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섭의 복싱 스토리] 백인철 31주년 기념식 둿이야기

조영섭 기자 | 기사입력 2020/05/16 [21:53]

[조영섭의 복싱 스토리] 백인철 31주년 기념식 둿이야기

조영섭 기자 | 입력 : 2020/05/16 [21:53]

지난 9일, 천재지변에 가까운 코로나 19라는 자연발생적 이벤트에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불구하고 김태식, 박찬희, 홍수환, 이경연, 백인철, 전주도, 정기영 등 8명의 전직 챔피언을 비롯해 동양 챔피언 김종길, 그리고 박형춘, 박인규, 김민기, 신창석 둥 4명의 아마추어 국가대표 선수들을 포함한 많은 복싱인들이 참가한 가운데 WBA 슈퍼 미들급 챔피언 백인철의 타이틀 획득 31주년 기념식이 끝이 났다. 

 

▲ (좌측부터) 백인철 챔프 신진환회장 장정구 챔프 조은호 관장 임태수 대표     ©조영섭 기자

 

역대 세계챔피언 43명 중 고인이 되신 김기수, 김성준, 유환길, 이열우, 최요삼 등 5명의 챔프를 제외한 38명의 세계 챔피언 중 8명의 챔프가 참석을 했으니 절반의 성공은 거뒀다고 생각한다. 이는 백인철 챔프가 평소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했다는 결과의 반증이기도 하다. 다시 한 번 참석하신 모든 분들에게 고개 숙여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기자가 2014년 3월26일, WBC 라이트플라이급챔피언 장정구 챔프의 기념식을 처음으로 시행했는데, 그 때도 장정구의 타이틀 획득 31주년 이었다. 공교롭게도 그날은 31세로 삶을 마감한 안중근 의사의 순국일 이었다. 참가한 80명의 내방객 중 최 연장이신 박형춘 선생이 아마복싱 70년 4월 제4회 필리핀 아시아선수권 대회(미들급)에서 금메달을 획득, 그해 링을 떠날 때 나이가 31세 였고, 두 번째 연장자인 KBC 홍수환 회장이 80년 12월 19일 염동균과 대결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 할때도 그의 나이 31살 이었다. 

 

그래서일까 올해 지도자 생활 31주년을 맞이하는 기자로서는 더욱더 뜻깊고 의미 있는  한해란 생각이 든다. 특히 이번 행사를 치르면서 물심양면으로 협찬을 해주신 ㈜ 해양진주 신진환 회장에게 거듭 감사함을 전하며 더불어 새삼 느낀점은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스폰서(Sponsor)라 불리는 조력자(助力者)의 역할은 요즘 같은 불황기의 복싱판에 더욱더 필수적이란 생각이 든다. 

 

▲ (좌측부터) 김태식 챔프 김준홍관장 과 여친 백인철 챔프     ©조영섭 기자

 

자동차가 선수라면 조력자는 기름이다. 아무리 최고급 승용차도 연료가 없으면 움직일 수가  없듯이 조력자와 선수는 수레를 움직이는 두 개의 수레바퀴와 같다. 영웅의 탄생 이면에는 반드시 조력자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선수의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조력자의 전폭적인 투자와 후원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절실할 때가 작금의 현실이 아닌가. 

 

최초의 세계챔피언 김기수도 박정희 대통령이란 조력자가 없었다면 챔피언으로 탄생은 요원했을 것이고, 역사적으로 예를 살펴보더라도 1904년 러일전쟁때 일본이 러시아 발틱함대를 동해 바다에서 KO펀치를 날려 수장시켜 버림으로써 승리를 쟁취 할수 있었던 원동력도 유태계 재력가 로스 차일드 등의 재정적 지원이 충분히 뒷받침이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한  1492년 10월 12일 오늘날 서인도 제도라 불리는 신대륙을 콜롬버스가 발견할 수 있었던 것도 스페인의 통치자 페르디난드 이사벨라 여왕이라는 든든한 조력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앞줄부터 시계방향) 이대환, 박인규, 박윤수, 이화경, 홍수환, 전주도   ©조영섭 기자

