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바이러스보다 무서운 불신…불 붙인 文정부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20/01/30 [17:47]

[시선] 바이러스보다 무서운 불신…불 붙인 文정부

박영주 기자 | 입력 : 2020/01/30 [17:47]

“교민 격리시설이 위치한 지역 주민들의 걱정과 우려는 너무나 당연합니다. 가족 입장에서 보면 갑자기 중국 우한에서 날아든 바이러스가 어떻게 해를 입힐지 모르는 상황에서 얼마나 불안하겠습니까. 

 

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일반대기 환경에서는 전파 또는 확산될 실질적 위험이 없다는 의학적 사실을 말씀드립니다. 보건당국은 정확한 의학정보를 국민 눈높이에 맞춰 소상하게 제공하고 국민 우려에 공감하고 설득시켜야 합니다”

 

이는 정부에서 나온 공식 입장문이 아니다. 대한의사협회에서 전문가 의견임을 전제하고 발표한 대국민 호소 담화문의 일부분이다. 

 

정부가 중국 우한에 있는 교민들 700여명을 전세기로 데려오기로 결정하고, 이들이 머물 격리시설을 천안으로 검토했다가 최종적으로 아산‧진천으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국민들에게는 어떠한 설명도 당부도 없었다. 

 

▲ 중국 우한시에 살고있던 우리 교민들이 전세기를 통해 귀국을 앞두고 있지만, 정부의 설명 부재로 현장에선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우한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발원지다.  (사진=질병관리본부 / 자료사진) 

 

30일 대한의사협회가 발표한 담화문은 중국 우한에서 발이 묶인 우리 국민이 귀국한다는 반가운 소식에도 불구하고 지역주민들이 앞장서 반대의사를 표출하고 일선 현장에서 혼란이 빚어지는 상황을 우려하며 나온 의료전문가의 자괴감 섞인 당부였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국에 퍼져나간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대한민국이 국가 위기 상황에 놓인 배경에는 정부의 소통 부재, 정보의 불투명이 자리하고 있었다. 

 

29일 오후 정부 관계자는 “귀국 희망 국민의 불편과 감염 가능성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용시설을 결정했다”며, 귀국을 희망하는 국민 수가 150명에서 700여명으로 급격히 증가해 불가피하게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을 임시생활시설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같은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고열과 호흡기 증상이 있는 의심환자는 탑승시키지 않겠다던 기존 방침을 틀어 “유증상자는 따로 독립된 비행기에 태우거나 1층과 2층으로 구분되는 큰 비행기에서 층을 달리해 교차 감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 말을 바꿨다. 

 

정부의 발표와 보건복지부 장관의 발언에서 격리시설을 품은 지역 주민들을 안심시키는 말이나 어떤 방식으로 격리시설을 관리할 것인지를 담은 청사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우한 교민들의 안전이 우선이기 때문에 지역주민들의 반발이나 걱정은 전혀 고려대상이 되지 않는 듯한 태도마저 보였다. 

 

이같은 상황에 분노한 주민들은 트랙터를 끌고 와 도로를 막고 당국자에게 폭언을 퍼부었다. 격리장소를 발표하고 하루가 지난 30일이 돼서야 뒤늦게 정부 관계자들은 “송구스럽다”, “지역주민들이 위험에 처할 일은 없을 것이다”, “진솔하게 대화하겠다”고 말했지만 이는 결정하기 이전에 이해를 구하며 나왔어야 하는 말들이었다. 

 

아산·진천 향한 비난, 주민들도 억울하다

정부의 일방적 결정에 국민 비난까지 더해져

 

합당한 설명 없이 일방적으로 격리시설을 결정해버린 정부도 정부지만, 일각에서 나오는 혐오발언들도 주민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

 

인터넷과 SNS 상에서는 아산·진천 주민들을 향해 “지역이기주의, 님비(NIMBY)현상이다”, “아산진천 사람들은 국민도 아니다”, “너희들 가족이 우한 교민이라면 그럴 수 없다”, “우리 국민들 다같이 한마음으로 품어줘야지 너무한다”라고 비난하고 있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 입장에선 억울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서울만 하더라도 최근 국내 3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환자가 강남구 일대를 돌아다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확진자가 실제 방문하지 않은 장소들까지 거론되고, 사람들이 해당 장소 방문을 꺼리는 등 업주들이 2차 피해를 겪는 일이 발생했다. 

