해명은 더욱 가관이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전세집 보증금이 올라 어쩔 수 없이 소유주택의 전세금을 올렸다는 이야기인데, 이는 그간 정부가 주장해온 1주택 실거주 원칙을 깼을 뿐더러 스스로 투기꾼들의 원동력이 되는 갭투자의 본보기를 보여준 대표적 위선 사례다.

 

▲ 김상조 前정책실장(왼쪽)과 노영민 前대통령 비서실장(가운데)  © 문화저널21 DB


김상조 정책실장 뿐 아니다. 앞서 노영민 비서실장은 집은 ‘사는 곳이 아닌 사는(buy) 곳’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2019년 투기 논란이 일자 수도권에 2채 이상 집을 보유한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참모들에게 1채만 남기고 모두 처분하라고 강력하게 권고해놓고, 정작 자신은 처분하지 않았다.

 

대안이라고 내놓은 것은 1주택(비거주) 1전세였다. 지금의 김상조 정책실장과 같은 방식이다. 이는 전형적인 투기사례다. 뿐만 아니라 당시 청와대 비서관급 참모들 중 노 비서실장의 말을 듣고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구 등에 2채 이상 보유한 참모 중 집을 판매한 사람은 없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주 아파트를 처분키로 했다”면서 “그간 팔려고 노력했으나 쉽게 팔리지 않았고 이번에 급매로 내놨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집값 하락의 시작은 적정가보다 매물을 낮게 내놓으면서 시작되는 것인데, 정작 집값을 잡겠다는 본인은 시장가에 매물이 나가지 않아 처분하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는 모습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

 

▲ 전현직 임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투기 의혹과 관련해 LH가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LH)


“3기 신도시 개발은 투기조장책”

 

경실련은 그간 정부의 신도시 개발 계획을 두고 ‘투기조장책’이라며 공급효과보다는 거품만 키울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논란을 예견이라도 했다는 듯이 집장사, 땅장사에만 열 올린 개발공기업을 앞세운 공급확대정책을 믿을 수 없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지금의 신도시 개발방식은 공기업이 강제 수용한 토지임에도 불구하고 원가보다 비싼 가격으로 민간업자에게 택지를 매각하거나 소비자에게 주택을 분양하고 있다. 15년 전 공기업도 장사라며 지금까지 원가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분양가를 부풀려 주변 집값까지 띄우고 있다” 경실련 김헌동 본부장

 

부동산 정책의 실패는 불로소득을 꿈꾸는 투기에서 비롯되는데, 작금의 신도시 개발사업이 서민 중심이 아닌 다주택자, 민간사업자, 건설사, 투기세력들에게만 이익을 안겨준다는 점을 비판한 것이다. 결국 투기를 잡겠다면서도 이 같은 도시개발방식을 고집하면서 동시에 20번 이상의 부동산 정책을 남발한 고위관료들의 비롯된 인식에서는 미래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금번 LH發 투기논란은 공기업 조직의 고위직들이 신도시 개발 예정지에 땅을 부적절하게 투기한 게 드러나면서 시작됐다. 시작은 LH조직의 일탈로 비춰졌지만 불꽃은 정치권, 각 지자체장까지 번지고 있다. 앞서 정부 고위관료 중에는 김상조, 노영민 외에도 장하성, 김수현, 김조원, 변창흠, 김의겸 등이 부동산 문제로 퇴진을 했는데 이는 빙산의 일각이었던 모양이다.

 

▲ "문재인 대통령은 속고 있습니다"라고 말하고 있는 경실련 김헌동 본부장  © 문화저널21 DB

 

“문재인 대통령은 속고 있습니다”

 

“누군가 대통령과 국민에게 거짓 보고를 하고 있는 것같다. 표본도 없는 거짓 자료로 시장을 왜곡하는 통계 생산을 중단해야 한다. (집값이 안정됐다는)보고를 듣고도 대통령이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현재 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불과 2년 전 폭등하는 부동산 시장에도 국민과의 대화에서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을 정도로 안정화되고 있다”라고 발언하는 등 인식의 부재를 드러냈다.