 

중요한 점은 이사벨라 여왕을 알현한 콜롬버스가 항해계획서를 제출하면서 보여준 웅대한 포부와 열정, 그리고 야심찬 계획과 확신에 찬 모습에 감화된 여왕이 전격적으로 산타페 협약을 체결하고 사형수를 선원으로 내주면서 대륙발견에 나서라고 지시를 한 점이 이채롭다. 영웅이 영웅을 알아본 것이다. 이런 경우를 유추해보면 우리나라 복싱에서 부활의 밑그림이 어느 정도 그려진다.  

 

물도 바위와 절벽을 만나야 아름다운 폭포가 되고 석양도 구름을 만나야 붉은 노을이 곱게 펼쳐지듯이 복서도 든든한 조력자를 만나야 챔피원의 월계관을 쓸 수 있는 것은 명약관화한 현실이다. 일례로 2018년 호주 오픈 테니스 대회에서 4강의 기적을 쓴 정현 (세계랭킹29위)의 사례를 살펴보자. 

 

정현의 호주오픈 4강의 기적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게 아니라 20년에 걸쳐 꾸준히 지원을 한 삼성이라는 조력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정현은 삼성물산의 후원을 받으며 3년째 투어대회에 뛰고 있다. 삼성이라는 조력자가 없었더라면 정현의 쾌거는 기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삼성이 테니스와 인연을 맺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현재의 복싱처럼 우물안 개구리 신세를 면치 못했던 테니스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던 요직에 포진된  K라는 인물이 정면돌파를 시도했기에 가능했다. 그는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동원해  열려라 참깨(?)를 외치며 삼성의 견고한 문을 두들겼지만 예상대로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 (좌측부터) 원동희 서부복싱회 회장 홍수환챔프 채예석 총무   ©조영섭 기자

 

하지만 결국 테니스마니아인 중진 야당 국회의원이 삼성에 거부할 수 없는 압력(?)을 가해 결국 92년 박성희라는 걸출한 여고생 한명을 글로벌 스타로 만들기 위해 탄생한 것이 삼성물산 테니스팀이다. 이후 윤용일, 이형택, 그리고 조윤정 등 유망주들이  삼성물산에 속속 입단하면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였다. 특히 이형택은 한국 테니스사상 최초로 ATP(남자프로 테니스) 투어대회 우승을 거머쥔 것은 물론, 두차례 US 오픈 16강을 이뤄내며 한국 테니스를 황무지에서 신천지로 변신시켰다. 

 

우리나라 복싱계가 예의주시하며 타산지석이나 반면교사로 삼을만한 대목이다. 간단한 정수 후 마실 수 있는 수질 좋은 토양에는 자연적으로 버들치, 가재, 맹꽁이, 쉬리, 열목어 등 1급수에 사는 어종이 몰려들 수밖에 없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히 일을 성사시키려 하면 모든 것이 공염불에 그친다. 불성무물(不誠無物)이라 했다. 정성이 없으면 이뤄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콜롬버스가 항해를 하기까지 장장 12년간의 준비기간 동안 수많은 난관에 봉착하면서도 초심을 잃지 않았던 도전정신을 우리는 간과해선 안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중국속담에 ‘기적은 하늘을 날거나 바다 위를 걷는 게 아니라 땅에서 걸어 다니는 것’이란 말이 있다. 어렵게 주판알을 튕기며 고심할 것이 아니라 눈앞에 보이는 문제부터 선결해보자. 그것이 기적의 첫단추를 꿰는 일이다. 

