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휘는 ‘플렉스’ 그렇게 좋습니까

2030 사이에서도 찬반 팽팽

성상영 기자 | 기사입력 2020/02/11 [11:19]

허리 휘는 ‘플렉스’ 그렇게 좋습니까

2030 사이에서도 찬반 팽팽

성상영 기자 | 입력 : 2020/02/11 [11:19]
푼돈 모아 명품에 탕진하는 ‘플렉스’
“자기만족 중요, 즐거움엔 때 있다”
앞날보단 현재 중시하는 소비 확산
 
“플렉스(flex) 해버렸지 뭐야”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어느 순간 온라인을 중심으로 ‘플렉스’라는 말이 퍼져나갔다. 1990년대 미국의 힙합 문화에서 시작된 과시적 소비를 일컫는다. 래퍼들이 돈 자랑을 하며 고가의 명품을 뽐내는 데에서 비롯한 말이 ‘플렉스’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한다는 뜻의 ‘소확행’을 넘어 청년 세대의 새로운 행동 양식으로 플렉스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들에게 플렉스는 아르바이트나 직장 생활로 돈을 조금씩 모아서 비싼 물건을 사는 데 써버린다는 의미다. 커다란 한 방이냐, 자잘하지만 반복된 지출이냐 차이는 있겠으나, 지난해 유행했던 신조어인 ‘탕진잼’(소소하게 탕진하면서 재미를 얻는다는 뜻)과 일맥상통한다.
 
11일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에 따르면 2030세대 사이에서 이러한 경향에 대해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0대 회원 3064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에서 플렉스 소비에 긍정적이라는 답변은 52.1%, 부정적이라는 답변은 47.9%였다.
 
우선 플렉스 소비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52.6%(복수응답)가 ‘자기만족이 중요해서’라고, 43.2%는 ‘즐기는 것도 다 때가 있다고 생각해서’라고 밝혔다. ‘스트레스 해소에 좋을 것 같아서’(34.8%)라거나 ‘인생은 즐기는 것이라 생각해서’(32.2%), ‘삶에 자극이 되어서’(22.2%)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은 앞으로도 플렉스 소비를 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긍정·부정 여부와는 별개로 실제 플렉스 소비를 해본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26.7%였다. 이들 중 대다수는 고가의 명품을 구매했으며, 해외여행을 가거나 비싼 음식을 먹었다고 했다. 최신 전자기기 또는 자동차를 샀다는 사례도 있었다. 한 해 플렉스에 지출한 금액은 평균 840만원으로 500만원 미만(66%)이 가장 많았고, 500만원 이상 1000만원 미만(17.6%)이 그다음이었다. 플렉스 소비의 횟수는 연 1회가 4명 중 1명꼴이었다.
 
플렉스 소비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의 67.7%는 과소비 조장을 그 이유로 들었다. 영어 단어인 ‘flex’가 사전적 의미로 ‘(근육이 관절을) 구부리다’라는 뜻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럴 법도 하다. 플렉스 소비가 허리를 휘게 만들 수 있다는 경고의 의미다.
 
그런데도 플렉스 소비가 주목받는 이유는 청년 세대가 가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거기서 오는 불안감 따위로 설명된다. 경제성장 정체와 취업난이 고착화하면서 청년들이 미래를 위해 저축하기보다는 지금의 소비에서 만족을 느끼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연봉 3000만원 받는 사람이 숨만 쉬고 30년을 일해야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약 9억원)을 모을 수 있으니 차라리 포기하고 지금에 충실하겠다는 느낌이다.
 
문화저널21 성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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