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에 휩싸인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

“윤리경영 파수꾼 되겠다” vs “이재용 살리기”

성상영 기자 | 기사입력 2020/01/10 [17:45]

불신에 휩싸인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

“윤리경영 파수꾼 되겠다” vs “이재용 살리기”

성상영 기자 | 입력 : 2020/01/10 [17:45]

재판부가 낸 숙제에 답안지 낸 삼성

위원장 내정된 김지형 성역 없다

이재용 탈출구 마련등 해석 분분

노조·시민단체 면죄부 돼선 안 돼

 

삼성그룹이 이르면 다음 달 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한다. 경영 승계와 노동조합 문제는 물론 경영진의 법 위반 행위를 조사하고 감시한다는 취지다.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숙제를 낸 데 따른 답안격이다.

 

준법감시위는 위원장 1인을 포함해 7인의 위원으로 구성됐다. 위원장에는 대법관을 지낸 김지형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가 내정됐다. 김 전 대법관은 지난 9일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삼성의 준법 감시자·통제자가 돼 준법·윤리경영에 대한 파수꾼이 되겠다라며 각오를 밝혔다.

 

지난해 12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정유라 말 상납등 뇌물 사건 파기환송심 3차 공판에서 재판장인 정준영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 부장판사는 정치 권력자로부터 뇌물 요구를 받더라도 이에 응하지 않으려면 그룹 차원에서 어떻게 할 건지 답을 달라고 주문했다. 재판부가 준 시간은 오는 17일로 예정된 4차 공판기일까지다.

 

삼성의 준법감시위를 놓고 평가가 엇갈린다. 일단은 삼성을 믿어보자는 견해가 있다. 위원장인 김 전 대법관이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사건을 중재하고, 고 김용균 씨 사망사고의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김 전 대법관은 이른바 진보·개혁성향으로 분류되곤 했다. 그 외에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나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 출신 인사와 문재인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적이 있는 인사가 위원 명단에 포함됐다.

 

▲ 지난해 8월 29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대법원 선고를 앞둔 26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민중공동행동 등 단체가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구속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그러나 노조와 시민사회를 비롯한 일각에서는 회의적 반응을 보인다. 과거 김 전 대법관이 유성기업 노조파괴 사건에서 사측 변호를 맡았기 때문이다. 또 대법관이던 2009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을 통한 경영권 불법 승계 사건과 관련해 무죄를 선고한 전력이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등 노동단체는 같은 날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전 대법관의 삼성 준법감시위원장 내정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금속노조는 “(김 전 대법관은) 노조파괴로 악명 높은 유성기업 관련 사건의 사측 변호를 맡았다라며 노조파괴로 3명의 노동자가 죽었고 수백 명의 노동자가 생활고와 정신건강의 훼손을 가져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단순한 사측 대리로 치부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규탄했다. 이어 준법감시위가 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기)보다는 재벌의 편에 선 자를 기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평가절하했다.

 

박근혜·최순실 뇌물 사건에 연루된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의 탈출구를 마련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냐는 의심도 깊다. 참여연대는 준법감시위 설치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범죄 행위에 대한 면죄부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라며 이재용 부회장은 국정농단 범죄에 대해 합당한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삼성이 진정한 변화를 꾀한다면 그동안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법적 경영기구인 이사회의 독립성·투명성 강화에 먼저 나서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비슷한 일이 있을 때마다 삼성 측이 보인 태도 때문에 진정성을 곱게 보지 않는 시선이 팽배하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YTN과의 인터뷰에서 김용철 변호사만 예를 들더라도 삼성 내부에서 이건희 회장이 45000억원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비자금을 조성해서 큰 충격을 줬다라며 삼성이 (김용철 변호사 같은) 내부고발자들에게 한 번이라도 사과한 적이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각계의 비판을 인식한 듯 김 전 대법관은 독립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전 대법관은 이재용 부회장을 직접 만나 완전한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활동 범위는 법 위반의 위험이 있는 대외 후원이나 하도급 거래, 일감 몰아주기 등 공정거래 분야, 뇌물 수수나 부정청탁 등 부패 행위 분야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노조 문제나 승계 문제에서 법 위반 리스크 관리도 예외가 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문화저널21 성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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