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브래드 피트가 제 실력에 반했죠”

국내 최초 ‘타투이스트 노조’ 설립

성상영 기자 | 기사입력 2020/03/06 [08:00]

[인터뷰] “브래드 피트가 제 실력에 반했죠”

국내 최초 ‘타투이스트 노조’ 설립

성상영 기자 | 입력 : 2020/03/06 [08:00]

첫걸음 뗀 민주노총 화섬노조 타투유니온지회

타투유니온 편견이 아닌 미술 행위로 봐달라

 

싸이(PSY)에서 시작해 방탄소년단(BTS)으로 이어지는 케이팝(K-Pop) 열풍, 그리고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 등 세계를 휩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까지. 동아시아의 작은 나라는 문화 강국의 반열에 올랐다.

 

한국이 세계에서 잘한다고 정평이 난 또 한 가지가 있는데, 다름 아닌 타투(tatto)’. 이른바 ‘K-타투가 세계에서 인정받는 이유는 실력이 월등하기 때문이다. 한국 타투 작가들은 세계 최정상급 실력을 갖췄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정작 한국에서 타투는 불법이다.

 

그래서 최근 타투 작가들의 노동조합이 만들어졌다.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타투유니온지회(이하 타투유니온’)는 지난 227일 지회 설립총회를 개최하고 정식 출범했다. 타투유니온이 내건 제일의 목표는 타투의 일반 직업화. 의료행위로 간주해 불법이 된 타투를 제 위치로 돌려놓자는 것이다.

 

▲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타투유니온지회 김유승 타투이스트(왼쪽)와 김도윤 지회장(타투이스트·오른쪽).  © 성상영 기자

 


세계가 주목하는 ‘K-타투한국은 불법


 

지회장을 맡은 김도윤 씨는 타투를 그냥 그림 그리는 행위로 봐 달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타투는 붓을 물감에 찍어 캔버스에 무언가를 그리듯 살갗을 바늘로 콕콕 찍어가며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다. 타투는 의료행위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 지회장은 타투이스트(타투 작가). ‘도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직장생활에서 심각한 회의를 느꼈던 그에게 타투는 하고 싶은 일이자 직업, 즉 생업이다. 그렇게 타투에 몰입한 지 10년을 훌쩍 넘겼다.

 

타투는 우리말로 하면 문신이다. 아마도 문신이라고 하면 조직폭력배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요즘은 타투라고 많이 부른다. 뭐라 하든 타투는 단지 그림을 그리는 행위일 뿐이고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이 타투이스트들의 생각이다.

 

5일 어느 조간신문에는 타투 작가를 문신업자라고 표현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마치 범죄와의 전쟁이 벌어지던 시절 조폭의 이미지를 투영하려는 듯한 못된 의도로 보인다. 더구나 이 신문은 잉크를 쓴다고 화학이라며 민주노총이 문신업자까지 끌어들였다고 했는데, 무식한 소리다. 김 지회장은 화섬노조가 가진 유연한 사고를 언급했는데, 이쪽이 맞게 본 것이다.

 

한국 타투 작가들의 강점은 도안을 디자인하는 능력이 뛰어날뿐더러 의뢰인과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소통하며 최대의 만족감을 선사하는 것이다. 해외의 난다고 하는 작가도 한국에 오면 한 수 접고 들어가야 할 정도라고 한다. 각국의 마니아들은 단지 타투를 하기 위해 우리나라로 찾아오기도 한다. 김 지회장의 단골 중에 브래드 피트가 있다고 하니 말 다 했다(그 브래드 피트 맞다).

 

타투에 불법 낙인을 찍은 건 197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다. 이후 1990년대 초 이른바 눈썹문신시술을 한 타투이스트가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됐다가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대법에서 질병 전염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전 세계에서 타투를 법으로 금지한 나라는 사실상 한국이 유일하다.

 

▲ 왼쪽은 김유승(활동명 도준) 타투이스트의 작품이고, 오른쪽은 김도윤(활동명 도이) 지회장의 작품.  © 성상영 기자

 


대체로 노조에 호응, 타투 매뉴얼 만든다


 

김 지회장은 타투의 일반 직업화를 굳이 노동조합으로 이루려 한다. 타투이스트도 엄연한 노동자라는 생각에서다. 그는 한 팟캐스트 방송에서 고용돼 있고 교섭 대상이 있고 임금을 받고 정규직인 사람을 노동자로 취급하는데, 노동조합에 가입했으면 노동자로 인정된다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는 출연자의 말이 울림을 줬다고 말했다.

