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준 칼럼] 동양의 ‘인자론’과 서양의 ‘전문가론’적 프레임

박항준 | 기사입력 2020/01/22 [00:12]

[박항준 칼럼] 동양의 ‘인자론’과 서양의 ‘전문가론’적 프레임

박항준 | 입력 : 2020/01/22 [00:12]

역사적으로 우리는 인간을 크게 위인과 속인으로 나눈다. 동양철학에서는 사람을 구분할 때 위인을 성인, 인자, 군자로 세분화하고 나머지를 소인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논어’에서는 仁이 무엇인지를 깨달은 이가 군자(君子) 요, 깨달은 仁을 이루기 위해 실천하는 이가 인자(仁者)라고 바라본다. 仁을 이룬 이는 성인이 된다. 반대로 仁을 모르는 이, 仁을 추구하지 않는 이, 仁을 실천하지 않는 이는 정도 차이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소인’ 취급을 받는 것이다.      

 

반면 서양철학은 동양과는 다른 프레임으로 인간을 바라보고 있다. 서양은 '성자(Saint)' 외에 나머지를 이기주의자, 개인주의자,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등 동양과는 다르게 소인을 잘게 세분화하여 구분한다. 따라서 전문성을 갖추거나 특정 분야에 업적을 남기면 서양에서는 성인(Saint) 반열에 올라간다. 가톨릭에서는 순교나 선교활동만으로 성인 반열에 오르며, 유럽 왕가에서는 운동만 잘해도 작위를 준다. 귀를 자른 고호나 귀가 들리지 않은 베토벤은 정신병자나 장애인으로 분류되지 않고, 위인이나 성인으로 분류된다.      

 


반면 동양에서는 ‘인자론’를 추구하다 보니 전문성이나 업적 외에 인간으로서 가질 수 있는 약점들을 강하게 보완하도록 채찍질하는 경향이 있다.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이루었느냐 보다는 인간으로서 기본 소양을 먼저 살펴보는 것이다. 그래서 동양에서 ‘고호’는 자기 가학적 정신병자로 분류되어 문화부 장관이 될 수 없고, 미술협회장도 미술관 관장마저도 될 수 없다. 정신병적 행동이나 이력이 결격사유가 되기 때문이다. 고로 ‘고호’는 동양에서라면 인자로 분류될 수 없다.      

 

반면 서양에서는 인간이 인간 이상을 넘는 능력과 업적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비록 도덕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어도 특출한 다른 분야가 있다면 이 전문성을 인정하는 문화적 토대가 있다. 이 이유로 백악관에서 성스캔들을 일으킨 대통령이 그대로 그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었다. 동양적 사고에서는 상상도 못 할 불가능한 모습이다.       

 

지금 와서 동서양의 관점 차이를 논하는 이유는 현재 우리 사회가 동양과 서양의 이 두 텍스트의 결합이 필요한 시기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갑자기 철학적 프레임이 바뀌고 기존의 제도를 수정할 수는 없다. 다만, 새로운 시대 새로운 룰을 만들 때만이라도 이 두 관점을 믹스(Con-texting)할 필요가 있다. 특히 규제와 지원이 동시에 필요한 신사업 분야에서는 이러한 시각은 꼭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암호화폐를 가상자산으로 칭하고 이의 거래를 입법화하는 법률이 만들어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모두 사기처럼 보이고, 어떻게 보면 미래를 이끌어갈 기술이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이다. 우리에게 이러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산업을 만들 때만이라도 동양적 ‘인자론’적인 포지티브 규제보다는 서양적 ‘전문가론’적인 네거티브 규제가 필요한 이유다. 

 

박항준 세한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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