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서울만 챙겨라…국책연구원의 ‘황당 보고서’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20/09/16 [17:59]

대기업·서울만 챙겨라…국책연구원의 ‘황당 보고서’

박영주 기자 | 입력 : 2020/09/16 [17:59]

이재명 vs 조세재정연구원…지역화폐 실효성 놓고 충돌

조세연 보고서 수치 없어…이재명 “얼빠진 연구결과”

대형마트 소비 조장에 중앙정부의 온누리상품권 홍보

부정평가 쏟아냈지만 주장만 담긴 보고서, 논란만 초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역화폐를 비판한 조세재정연구원을 향해 “얼빠진 기관”이라는 비난을 쏟아낸 가운데, 해당 연구원에서 발행한 보고서에 다수 문제점이 포착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해당 보고서에는 근거로 삼을 만한 구체적인 수치도 담겨있지 않았으며, 지역 전통시장보다 대형마트에서의 소비를 조장하거나 중앙정부에서 발행하는 온누리상품권을 과도하게 홍보하는 듯한 표현들이 다수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더해 경기도연구원이 조세재정연구원의 보고서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사실에서 벗어난 가정과 분석결과를 제시하고 있다”고 날을 세워, 문제의 보고서가 나온 배경에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 조세재정연구원 보고서 일부 내용. 동네마트 및 전통시장 보다 대형마트의 소비를 독려하는 듯한 문장이 담겨있다. (자료=조세재정연구원) 

 

지난 15일 기획재정부 유관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이라는 제목의 조세재정 브리프를 통해 “지역화폐 도입으로 일부 업종만 매출증가 효과를 봤을 뿐, 고용을 증가시켰다는 증거를 찾기 힘들다”며 부정적인 평가를 쏟아냈다.

 

해당 보고서는 송경호·이환웅 부연구위원이 발표한 것으로, 여기서 연구위원들은 “지역화폐가 지역 내 소상공인의 매출은 증가시킬 수 있지만 인접지역의 소매업 매출 감소를 초래한다”며 전국가적 차원에서의 효과를 고려해야하는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긍정적으로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러한 보고서의 일부 내용이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와 어긋날 뿐만 아니라 소상공인 지원은 외면하고 기업체에 대한 지원을 조장하는 등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이 담겼다는 점이다. 

 

해당 브리프 3~4페이지를 보면 “지역 내 소비자들의 지출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아 지역 내 소상공인의 매출을 증가시킬 수 있지만 이는 동시에 인접지역의 소매업 매출감소를 의미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납득할만한 수치가 근거자료가 전무하다. 

 

아무런 근거 없이 이러한 주장이 나온 직후 이어지는 문장은 “따라서 사회전체의 후생을 고려해야 하는 중앙정부 관점에서는 지역화폐 발행으로 소비지출을 특정 지역에 가두는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내용이 나와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역화폐 발행을 꺼려한다는 취지를 내포했다. 

 

▲ 조세연에서 지역화폐 발행 효과를 설명하기 위해 제시한 표. 해당 표를 근거로 조세연은 모든 지자체가 지역화폐를 발행하면 비용만 남는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자료=조세재정연구원)  

 

표를 제시하며 “모든 지역에서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경우, 두 지역의 사회후생은 지역화폐를 발행하지 않는 경우보다 모두 감소한다”는 평가를 내놓은 것 역시도 앞서 언급한 인접지역의 매출감소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전제로 깔고 접근한데다가 지역화폐 발행으로 발생하는 추가 매출증대를 반영하지 않고 있어서 사실관계가 맞아떨어진다고 보기는 다소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5페이지에 나오는 사례들 역시도 ‘직관적 사례’로, 구체적이면서 현실적인 사례라고 보기에는 다소 거리가 있는 내용이었다. 이 역시 구체적인 수치를 찾아볼 수는 없었다. 

 

그에 반해 해당 보고서에서는 “보조금 지급으로 인한 사중손실과 지역화폐 운영을 위한 부대비용의 합, 즉 경제적 순손실은 2020년 한해 2260억원 규모”라고 주장해 지역화폐 발행으로발생하는 비용만을 수치로 제시했다. 

 

뿐만 아니라 6페이지의 지역화폐 발행의 추가비용 부분을 보면 “동네마트 및 전통시장의 경우, 대형마트보다 물건 가격이 평균적으로 비싸고 제품의 다양성이 떨어져 소비자 후생감소로 연결될 수 있다”고 주장해 전통시장을 깎아내리고 대형마트에서의 소비를 조장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말미에 보고서는 제언을 통해 “특정 시점·지역에 한정해 지역화폐 발행을 중앙정부가 보조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며 “지역화폐 대신 지역주민이 온누리상품권을 구입하는 경우 추가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방법도 가능하다”고 명시해 지역화폐가 아닌 중앙정부에서 발행하는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하도록 독려하는 듯한 표현도 담아냈다. 

