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까치발 / 윤석산

서대선 | 기사입력 2020/08/10 [10:07]

[이 아침의 시] 까치발 / 윤석산

서대선 | 입력 : 2020/08/10 [10:07]

 

까치발

 

내 키는 남들보다 한 치 가량 작다

무얼 좀 꺼낼 참이면

까치발을 들고도 간신히 닿을까 말까

 

그래서 세상의 일들

늘 나보다 한 치 위에 자리하고 있다.

 

한 치 밖 세상을 향해

오늘도 나

까치발 들고 무던히 애를 쓴다

 

# “까치발”은 열망수준(aspiration level)을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다. 열망수준이란 만족과 불만족을 구분하는 심리적 경계다. 키 큰 친구들과 사진을 찍을 때 살짝 “까치발”을 들었다면, 키에 대한 자신의 열망수준이 까치발 행동 속에 드러난 것이다. “까치발”의 높이가 그저 “한 치” 정도였을 지라도 자신의 심리적 만족도가 충족되었다면, 유사한 상황에서 같은 전략을 쓰게 될 것이다. 

 

그러나 실제 보행에서 까치발로만 걷게 된다면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까치발로 오래 걷게 되면 종아리 근육과 아킬레스건에 무리가 올 수 있고, 다리근육 경련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걸을 때 충격 흡수가 잘 안 되어 발목, 발등, 무릎관절에도 무리가 간다. 심해지면 발바닥 족저근막에 장력을 지나치게 주게 되어 족저근막염을 일으킬 수도 있다.  

 

“세상의 일들/늘 나보다 한 치 위에 자리하고 있다.”면, 사회적 역할기대를 성공적으로 실천하고자 하여도 자신이 이루어야 할 세상의 일들이 정신의 “까치발”을 들어야만 목적을 달성 할 수 있는 곳에 있기에 결국 자아불일치(self-discrepancy)를 겪게 될 것이다. 자신의 본래 모습인 실제적 자기와 이상적 자기가 일치하지 않으면 불만이나 우울 등이 찾아오고, 실제적 자기와 무엇이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당위적 자기가 일치하지 않으면 불안과 스트레스를 겪게 된다고 보았다. 

 

열망수준은 개인에 따라, 사회적 위치에 따라, 조직의 크기나 조직의 리더에 따라 그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 자신의 실제적 자아의 수준보다 “늘 한 치 위에 자리하고” 있는 “한 치 밖 세상을 향해” 지속적으로 정신의 “까치발”을 들고 있기에 불안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정신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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