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천 년, 만 년 / 문현미

서대선 | 기사입력 2020/06/29 [09:05]

[이 아침의 시] 천 년, 만 년 / 문현미

서대선 | 입력 : 2020/06/29 [09:05]

 

천 년, 만 년

 

햇살 한 소쿠리 그냥 받습니다

어제도 그리 하였고

그제도 그리 하였습니다

 

밤이 되면

달빛과 별빛 무더기로 받습니다

 

날마다 바라보는 하늘 아래

어디선가 청바람이 불어오고

간간히 단비도 내립니다

 

모든 게 선물입니다

 

다만 기적인 듯

아득히 부끄러운 하루가 또 흐릅니다

 

# ‘당신에게 큰 종이 한 장을 주고, 접고 또 접어서 50번을 접도록 하면, 그 종이의 두께는 얼마나 될까. 전화번호부 책 두께나 냉장고 높이 정도는 될까? 아니다. 그 두께는 거의 태양에 도달할 정도가 된다. 만약 당신이 한 번 더 접는다면, 그 두께는 태양까지 갔다가 되돌아올 두께가 된다’고 한다. 수학의 등비수열 마술로 알려진 이 일례는 엄청난 변화도 아주 작은 일들에서 시작될 수 있고, 대단히 급속도로 발생할 수 있다는 ‘티핑포인트(Tipping Point)’의 경각심을 알려주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는 약 1만 년 전 추운 빙하기에서 벗어나 인류가 살아가기 최적화된 간빙기(間氷期, Interglacial stage)이다. ‘홀로세(Holocene)’라고 불리는 현세의 지구에는 방대한 숲과 초원, 풍부한 어 자원과 포유류, 각종 박테리아와 생명체가 살기 적합한 공기의 질, 지구의 온도를 조절해 주는 얼음 덮개와 알맞은 기온, 비옥한 토양과 담수를 이용할 수 있는 조건들이 안정적으로 균형을 갖추고 있어서 70억이 넘는 세계인구가 “햇살 한 소쿠리 그냥 받”을 수 있고, “밤이 되면/달빛과 별빛 무더기로 받”을 수 있고, “날마다 바라보는 하늘 아래/어디선가 청바람이 불어오고/간간히 단비도 내”리는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후손들이 “천 년, 만 년” 지구에서 살아가기 위해선 지켜야 할 지구의 ‘티핑 포인트’가 존재한다. “선물”처럼 받는 “햇살”도 성층권 오존층이 얇아지고, 구멍이 생기게 되면 생명체에 유해 한 자외선이 쏟아져 내려 햇살은 재앙으로 변할 것이다. 지금처럼 지구온난화가 계속된다면 해충과 질병의 발생률이 높아져 사람들은 질병으로 고통받고, 농작물의 수확량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또한, 지구를 지켜주는 영구동토층이 녹게 되면서 터져 나오는 유해 가스는 지상의 모든 생명체의 목숨을 위협하게 될 것이며, 해양의 산성화, 물 순환의 변화, 대기오염, 생태계 다양성의 훼손으로 지구는 더 이상 생명체가 살아갈 수 없는 최대의 재앙 지가 될 것이다.

 

그 외에도 화학물질에 의한 오염, 담수의 과소비, 숲의 무분별한 파괴 등도 우리를 파멸로 이끌 수 있는 ‘티핑포인트’의 요인들이다. 우주 속의 아름다운 푸른 점 지구에서 하루하루를 “기적”처럼 누리며 살아가려면, 지구의 멸망을 초래할 수 있는 ‘티핑포인트’의 요인들을 깊이 인식하고 그 한계를 넘지 않도록 우리 모두 지구를 지키려는 솔선수범의 작은 실천이 절실하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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