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바닷가에서 / 오세영

서대선 | 기사입력 2020/09/22 [08:27]

[이 아침의 시] 바닷가에서 / 오세영

서대선 | 입력 : 2020/09/22 [08:27]

바닷가에서

 

사는 길이 높고 가파르거든

바닷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아라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물이

하나 되어 가득히 차오르는 수평선

스스로 자신을 낮추는 자가 얻는 평안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어둡고 막막하거든

바닷가

아득히 지는 일몰을 보아라

어둠 속에서 어둠 속으로 고이는 빛이

마침내 밝히는 여명

스스로 자신을 포기하는 자가 얻는 충족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슬프고 외롭거든

바닷가 

가물가물 멀리 떠 있는 섬을 보아라

홀로 견디는 것은 순결한 것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다운 것

스스로 자신을 감내하는 자의 의지가

거기 있다

 

# ‘맨체스터에서 런던까지 가장 빨리 가는 방법은 무엇인가?‘ 라는 현상 공모전에서 어떤 대답이 우승 했을까? ‘친구와 같이 가는 것이다’ 라고 답한 평범한 보통사람의 대답이었다. ‘더 높이 더 멀리’ 가려면 혼자 가는 것보단 좋은 친구들과 함께 가는 것이다. 

 

‘더 높이’ 오르려면 높은 곳의 상황을 알아야 실패하지 않는다. 예컨대, 헬리콥터도 넘기 힘든 눈 덮인 히말라야 최고봉인 에베레스트는 해발 8848m이다. 이 정도 높은 고도에선 기압이 낮아지고 산소도 희박해지며, 난류(turbulent)와 착빙(icing), 눈보라(snowstorm)등, 최악의 기상이 존재는 곳이다. 이런 곳을 통과하려면 어떤 비결이 필요할까? 이곳을 넘는 줄기러기는 높이 날기 위해 새로운 호흡법을 배운다. 해발 8000m 높이의 찬 공기를 한꺼번에 마시면 심장마비로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체중을 가볍게 하여 공기저항을 최소화 하고 날개근육을 발달시켜, 높은 설산을 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한다고 한다. 인간도 이와 다르지 않다. 금수저로 태어나 전용 헬리콥터로 넘지 않는 한, ‘더 높이’ 오르려는 그곳에 맞게 자신을 최적화해야 하는 것이다.

 

‘더 멀리’ 가기 위해선 함께 가는 것이 유리하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좋은 친구와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을 줄기러기들은 알고 있다. 줄기러기는 역 V자 형태인 ˄ 자의 모양으로 비행한다. 이 비행구조에서는 맨 앞의 리더의 에너지 소비가 크지만, 대신에 뒤처진 기러기에게 약한 기류를 만들어 주어 약 70%의 에너지 소비를 절감해 준다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맨 앞의 리더의 자리는 단지 한 마리만의 리더의 자리가 아니라 리더인 기러기가 힘이 빠지면, 뒤따라오던 다른 기러기가 선두에 서서 무리를 이끈다고 한다. ‘모두가 리더가 되는 아름다운 비행’으로 ‘더 멀리’ 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좋은 친구와 함께 가는 인생의 길에서도 각자의 삶의 시간은 똑 같지 않다. ‘내 목숨은 앞으로 여러 겨울을 나는 것일 수도 있고, 이번 겨울로 끝나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 삶의 총합 속에는 ‘더 높이 더 멀리’ 날기 위한 행동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침이 되면 일어나서 세수하고, 밥 먹고, 치우는 일상의 장소를 항상 같은 모습으로 유지하기 위해 패턴화 된 일상의 작은 일들을 하지 않고서는 살아있는 동안의 목숨을 부지할 수 없다. 평범하고 어쩌면 지루하고 따분할 수도 있는 일상을 견디는 것까지도 모두 우리의 삶인 것이다. 

 

“사는 길이 높고 가파르거든” “바닷가”에서 수평선을 바라보며, 높고 가파른 곳을 오르려는 욕망이 진정한 자신의 소망이었는지, “사는 길이 슬프고 외롭거든” 함께 가며 아름다워야 할 동행에 무엇이 문제였는지 생각해 보자. “사는 길이 어둡고 막막하거든” 일몰의 바닷가에서 “어둠 속에서 어둠 속으로 고이는 빛이/마침내 밝히는 여명”의 새 아침을 기다려 보길 권한다. “스스로 자신을 감내하는 자의 의지”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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