 

확진환자가 잠시 들른 경유지조차도 꺼려지는 판국에 발병 근원지인 우한시에 살던 교민 700여명을 특정 지역에 격리시킨다고 하면 해당 지역 주민들이 느낄 공포와 불안감은 쉽게 추측 가능하다. 무작정 왜 그들을 받아들이지 않느냐고 몰아세운다고 될 일이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경우 다른 국가에서 무증상자를 통한 감염 사례가 확인됐을 뿐만 아니라, 공기 중에 떠있는 비말(미세 물방울)을 통해 감염된다는 경고만 있을 뿐 정확한 감염경로가 규명되지 않았다. 변이가 많은 바이러스의 특성상 이렇다 할 백신도 없는 상태다. 중국 정부에서는 “이번에 특이하게 잠복기에도 감염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까지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뚜렷한 설명 없이 일방적 격리 통보를 하게 되면 당연히 주민들로서는 불안하고 걱정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뒷짐지고 여론이 서로 물어뜯고 싸우는 것을 지켜볼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불안에 공감하고 감싸주며 갈등을 중재시킬 의무가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종합 점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정부가 빈틈없이 관리하겠다”는 文대통령

일방적 결정 이전에 당부 나왔다면, 상황 달랐을지도

 

30일 문재인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책종합점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현재까지 현지 교민 가운데 감염증 확진자나 의심환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임시생활시설이 운영되는 지역의 주민들께서 걱정하시지 않도록 정부가 빈틈없이 관리하겠다. 이해와 협조를 당부 드리며, 불안해하시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거듭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격리시설에 대한 결정이 나오기 전에 대통령의 이같은 당부의 말이 먼저 나왔더라면 감정의 골로 치달은 지금의 상황과는 조금 달랐을지도 모른다. 서로에 대한 불신이 있는 자리를 정부의 약속이 채우고, 우리 지역은 안 된다는 무조건적 반대보다 ‘우리 국민이니 어쩌겠느냐’는 포용이 나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대통령은 “필요한 모든 정보를 투명하고 신속하게 국민의 시각에서 최대한 상세히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짜뉴스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박근혜 정부 당시에 터진 메르스 사태 역시도,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이 ‘정보의 부재’였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메르스 관련 허위 사실·괴담 유포 사범을 엄단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는데, 이때 “메르스 괴담이 아닌 메르스를 잡는 데 총력을 기울이라”고 핀잔을 준 것이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공포가 막 시작된 상황에서 국민들이 정말로 두려워하는 것은 바이러스 그 자체보다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이다. 

 

천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가 지역주민들의 거센 반발 이후 아산‧진천으로 바뀐 것도, 유증상자는 태우지 않겠다고 했다가 갑자기 층을 나눠서 태우겠다고 밝힌 것도 국민들이 사전에 접했던 정보와는 다른 내용이었다. 정보를 접하지 못한 국민들로서는 분노하는 것이 당연하다.

 

국가적 위기 상황일수록 사실을 바탕으로 한 정부의 일관된 정책과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피해에 대한 대비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28일부터 30일 사이에 정부의 태도는 일관성은 없었고 대비책에 대한 설명도 미흡했다.

 

위기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인 ‘신뢰’에 생채기를 입힌 것은 과거에도 지금도 정부였다. “지금 시급한 것은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 감염병 위기를 하루빨리 극복하는 것이다. 정확한 의학정보를 국민 눈높이에 맞춰 소상히 제공하고 우려에 공감하고 설득시키는 신뢰의 바탕위에서 위기극복사례는 나온다”는 전문가들의 고언을 정부가 새겨들어야 하는 이유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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