 

타투이스트 중에는 혼자 작업실에서 조용히 일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전체를 아우르는 모임을 만들기가 어렵다. 김 지회장은 노동조합을 만들겠다고 하니 동료 타투이스트들은 그게 뭐냐하는 반응이었다고 털어놨다. 오히려 젊은 타투이스트일수록 노동조합에 대한 편견, 이를테면 전문 시위꾼같은 부정적 인식을 가진 경우는 드물었다.

 

타투이스트의 개인적 성향이 강하다 해도 노동조합의 취지를 설명하자 다들 공감했다. 인터뷰가 진행된 4일 오후는 가입신청서를 받은 지 24시간 무렵이 지났을 때였는데, 70명 정도가 가입했다. 김 지회장은 우리는 227일부로 노동자가 됐다라며 노동하고 있기에 노동자이고, 그것을 노동조합을 통해 인정받았다고 일종의 선언을 했다.

 

그에게 올해 사업 계획을 물었다. 김 지회장은 “2015년도에 국가에서도 인정한 신직업이 됐고, 유망한 직종 상위 10위에 항상 들었다라며 그렇다면 직업인이 되기 위해 갖추지 못한 것은 1992년의 판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이 판례를 깨는 것이 타투유니온의 과제다.

 

타투유니온은 첫걸음으로 위생 및 감염관리 가이드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일은 정책부문 임원으로 타투유니온에 참여한 김유승(활동명 도준’) 씨가 맡았다. 유승 씨는 전 세계 누구나 참고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기 위해 작품활동 시간과 밤잠을 쪼개가며 자료를 모으고 고민하고 있다.

 

그는 저희가 만드는 지침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나 세계보건기구 등의 각종 지침을 바탕으로 하되 작업자들의 경험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만에 하나라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작업자와 손님이 모두 안전하게 문화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타투유니온은 나아가 작업자와 소비자 모두의 안전을 위한 타투이스트 건강검진 제도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목표로 현재 의료계와의 협업이 진행되고 있다.

 

▲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타투유니온지회 김도윤 지회장(타투이스트·오른쪽)과 김유승 타투이스트(왼쪽).  © 성상영 기자

 


한 땀씩 타투산업의 미래를 그리는 사람들


 

이들이 법제화 투쟁(?)만을 계획하고 있지는 않다. 타투유니온은 투쟁은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국내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각국의 타투이스트가 참여하는 타투 전시회를 올해 안에 열 예정이다. 김 지회장은 누가 봐도 아름다운 행사를 기획하고 있으니 많이 기대해 달라고 귀띔했다.

 

타투유니온은 시간이 더 지나면 타투 분야에서도 기업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타투가 하나의 산업으로 공식화하고,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관계가 생겨난다는 의미다. 김 지회장은 타투가 산업화하면 대형 작업실이 생기고 더욱 활발하게 영리를 추구하는 풍토가 자리를 잡을 것이라며 작업자들의 적법한 노동시간과 건강권, 그 외 고용 관계에서의 기준을 마련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타투이스트에 대한 법적 보호도 필요하다. 손님이 와서 돈을 안 내고 도망가도 돌려받을 방법이 없다. 더 심하게는 타투를 받는 손님이 잠시 뒤에 불량배들과 나타나서는 협박을 하고 돈을 수백만 원씩 갈취하는 사건도 실제 있었다.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직업이다 보니 타투이스트를 노린 범죄가 발생해도 하소연할 길이 없다.

 

장기적으로는 노동조합과 별도로 타투이스트의 복리후생 단체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내보였다. 타투의 일반 직업화가 이루어지고 난 뒤의 일이지만, 타투 공제회는 노동조합에서 할 수 없는 타투 보험이나 개인연금, 창업 융자 사업 등을 하게 된다. 직업으로 인정받지 못하다 보니 은행 대출도 못 받고 4대 보험 가입도 어려운 서러움을 느낀 데서 나온 자연스러운 고민이다.

 

타투유니온의 소박한 꿈은 국가에 떳떳하게 세금을 내는 것이다. 타투유니온은 저희도 세금을 내고 싶습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김 지회장은 세금을 내면 얼마만큼의 불법을 저질렀는지 증거가 되는 꼴이 되고, 세금을 안 내면 탈세가 된다라며 그래서라도 직업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때 유승 씨가 타투의 모든 문제는 직업화로 순식간에 해결될 것이라며 마침표를 찍었다.

 

문화저널21 성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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