 

이 같은 발언은 한국감정원의 주택동향 조사를 근거에 두고 있지만 실제 수요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서울아파트 가격은 문재인 집권 2년 반 동안 약 30% 가까이 올랐기 때문이다.

 

▲ 지난 2019년 경실련의 집값 통계가 잘못됐다며 해명자료를 낸 국토교통부 자료  © 문화저널21 DB


경실련은 한국감정원의 표본 부족을 지적해왔다. 매주 발표하는 주간 단위 집값 통계의 표본이 부족하다는 설명인데, 경실련이 2014년 통계작성기관이 한국감정원으로 이관될 당시 2주간 서울 아파트단지 거래를 전수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단지 중 30% 단지에서만 거래 건이 존재했고, 나머지 70% 단지는 거래 자체가 없었다.

 

정부는 집값 안정세를 주장하기 위해 시장 상황에 맞지 않는 주택가격동향조사만을 인용하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는게 경실련 주장이다. 급기야 감정원과 한국은행의 집값 통계가 잘못됐다며 이를 ‘거짓 자료’로 규정하고, 각 부처를 겨냥해 통계의 근거가 되는 표본과 자료를 공개하라고 압박하기도했다.

 

이처럼 경실련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국토교통부가 이례적으로 경실련의 주장을 두고 “국가통계의 신뢰성을 무너뜨리는 일방적인 것”이라고 표현하는 등 상당히 격앙된 뉘앙스의 설명자료를 내놓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국토부는 경실련을 두고 ‘책임있는 주장을 해야 할 것’이라며 ‘증가액만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시민단체인 경실련에 어울리지 않는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경실련과 관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공개 토론회를 제안한다”고 공개 도전장을 내밀었다.

 

  © 문화저널21 DB


경실련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국토부는 계속해서 토론을 미루는 모습이었다. 진실은 엉뚱하게도 국감장에서 드러났다. 지난해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은 당시 김현미 장관에게 여러 통계를 화면에 띄워가며 “통계를 보고 받은 적 있느냐”라고 물었는데, 김 장관이 “실거래지수, 평균 매매가격, 중위매매가격은 제가 처음본다”라고 답한 것이다.

 

아파트값 폭등의 대표 표본으로 볼 수 있는 실거래가지수, 평균 매매가격, 중위매매가격 자체를 김 장관이 아예 보지도 못했다는 답변이 국감장에서 나온 것이다. 실제로 국토부 공무원들은 김 장관에게 매매가격지수만을 보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실련, 이번에는?

'공기업 땅장사' 일관된 비판

 

경실련은 30일 오전 경실련 강당에서 SH공공아파트 분양이익 분석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문재인 정부 이후 서울 아파트값이 한 채당 5억원, 80% 상승했는데, 이는 문재인 정부의 투기조장책 영향도 크지만 서울시 주택공기업인 SH공사의 책임도 크다는 내용이다.

 

SH공사가 위례, 고덕강일, 마곡 등의 신도시에서 원가와 상관없이 부풀려진 분양가 책정으로 막대한 이익을 취했다는 주장이다. 특히 SH공사가 부당한 분양수익을 감추기 위해서인지 분양원가 자료조차 조직적으로 은폐하며 서울시민과 사법부를 속인 것도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 서울 송파구 위례지구 공공택지에 건설중인 아파트  © 문화저널21 DB

 

경실련은 “공기업의 토기 민간매각과 집 장사 등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SH는 택지판매로 총 5.5조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현재 시세를 추정한 결과 37.7조로 만약 팔지 않고 보유했으면 시민자산이 5배는 늘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은 앞서 강조해온 공기업의 신도시 또는 택지 개발 과정에서 이뤄지는 땅장사에 대한 비판으로 공공재개발이 무주택 서민이 아닌 일부 기득권의 불로소득을 방임한다는 그들의 일관된 주장을 뒷받침한다.

 

새삼스럽지만 경실련의 주장이 주장이 아닌 대안으로 비춰지는 이유다.

 

문화저널21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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