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준 칼럼] ‘외교’가 아닌 ‘방역’

박항준 | 기사입력 2020/03/03 [11:13]

[박항준 칼럼] ‘외교’가 아닌 ‘방역’

박항준 | 입력 : 2020/03/03 [11:13]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창궐할 때 국내에서는 야당에서부터 의사협회까지 중국 발 여행객의 입국을 금지하자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결과적으로 국내에서는 외교적 입지를 고려하고, 경제적 실익차원에서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지는 않았다. 양국 간 수뇌부의 통화에서는 ‘어려울 때 친구 진짜 친구’라는 말까지 오갔다. 참 정적이고 경제적인 외교방식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국내 코로나19 환자가 급속히 늘어남에 따라 중국은 지방정부에서부터 한국발 여행객의 중국 입국을 사실상 금지하기 시작한다. 한국으로부터의 입국자는 14일간 강제 격리시키고 있는 것이었다. 국내에서는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더니 중국의 행위는 적반하장이라느니, 한국이 중국으로부터 뒤통수를 맞았다는 감정적인 불만과 서운한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지난 2월 27일 중국 환구시보는 "코로나는 외교 아닌 방역문제, 한국 격리해야"라는 주제의 사설을 게재한다. "지금같이 한국에서 감염자가 급증하는 시기에 중국으로 입국하는 문을 활짝 열어둔다면 우리가 만들어둔 엄격한 방역망이 뚫릴 것"이라고 코로나바이러스의 역유입을 우려했다. 

 

매체는 이어 "중국의 상황이 심각할 때, 많은 국가들이 중국인 유입을 차단했고, 섭섭했지만 그들을 이해했다"면서 "바이러스는 국경을 따지지 않고 넘나들기에 자국민 보호를 위한 방역조치는 서로 이해해줘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어느 한국인이 환구시보의 이 주장에 반박할 수 있을까? 여기서 우리가 유심히 봐야 할 것은 환구시보가 주장하고 있는 방역에 대한 ‘본질’이다. 국가차원 방역의 본질은 ‘자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다. 국민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외교가 있다는 주장이 사설 속에 숨겨져 있는 것이다. 같은 사안을 우리 정부는 외교 프레임으로 해석했으나 중국정부는 우리정부의 조치에 고마워하면서도 국민보호 프레임으로 우리를 설득하고 있다.      

 

외교는 해당 국가의 텍스트를 상대국에게 설득하는 국가 간 담론(Contexting)의 과정이다. 담론은 본질로부터 만들어지는 명분으로 설득된다. 환구시보의 ‘코로나는 외교 아닌 방역문제’라는 본질적 설득에 우리가 반박할 수 없는 이유다. 물론 진단능력이나 의료시스템, 방역망이 앞선 우리나라가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 결과를 가지고 정부의 정책을 비난하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 민족처럼 정(情)적인 민족은 외교나 협상분야에서 매우 취약한 모습을 보여 왔다. 역동적이기는 하지만 따라서 기분파이며, 상대를 지나치게 배려하고, 성격이 급하다보니 협상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민족적 특성이 하루아침에 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대통령이나 외교부 장관 한 사람의 능력으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이번 중국과의 외교적 대응을 보면서 우리가 외교적 담론에 더욱 더 힘써야 할 것은 ‘본질’임이 다시 한 번 입증되었다. 이번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 앞으로는 외교협상이나 의사결정에서 우선적으로 ‘본질’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 

 

환구시보의 사설을 보면서 ‘본질’을 찾아 협상에 나아가는 담론(談論)의 과정을 철저하게 학습해야 한다. 중국, 베트남을 위시해 80여 개국의 입국제한 조치에 대해 자존심이 상하지 않고, 서운해 하지 않고 그들의 조치를 이해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것은 바로 국가방역이라는 외교적 본질을 국민이 인정했기 때문이다.

 

명심하자. 담론(談論)은 ‘본질(本質)’을 찾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임을 말이다. 이 특권을 느끼게 될 때 이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 국민은 다른 나라 그 누구에게라도 당당하고 높은 자존감을 갖게 될 것이다.

 

박항준 세한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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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이트 2020/03/04 [17:20] 수정 | 삭제
  • 좋은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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