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준 칼럼] 텍스트 샤워가 필요한 대한민국

새로운 경제사회 도약의 첫발은 정명(正名)에서부터

박항준 | 기사입력 2020/03/25 [09:22]

[박항준 칼럼] 텍스트 샤워가 필요한 대한민국

새로운 경제사회 도약의 첫발은 정명(正名)에서부터

박항준 | 입력 : 2020/03/25 [09:22]

‘감사 샤워’라는 말이 있다. 자신의 머리부터 장기들을 거쳐 발끝까지에 대해 일일이 손을 대고 감사의 말을 전하는 것이다. 

 

“술을 그렇게 많이 먹어서 미안하다 그래도 내 건강을 지켜줘서 고맙다~ 내 간아”, “스마트폰에 혹사당하는 눈아 감사하다”, “머리카락아 있어줘서 고맙다~” 등. 내 몸을 이루는 장기 하나하나의 역할을 정의하고 이에 감사를 하는 것이다. 

 

감사 샤워를 통해 스스로 건강을 체크하고, 장기의 역할과 취약한 부분을 보완하려는 금주나 금연 등의 노력을 하게 된다. 

 

공자는 혹 정치에 나서게 된다면 가장 먼저 ‘정명(正名)’을 실천하겠다고 말한다. 이름을 바로 세운다는 말은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한다. 그리고 이 합의 결과를 널리 실천한다는 의미다.       

 

코어쉬프트 시대로 넘어가는 지금 우리는 그간 사용하던 언어의 재해석이 필요하다. 수백 년에 걸친 패러다임 쉬프트 시대가 지나면서 우리가 쓰는 단어들은 요약되고, 변형되어 왔다.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워낙 자연스럽게 사용하다 보니 단어의 정의를 내리지 않고 임의대로 사용하게 된다. 이렇게 단어를 자의적으로 사용하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이 사용하는 단어의 뜻이 달라지고, 같은 말을 하는데 다른 의미로 해석하게 된다.      

 

시대적 상황에 따라서도 말의 의미가 변형되어 왔다. 대표적인 개념의 변화가 ‘자유’와 ‘평등’, ‘민주’다. 80년대 민주화 시절 386세대에서 주로 사용하던 ‘자유’와 ‘평등’ ,‘민주’의 개념과 지금 시기의 개념과는 다르게 느껴진다. 

 

그러나 아직 ‘자유’와 ‘평등’, ‘민주’의 수정된 정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나이별, 세대별, 경험 별, 신념 별로 이 세 단어의 개념들이 다르다. 이렇게 다른 개념을 주제로 당이 만들어지고, 정책이 만들어지고, 사회적 의견을 나누다 보니 갈등의 골만 깊어진다. 

 

최근 사회적 갈등의 골이 깊어진 데에는 이러한 단어에 묻어 있는 불순물들로 인해 변형된 말들이 서로 사용됨에 따라 상호간 사중손실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폐나 의회권력, 검찰개혁 등을 보는 국민들의 관점이 서로 다르다. 아직도 정당 이름에 민주, 정의, 민중, 한국, 국민이라는 이름이 들어가는데 21세기에 맞는 정의가 내려지고 있는지, 그분들이 30년 전의 기억 속에서 빠져나와 있는지 의문이다.      

 

이제 한국사회는 코어쉬프트시대에 접어들었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는 시점부터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엄청난 사회 경제적 펀더멘탈(Fundamental)의 뒤틀림이 시작할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부터 10년간은 코어쉬프트 시대를 알리는 이행기적 징후기(期)였다면 코로나 사태 이후 전 세계는 본격적인 코어쉬프트시대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때 우리가 필히 준비해야 할 것이 바로 텍스트 샤워 즉, 정명(正名)이다. 정명은 사물의 실제와 그 名을 일치시킨다는 뜻으로, 진위(眞僞), 시비(是非), 동이(同異)를 분별한다는 논리학의 사실판단에 해당한다. 

 

기존 텍스트들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담론을 통해 내려지고 이에 대한 실천이 필요한 시기다. 특히 텍스트 샤워의 대상이 되는 말의 정명(正名)에는 무엇(what) 외에 현재의 역할(How), 미래의 목표(Why)가 담겨야 한다. 그리고 사회적 담론화 과정을 거쳐 실천해야 한다.      

 

예를 들어 평등(平等)은 ‘인간의 존엄, 권리, 인격, 가치, 행복의 추구 등에 있어 차별이 없이 같은 상태’로 정의되었다면 코어쉬프트시대 텍스트 샤워를 거친 ‘평등’은 ‘형평’으로 대체될 것이다. 형평이란 ‘인간의 존엄, 권리, 인격, 가치, 행복의 추구 등에 있어 균형을 맞추는 상태’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국가 전체에 텍스트 샤워가 필요하다. 일일이 텍스트에 대해 점검하고, 시대적 요구사항을 넣어 담론 합의를 해야 한다. 이것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수백조 원의 정부 재정자금을 붓는 것보다 앞서야 한다.     

 

더욱더 시급히 텍스트 샤워가 필요한 분야로는 기본소득, 사회정의, 지속가능성, 예측가능성, 참여, 공유, 개방, 인권, 탈중앙화, 복지, 통일, 대의민주주의, 나눔경제 정도가 될 듯 싶다.

 

박항준 세한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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