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공염불

‘알고 보니 소극적 주주권 행사’ 비판

성상영 기자 | 기사입력 2020/02/05 [18:15]

복지부·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공염불

‘알고 보니 소극적 주주권 행사’ 비판

성상영 기자 | 입력 : 2020/02/05 [18:15]

주주제안언급 없었던 올해 첫 기금위

주주권 행사하라시민사회 피켓 시위

연금사회주의 비판이 방패막이 아닌가

 

다가오는 주총 시즌을 앞두고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의 올해 첫 회의가 열렸지만, 적극적 주주권 행사(스튜어드십 코드)의 핵심인 주주제안에 관한 내용은 다뤄지지 않은 채 끝났다. 이를 두고 국민의 노후자금을 관리하는 국민연금이 수탁자의 책임을 내팽개치고 있다는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기금위는 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라자호텔에서 2020년도 제1차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는 기금위 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으로 참석하지 않아 부위원장인 조흥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이 주관했다. 회의에서는 국민연금 기금운용 관련 지침 개정안을 심의·의결하고, ‘2020년 자산군별 액티브위험 배분결과를 위원들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시민사회가 줄기차게 요구했던 주주제안은 안건으로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국내 주요 기업 지분의 상당량을 가진 국민연금은 주주총회에 대주주로서 안건을 낼 수 있다. 시민사회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전부터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를 통해 총수 일가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 조흥식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부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2020년도 제1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회의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 성상영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그리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참여연대 등 활동가 십수 명은 이날 기금위 회의장에서 이 같은 요구를 전달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지난해 12국민연금기금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이 의결돼 국민연금이 수탁자책임에 관한 원칙을 이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지만, 2020년 정기 주총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지금에도 적극적 주주활동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특히 남매가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한진그룹을 콕 집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간 벌어진 경영권 분쟁으로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 활동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후 1년 반이 지난 지금 공염불에 불과했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국민연금이 지난해 3월 한진칼 주총에서 횡령·배임 이사의 직위 상실을 담은 주주제안을 하고도 지속적인 수탁자책임을 이행하지 않아 경영진으로 부적절한 조 회장 남매가 경영권을 놓고 다투고 있다고 지적했다.

 

피켓 시위를 주관한 단체들은 국민연금이 지난해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는 기업에 대한 주주활동 현황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또 기금위가 3월부터 시작될 주총에서 대상 기업의 결격 이사 해임, 정관 변경, 독립적 이사 추천 등을 내용으로 하는 주주제안 안건을 의결하라고 압박했다.

 

▲ 양대 노총과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참여연대 등 노동·시민단체 활동가들이 5일 오전 ‘2020년도 제1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회의 장소인 서울 중구 프라자호텔에서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 활동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 성상영 기자

 

기금위 구성을 보면 시민사회와 한목소리를 내는 노동계 몫의 위원이 참여하고 있어 주주제안 안건의 상정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금위 회의 안건으로 올리려면 전체 20명의 위원 중 3분의 1 이상이 동의해야 하는데, 근로자 대표는 3명뿐으로 안건 상정에 필요한 7명에 한참 모자란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 진영에서는 위원장인 박 장관이 직권으로 안건을 상정해야 했다는 의견이다. 이지우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는 재벌 총수가 기업을 좌지우지하는 후진적 지배구조를 바꿔야 하는데, 기업이 스스로 하지 않으면 국민연금이라도 나서야 한다라며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이 없던 지난해 3월에도 한진칼에 주주제안을 한 적이 있는 만큼 보건복지부 장관이 직권으로 해당 안건을 기금위에 올리면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피켓 시위에 참여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복지부와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에 소극적인 이유에 대해 재계를 비롯한 일각에서 제기한 연금사회주의라는 비판을 소극적 주주활동의 방패막이로 삼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문화저널21 성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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