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섭의 복싱 스토리] 곧은 복싱인, 정선용 KBC 사무총장

조영섭 기자 | 기사입력 2020/05/28 [11:46]

[조영섭의 복싱 스토리] 곧은 복싱인, 정선용 KBC 사무총장

조영섭 기자 | 입력 : 2020/05/28 [11:46]

지난 주말 기자는 84년 MBC 신인왕(jr 페더급)출신 임종대(수방사)와 함께 포천에서 고구려 체육관을 운영하는 KBC 사무총장 정선용 관장을 취재하려 길을 나섰다 정 총장과 수방사 멤버인 임종대는 83년 3월 프로에 데뷔해 김진홍, 김두산, 김우천, 이정호, 표명길, 황현제, 안창배 등 국내정상급 복서들과 일전을 치러 5승1무1패를 기록한 중견복서 였는데 특히 동양챔피언 박찬목(현대)을 KO로 꺽은 안창배(동일체)를 88년 3월5일 회심의 라이트 일격으로 4회 KO로 누른 경기는 압권이었다 

 

하지만 임종대는 89년 3월26일 안중근 의사 순국 79주년에 도쿄에서 벌어진 한일전에서 고다 미즈신 선수에게 패하고 복싱을 접었다. 포천에 도착하자 그곳에서 철학관을 운영하는 박윤수 선배와 개인사업을 하는 82년 MBC 신인왕 최우수복서인 돌주먹 이정택(경희대)선배, 그리고 이번 복싱 스토리의 주인공 정선용 총장과 함께 만나 기자가 평소 염두에 두고 있던 포천의 천주교 공원묘지에 안장되어있는 안중근 의사의 둘째아들 안준생의 묘소를 찾았다. 포천 주민들도 안중근 의사의 아들 묘소가 포천에 있는 줄 잘 모를 정도로 안준생 그는 역사에서 잊혀진 인물이었다.  

 

▲ 안준생 묘소 앞에서 정선용 박윤수 이정택 임종대 복싱인들 (좌측부터)     ©조영섭 기자

 

안중근 의사가 1909년 10월26일 만주 하얼빈에서 이토오 히로부미를 타격하여 사살할 때 안중근 의사는 슬하에 2남1녀들 두고 있었다. 큰딸 안현생이 당시8살, 장남 안분도는 5살, 막내 안준생은 3살이었다.  

 

잠깐 안 의사가 이토오를 저격하던 순간 비화를 살펴보자. 안중근은 그날 9시30분 하얼빈 역에서 하차한 이토오를 대각선에서 마주보고 있었지만 저격하지 않고 침착하게 기다린다. 잠시 후 이토오가 몸을 돌려 사열하는 러시아 의장대 앞을 걸어갈 때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를 전폭적으로 지원한 조력자 최재형 선생에게 제공 받은 벨기에산 브라우닝 7연발 권총을 뽑아든다. 

 

정면에서 발사 할 때보다는 측면에서 타격해야 명중확률이 높다는 것을 숙지하고 긴박한 그 순간에 한 템포 늦추면서 숨고르기를 한 것이다. 이 대목에서 기자는 안 의사는 프로중에 프로란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권투로 말하면 라이트 스트레이트는 상대의 시야에 포착되지만 레프트 훅은 시야에서 벗어난 사각지대에서 발사되기에 명중률이 높다는 이론을 안 의사는 캐치하고 측면에서 방아쇠를 당긴다. 또한 타격 순간에  안면 부위는 움직임이 많기에 상대적으로 적중률이 높은 몸통 공격에 포커스를 맞추고 타격을 한다.  

 

첫 총탄은 이토오의 어깨상박을 통과해 폐를 관통한 후 제7늑골 아래에 꽂혔고, 2번째 총알은 팔관절을 거쳐 심장에 박혔으며, 3번째 총알은 허리 하단을 통과해 배꼽 부위에 안착해 결국 이토오는 ‘바보같은 녀석’이란 말을 남기고 절명하고 만다. 

 

그 후 연해주로 이주한 안 의사 가족은 장남 분도가 1911년 여름 일본 밀정에 의해 독살 되면서 유가족들의 유랑생활이 시작된다. 안준생은 1939년 10월16일, 이토오의 아들 이토 분키지를 만나 일본정부의 치밀한 각본대로 연출된 화해 퍼포먼스를 펼치며 아버지를 대신해 깊이사과 드린다고 말해 큰 파장을 일으킨다. 1952년 부산에서 페결핵으로 사망, 포천 천주교 공원묘지에 안장된 그의 묘지를 바라본 순간 숙연해진 기자는 ‘어느 누가 그에게 돌을 던질수 있단 말인가?’고 반문을 해보았다.

 

▲ 88년 4월 jr 플라이급 챔피언 홍창우와 격돌하는 정선용(우측) 

 

이번 주 복싱 스토리의 주인공이자 현재 포천에서 고구려 체육관을 운영하는 KBC 사무총장 정선용은 두 체급 국내 챔피언 출신에 동양 플라이급 챔피언을 역임한 선수 출신이다.