 

▲ (좌측부터) 신정훈 삼성체 관장 홍수환 챔프 안래기관장     ©조영섭 기자

 

우선 선수 수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시점에서 기형적으로 파생된 5개의 복싱기구 수장들이 머리를 맞대고 일회성 얄팍한 꼼수가 아닌 큰틀의 묘수(妙手)를 찿아야 된다.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만들려면 핵심을 찾아내는 지혜로운 통찰력이 필요하다. 만약 지혜로운 통찰력이 부족하거나 재능이 없으면 빌리면 된다. 하지만 추진력이 없으면 문제는 상당히 심각해진다. 그리고 대화를 통해 복싱기구가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단체 인가를 면밀히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어차피 나비가 되어 다시 날려면  애벌레의  허물을 벗어야한다.

 

이번 행사를 치르면서 삼성체육관 신정훈 관장은 행사 전날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멀리 고흥에 내려갔다가 새벽차를 타고 상경해 피곤한 몸으로 행사에 참석했다. 또한 중계동에서 허리케인 복싱 체육관을 운영하면서 경영난에 시달리자 야탑에 어사출도 라는 횟집을 운영하면서 주말이면 투잡을 하는 무척 바쁜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여친과 참석하여 불과 단 10분간 머물다가 떠났다.  

 

또한 서부복싱회 모임 원동희 회장은 기념식이 끝난후 서부회 모임 후배 복서들을 자신의 승용차로 그들의 목적지 까지 한명 한명 운송해 주는 등 소리 없는 맏형 노릇을 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평범한 듯 보이지만 결코 범상치 않은 이들의 복싱에 대한 사랑과 열정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러한 열정이 있을 때에 함께 동반 성장할 수 있고 대업을 이룰 수 있는 초석이 된다. 챔피언은 복싱인들의 열정과 조력자들의 투자가 합해져 탄생하는 공든 탑이란걸 잊어서는 안 된다. 

 

조영섭

문화저널21 복싱전문기자

 

현) 서울복싱연맹 부회장

현) 문성길복싱클럽 관장 

 

 

전) 82년 로마월드컵 대표선발전 플라이급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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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교덕 2020/05/24 [22:08] 수정 | 삭제
  • 1992년 침체기의 한국 권투가 수십년째의 깊은 수렁의 늪을 거두어 내고 곧 부활하길 고대합니다 세계챔피언 무관국 14년 15년 그누가 해결할것인가?
  • 박성우 2020/05/17 [13:22] 수정 | 삭제
  • 촌철살인 글이십니다. 다시금 도약 할 수있는 한국 복싱이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 끈아 2020/05/17 [12:04] 수정 | 삭제
  •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ㅎㅎ
  • 베냐민 2020/05/17 [11:13] 수정 | 삭제
  • 한국복싱의 기라성 같은 분들이 다 모이셨네요! 뜻 깊은 행사를 축하드리며 한국 복싱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 송민섭 2020/05/17 [09:23] 수정 | 삭제
  • 반가운분들이많이계시네요 하루빨리 다들 시합장에서뵙고싶습니다
  • 리버복싱 2020/05/17 [08:11] 수정 | 삭제
  • 좋은글감사합니다^^
  • 초인 2020/05/17 [00:06] 수정 | 삭제
  • 대한민국 복싱계 전설분들의 모임이었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이광훈 2020/05/16 [23:50] 수정 | 삭제
  • 항상 불러주실때마다 좋은 자리 감사합니다!!!!
  • 봉복이 2020/05/16 [23:18] 수정 | 삭제
  • 제가 초등학교때 텔레비젼에서 장동건같은 유명스타 챔프분들의 모임 이었네요,^^: 요즘 처럼 힘든 시국에서도 한국복싱에 많은 애정과 투자를 아낌없이 해주시는 분들 또 복싱에서 후진 양성과 국민생활체육으로 힘써주시는 모든 분들 정말 고맙습니다. 화이팅 입니다.
  • 이상기 2020/05/16 [23:06] 수정 | 삭제
  • 좋은 앙질의 기사에 늘 감사드립니다.
  • 동수 2020/05/16 [23:01] 수정 | 삭제
  •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장원석 2020/05/16 [22:54] 수정 | 삭제
  • 늘 유익하고 좋은기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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