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준 칼럼] 세종의 ‘본질 담론(本質談論)’ 리더십

박항준 | 기사입력 2020/01/07 [10:23]

[박항준 칼럼] 세종의 ‘본질 담론(本質談論)’ 리더십

박항준 | 입력 : 2020/01/07 [10:23]

최근 세종대왕의 이야기를 다룬 ‘천문:하늘에 묻다’라는 영화가 상영 중이다. 세종은 흔히들 ‘섬김의 리더십’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세종은 자신의 의견(Text)과 다른 이의 의견뿐만 아니라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타자(他者;엠마뉴엘 레비나스의 ‘소통이 안 되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와도 의견을 결합(Con-Text-ing)하는 절대적인 능력을 보유한 분이셨다. 이질적인 구성원을 회의에 참석케 해서 격론을 벌이다 뜻을 모아가는 방식인 ‘콘텍스팅 대화’ 능력이 출중한 분이셨던 것으로 보인다.  

 

‘경학(經學;경전)’과 ‘사장학(詞章學;문학, 인문학, 실용학문)’에 대한 세종의 예화를 살펴보면 세종이 어느 날 신하 윤회에게 묻는다. ‘역사책’을 집현전 선비들에게 나누어 주어 읽게 하고자 하는데 어떠한가? 윤회는 단호히 말한다. “옳지 않습니다. 경학이 우선이고 사학이 그다음이 됩니다. 오로지 사학만 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사장을 가까이하면 사람이 교활해지고, 권모술수만 늘 뿐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에 세종은 “지금 선비들은 경학을 한다고 하지만 이치를 밝히고 마음을 바르게 하는 인사가 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라며 대응한다. 세종이 이러한 대화를 시도한 데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어 보인다. 하나는 경학(경전)을 소홀히 하는 신하들을 간접적으로 비판한 것이고, 경학과 사장학을 서로 균형에 맞게 읽음으로써 ‘원칙’과 ‘응용’이라는 ‘날줄’과 ‘씨줄’의 원리를 정치에서 실천하고 싶은 마음이었던 것 같다.  

 

흔히들 세종의 이러한 태도가 '섬김의 리더십'이라고 칭송하는 것은 세종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것이라 생각된다. 훈민정음 창제나 달력을 만드는 세종의 고집이 사대주의자들의 반대를 무릎 쓰고 수행된 것을 보면 섬김의 리더십으로 이를 표현하기에는 어찌 부족해 보이기 때문이다. 

 

‘섬김’만으로는 나이나 권위에 타협하기 쉽고, 조직의 위계질서가 무너질 수도 있다. 전쟁터에서 섬김의 리더십은 곧 지휘관의 부재를 의미할 수도 있다. 리더의 ‘배려’에 상대가 이를 당연한 권리인 줄 아는 오해를 키우기도 한다.    

 

반면 ‘콘텍스팅’은 새로운 리더십을 낳는다. ‘콘텍스팅’은 협상과 타협의 가름 기준이 명확하다. 담론을 통해 ‘본질’을 찾기 때문이다. 임금이라는 신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텍스트만을 강요하지 않고 신하들과 담론을 통해 ‘본질’에 대한 교감을 나누었던 세종대왕의 ‘콘텍스팅 (本質談論, Contexting) 리더십’을 교훈 삼아 사회적 화합을 이루는 2020년 새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박항준 세한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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