 

기자가 정선용의 경기를 처음 본 게 84년 1월7일, 84년 MBC 신인왕전 Jr플라이급 준결승 빨간색 트렁크를 착용한 9전 전승(2KO)기록의 태양체육관 정선용과 7전6승1무를 기록한 박조운(88체)의 일전이었는데 박조운은 후에 동양챔피언을 지낸 기교파 복서였다. 이 대결에서 정선용은 팽팽한 접전을 펼치며 치열한 타격전을 펼쳤지만 판정에 고개를 숙인다. 이 경기를 끝으로 정선용을 복싱을 접고 84년 7월 26일 양주에 있는 제26사단 통신대에 하사관으로 입대하며 군복무를 시작한다. 

 

그 후 그는 군인신분 으로 틈틈이 의정부 대한 체육관에서 재기전을 준비하며 3년2개월만에 복귀전을 치러 4회전 판정승을 거둔다. 이후 난적 손충렬, 황인규, 이명규와 경기를  치르면서 워밍업을 끝낸 88년 1월 어느날, 육군하사 정선용은 TV 브라운관을 통해 챔피언 장경재와 도전자 홍창우의 한국 jr플라이급 타이틀전을 시청하게 된다. 아마추어 때 김명복 박사배에서 국가대표 오광수(전남체고)에 RSC승을 거두고 우승과 함께 대회 최우수상을 받은 장경재가 복병 홍창우에 6회 KO패하며 타이틀을 상실한 경기였다.  

 

86년 신인왕에 오른 홍창우(와룡체)는 13전12승(5KO승)1패에 3연속 KO승을 거두며 정상에 올라선 후 3개월 후 1차방어전을 치르는데 상대가 바로 정선용 이었다. 정선용은 TV로 시청한 그때 그 경기를 반복적으로 복기(復棋)하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에 몰두한다. 

 

▲ 1990년 11월10일 최갑철과 플라이급 국내타이틀전(우측 정선용)    

 

현역군인인 관계로 정상적인 훈련은 할 수 없는 열악한 상황이었지만 맞대결을 펼쳐 2회 KO승으로 첫 국내챔피언에 등극한다. 중요한 사실은 예상 밖의 KO패를 당한 홍창우는 이후 전의를 상실, 9차례 경기를 치러 2승2무 5패를 기록하며 93년 2월 복싱을 접는다  

 

반면 탄력을 받은 정선용은 88년 8월 김용강이 반납한 동양 jr플라이급 타이틀 결정전에서 소니비탈에 9회 KO승을 거두며 동양정상에 등극한 후 2차방어전까지 성공했다. 이후 3차방어전을 앞두고 국군체육부대 박세림과 격렬하게 스파링을 하다가 그만 왼손에 치명적인 부상을 당했고, 결국 이 부상이 단초가 되어 어이없게 벨프를 푼다.  

 

89년 1월 정선용은 수경사 감독인 유제두 관장의 호출을 받고 수경사로 이적해 비로소 정상적으로 훈련에 임한다. 90년 1월 55개월의 군복무를 마치고 전역한 정선용은 그해11월 13전 전승(5KO승)을 기록한 88년 MBC 신인왕 최우수복서이자 한국복싱의 미래라 불리는 최갑철과 국내 플라이급 타이틀전을 펼친다. 이경기도 절대적인 열세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일진일퇴의 치열한 타격전 끝에 한차례 다운이 결정타가 되어 극적인 판정승을 거두며 두 체급에서 국내 챔피언에 오른다. 

 

헤비급 챔피언이 초등학생과 싸우면 이기는 것이 당연하지만 초등학생이 총을 가지고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마찬가지로 언더독이 탑독을 이기려면 과거 1936년 31살의  막스 슈멜링(독일)이 미국 뉴욕에서 26전승(22KO승)을 기록한 22살의 갈색의 폭격기 조루이스(미국)를 12회 KO시킬 때처럼  숨겨놓은 비장의 히든카드가 있다면 승부는 달라진다.

 

▲ 방송해설을 하는 KBC 사무총장 정선용 

정선용에게 일격을 당하며 13연승에서 발목이 잡힌 최갑철은 이후 21전을 싸워 6승14패(4KO패) 1무를 기록하며 2류 복서로 전락, 2001년 3월 링을 떠난다.

 

안타까운 점은 승자 정선용도 그 경기가 마지막 은퇴경기가 되고 말았다는 점이다. 떠오르는 샛별이라 불리는 최갑철과의 경기후 해설자가 최갑철에 편파판정을 했다는 판단이 서자 발끈한 그도 OPBF jr플라이급 챔피언이자 동급 WBC 4위, 25전 19승(6KO승)2패4무의 이력을 남기고복싱을 접는다. 부러질 지언정 휘어지지 않는 그의 성품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정선용은 83년 6월 프로에 데뷔할 때 50Kg으로 첫 경기를 치른 후 7년 5개월이 지난 90년 11월 최갑철과 마지막 경기를 펼칠 때도 50kg을 유지했다는 사실은 그가 얼마만큼 성실한 복서였나를 증명하는 지표라 생각한다. 

