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반쪽짜리 국가무형문화재와 문화재청

최재원 기자 | 기사입력 2020/07/31 [18:19]

[시선] 반쪽짜리 국가무형문화재와 문화재청

최재원 기자 | 입력 : 2020/07/31 [18:19]

# 선소리 산타령은 서서 부르는 노래를 아울러 말하는 것으로 앉아서 부르는 ‘좌창(座唱)’에 대비되는 서서 부르는 ‘입창(立唱)’이다.

 

선소리는 노래패의 우두머리가 장구를 메고 앞소리를 부르면 나머지 소리꾼들이 소고를 치면서 뒷소리를 받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정부는 이를 국가무형문화재 제19호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현재 예능 보유자(인간문화재)로는 황용주 선생과 최창남 선생 2명과 다수의 전수자와 이수자가 존재한다.

 

그런데 최근 선소리 보유자를 두고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선소리 보유자 중 최창남 선생이 수년째 선 채로 소리를 내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되면 직관적으로 최창남 선생(보유자)은 명예 보유자로 자리에서 한발 뒤로 물러나게 된다.

 

하지만, 최창남 선생은 최근 몇 년간 선소리가 아닌 앉아서 노래하는 좌창 형태로 공연을 이어오면서도 보유자 자리를 유지하고 있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문화재청은 보유자가 활동이 어렵다고 판단해 직접 보유자를 찾아 명예직으로의 전환을 권유하게 되는데, 이마저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문화재청은 과거부터 보유자 본인이 거절하면 어찌할 도리없이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방관적 태도를 유지해왔다.

 

▲ 31일 오후 서울 성동구 소재 소월아트홀에서 열린 '제28회 선소리 산타령 발표회' 모습. 이날 황용주 보유자는 무대에 올라 공연을 펼쳤지만 최창남 보유자는 무대위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 최재원 기자

 

# 31일 오후 서울 성동구 소월아트홀에서는 ‘제28회 선소리 산타령 발표회’가 열렸다. 보유자와 전수자 이수자들이 한데 모여 무형문화재의 보존 상태와 활동을 알리는 공식적인 자리였다. 하지만 이날 자리에는 두 명의 보유자 중 황용주 보유자만 무대위에 모습을 보였을 뿐 다른 한 명의 보유자는 공연무대 위에서 얼굴을 찾아볼 수 없었다.

 

선소리타령에서 보유자가 무대에 오르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앞서 설명했듯 선소리는 보유자의 앞소리와 소리꾼 뒷소리의 맞장구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황용주 보유자가 무대에 올라 명백을 이었지만 다른 보유자가 무대에 오르지 않았다는 것은 보유자로써 명백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점을 반증하기도 한다.

 

무형문화재는 정신적인 가치와 명맥을 이어갈 힘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인물이 대상으로 지정된다. 하지만 문화유산 본연의 명맥을 잇지 못하면서 보유자 자리를 후계에 넘기지 않는다면 이는 무형문화재라는 제도를 유명무실하게 만들 뿐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선소리 산타령 발표회는 정상적인 공연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공연을 관람한 문화재청 관계자들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무형문화재 보유자가 없는 무형문화재 발표회를 관람하고도 명분과 당위성만을 찾는다면 우리가 지켜야 할 유산은 조용히 힘을 잃게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문화저널21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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