 

▲ 왼쪽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서 발표한 브리프 표지 사진, 오른쪽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사진=한국조세재정연구원, 이재명 페이스북)  

 

이재명 “정치적 주장에 가까운 얼빠진 연구결과”

시기·내용·목적 등에서 엉터리…조사와 문책 촉구

 

이러한 내용을 담은 보고서가 공개되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즉각 ‘지역화폐 폄훼한 조세재정연구원 발표가 얼빠진 이유 5가지’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국민의 혈세로 정부정책을 연구하고 지원하는 조세재정연구원 연구결과 발표가 시기‧내용‧목적 등에서 엉터리”라고 비난했다. 

 

이 지사는 “연구내용은 현 정부의 핵심주요정책인 지역화폐정책을 정면부인하고 있다”며 현재 시행시기와 동 떨어지는데다가 2년 전까지의 연구결과를 지금 시점에 뜬금없이 내놓는 것도 이상하다고 의구심을 표했다.

 

이어 “대형마트 대신 골목상권 소형매장을 사용하게 함으로서 소비자의 후생 효용을 떨어뜨렸다는 대목은 골목상권 영세자영업 진흥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목표를 완전히 부인하고 있다”며 해당 연구결과가 행정안전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의 결과와 매우 상반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지사는 “기재부와 협의로 과제를 선정해 연구하는 조세재정연구원이 왜 시의성은 물론 내용의 완결성이 결여되고 다른 정부연구기관의 연구결과 및 정부정책기조에 어긋나며, 온 국민에 체감한 현실의 경제효과를 무시한 채 정치적 주장에 가까운 얼빠진 연구결과를 지금 이 시기에 제출했는지에 대해 엄정한 조사와 문책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날을 세웠다. 

 

경기연구원 가세 “부실하고 잘못된 연구보고서”

“사실이라면 文정부 정책기조 바꿔야…국정운영 혼선”

지역화폐 결제액 증가할 때 추가소비효과 57%

 

경기연구원 역시도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조세재정연구원의 충돌에 가세했다. 구체적인 수치를 꺼내들며 조목조목 반박에 나선 경기연구원은 “결론을 전제하고 과정을 채우려보니 무리한 논리 전개와 과장이 따랐다”고 평가했다. 

 

경기연구원은 16일 ‘지역화폐의 취지 및 상식을 왜곡한, 부실하고 잘못된 연구 보고서를 비판한다’는 제목의 반박 입장문을 통해 “본 연구보고서는 의도된 전제와 과장된 논리로 지역화폐에 대한 일반적으로 보편화된 상식들을 뒤엎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영성 경기연구원 기본소득연구단장과 김병조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는 지역화폐정책에 대한 근본적 부정을 넘어 지역화폐 발급으로 골목상권 활성화를 뒷받침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을 뒤집는 내용”이라며 “사실이라면 정부의 정책기조를 바꾸어야 할 중대한 사안이며, 사실이 아니라면 국책연구기관이 국정운영에 혼선을 야기하고 있으니 큰 문제”라 우려했다.

 

이들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서 사용한 자료가 부실하다는 문제점도 꼽으며 “해당 보고서는 2010~2018년 전국사업체 전수조사자료를 이용했다는데 해당 시기는 상대적으로 지역화폐 발행액도 미미했으며, 인식도 저조했고 본격적인 정책으로 진행되지도 않았던 시기”라 설명했다. 

 

실제로 경기도의 경우, 전체 지역화폐 발행의 40.63%를 차지하는 정책발행을 2019년부터 시작했는데 해당 시기에 대한 자료가 없었던 만큼 이들은 “일반적인 사실관계를 왜곡할 수 있는 자료를 사용해 무리한 결론을 도출하는 과오를 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역화폐가 기존 소비를 대체한다는 효과만 언급하고 추가소비를 불러일으키는 효과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은 점도 문제가 됐다. 이들은 “지역화폐의 경기도 소상공인 매출액 영향 분석 자료를 기준으로 지역화폐 결제액이 증가할 때 추가소비효과(57%)가 나타난다”며 조세재정연구원이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봤다. 

 

대규모 도심에서의 소비 증대가 소규모 도심에서의 소비 저하로 발생한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GRI 정책브리프 분석결과에 의하면 지역화폐 이용의 권역별 매출액 증대 효과가 상대적으로 대규모 도시가 있고 부유한 지역인 남부권에 비해 그렇지 않은 지역인 북부권과 중부내륙권이 더 크게 나타난다”고 말해 오히려 지역화폐가 소규모 도심의 매출 증대를 불러왔다고 반박했다. 

 

다른 국책연구기관의 연구결과도 경기연구원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2019년 12월 발표한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전국발행의 경제적 효과 자료에 따르면 △2017년 3066억원 △2018년 3714억원 규모였던 발행액은 △2019년 2조2573억원으로 6배 이상 증가했다는 것이다.

 

경기연구원은 “결론적으로 조세재정연구원 보고서는 사용하는 자료에서부터 부실하고, 사실에서 벗어난 수많은 가정과 분석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결론을 전제하고 과정을 채우려 보니 무리한 논리전개와 과장이 따르지 않았나”라며 “지역화폐에 대한 제대로 된 자료에 기반한 연구를 한 후 보고서를 내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고 일침을 놓았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
부영그룹, 무주덕유산리조트 ‘스키 시즌권’ 1차 특가 개시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