 

정선용을 만나기 전날 기자의 체육관을 찾아온 송파경찰서 강력계 형사이자 20년째 KBC KBF 국내심판을 보면서 WBC 심판을 겸직한 베테랑 심판 김장성은 기자에게 정선용 총장을 반듯한 성품을 지닌 올곧은 총장이라 평하며 백척간두(百尺竿頭) 에 쳐한 한국복싱에 꼭 필요한 인물이라 평했다   

 

그러면서 2010년부터 한국권투위원회가 한지붕 두가족으로 양분되어 대립각을 세우면서 치열한 난타전이 시작, 법원을 들락거릴 때 정 총장은 소송비용을 마련하느라 아파트를 처분하고 다세대주택으로 이전하는 상황에서도 직원들 밀린 급료를 해결하기 위해 급기야 마아너스 통장으로 대출하여 직원들에게 봉급을 지급하는 등 1인 3역으로 투쟁하면서 버틴 복싱인이라 평하며 복싱계의 건전한 생태계를 복원시키려면 한 단체로 통합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렇다면 왜 뭉쳐야 할까? 뭉치면 힘이 생긴다. 그리고 폭넓은 인재들 속에서 말 잘하는 사람, 머리 쓰는사람, 힘 쓰는 사람을 적재적소에 고용, 구색이 맞춰져야 조직이나 단체가 힘을 얻는다. 한 음성이 아름답자면 여러 음성이 합쳐져야 하고 한 낱말이 아름답자면 여러 의미가 합쳐져야 하듯이 말이다. 

 

▲ 정총장을 참된복싱인 이라 칭하는 KBF 김장성 심판위원     ©조영섭 기자

 

WBA 슈퍼미들급 챔피언 박종팔 챔프가 기자를 만나면 꼭 하는 말이 있다. “아따 권투인들은 두 사람이 있으면 서로 돕는데, 세 명이 있으면 꼭 논쟁이 생긴당께. 그래서 나가 이상해 부러 미치겠당께~.” 

 

현재 정선용은 체육관을 운영하면서 지난해 방송통신대학 법학과에 입학, 만학도의 길을 걷고 있다. 이런저런 사연을 간직하고 입학한 학생들이 이런저런 사연으로 중도에 포기하는 학생들이 속출하는 방송통신대학을 최종적으로 졸업하는 확률은 4퍼센트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한국복싱이 지금껏 150회 이상 태국에 원정경기를 벌여 김기수, 홍수환, 진충문, 황충재, 정희연, 김기창 등 6명 남짓한 복서들만이 극적으로 살아서 돌아왔다. 이들 역전의 용사들이 거둔 승률이 5퍼센트 전후한 승률임을 감안하면 낙타가 바늘을 뚫고 진입을 해야 졸업을 하는 험난한 과정의 연속이란 생각이 든다.  

 

새로운 길을 가는 사람이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내가 내 길을 개척해서 새로운 길을 만든다는 것은 스스로 찾아가는 고행의 길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인생이 그러하듯이...   

 

조영섭

문화저널21 복싱전문기자

 

현) 서울복싱연맹 부회장

현) 문성길복싱클럽 관장 

 

 

전) 82년 로마월드컵 대표선발전 플라이급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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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기 2020/06/01 [13:59] 수정 | 삭제
  • 좋운 정보들이 담긴 기사 감사합니다.^^
  • 꿀오소리 2020/05/28 [16:59] 수정 | 삭제
  •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이재영 2020/05/28 [16:56] 수정 | 삭제
  • 아름다운 복싱 이야기 늘 감사히 보고있습니다 멋집니다!
  • 장원석 2020/05/28 [15:40] 수정 | 삭제
  • 유익한 기사 잘 읽었습니다
  • 폴민준 2020/05/28 [15:24] 수정 | 삭제
  • 자신의 옳은길을 가려는 의지가 멋집니다 감사합니더
  • 김주복 2020/05/28 [15:18] 수정 | 삭제
  • 정말 멋지십니다. 요즘 국민들이나 정치판은 물론이고 이렇게 올곧고 의리있는 분을 만나기는 쉽지않습니다.
  • 박성우 2020/05/28 [14:28] 수정 | 삭제
  • 묵묵히 자신의 길의 만드시는 정총장님을 응원합니다.
  • 박성우 2020/05/28 [14:27] 수정 | 삭제
  • 정선용 총장님은 고행의 길을 통해 자신만의 길을 찾을거라 믿어 의심치않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리버복싱 2020/05/28 [13:52] 수정 | 삭제
  • 좋은글감사합니다^^
  • 봉복이 2020/05/28 [13:42] 수정 | 삭제
  • 관장님의 복싱인맥과 즐거운 설명에 감동입니다. 건강하시고 앞으로도 좋은글 부탁드립니다.^^:
  • 이름셔 2020/05/28 [13:17] 수정 | 삭제
  • 재밌게 읽었습니다
  • 박태진 2020/05/28 [12:52] 수정 | 삭제
  • 좋은기사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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