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사태, 11년 만에 첫 단추 뀄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키코, 불완전판매 손해액 15~41% 배상해라”

임이랑 기자 | 기사입력 2019/12/13 [17:54]

키코사태, 11년 만에 첫 단추 뀄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키코, 불완전판매 손해액 15~41% 배상해라”

임이랑 기자 | 입력 : 2019/12/13 [17:54]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키코, 불완전판매 손해액 15~41% 배상해라”

11년 만에 오욕 벗은 키코 피해기업들

분조위 결정 강제성 없어, 은행들 권고 수용할까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가 11년 만에 외환파생상품인 키코(KIKO·Knock-In Knock-Out)를 판매한 은행에 대해 불완전판매의 책임을 인정해 손해액의 15~41%를 배상하도록 권고했다.

 

11년 전 키코라는 금융상품은 중소기업을 도산하게 했으며, 이 회사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일터를 잃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사장들은 보증 채무에 시달려 회사와 집안이 망하는 것을 넋 놓고 지켜봐야 했다.

 

이번 분조위의 결정이 피해를 입었던 기업들에게 재기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지만 실제 판매를 했던 은행들은 난처한 기색이 역력하다. 더욱이 분조위의 결정이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일각에선 키코를 판매했던 시중은행들이 분조위의 권고를 수용할지 미지수라는 부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시중은행, 한 목소리로 “내부절차에 따라 수락여부 판단할 것” 

11년 전에 일어난 사건, 배상하면 배임죄(?)

“이사회에 분조위 결정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토로

 

13일 금감원은 분조위를 신청한 일성하이스코·남화통상·원글로벌미디어·재영솔루텍 등 4개의 키코 피해기업에 대한 배상비율을 15~41%로 결정했다. 이를 통해 원글로벌미디어는 최대금액인 41%·42억원, 남화통상 20%·7억원, 재영솔루텍 15%· 66억원, 일성하이스코 15%·141억원이다. 

 

▲ 키코 공대위가 서울 정부청사 앞에서 ‘키코 피해 외면하는 최종구 금융위원장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제공=키코 공대위) 

 

따라서 키코를 판매한 6개 은행도 각각 배상에 나서야 한다. ▲신한은행은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KEB하나은행 18억원, ▲DGB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을 배상해야 한다.  

 

문제는 은행들이 분조위 배상안을 받아들일 것이냐에 초점이 맞춰진다. 은행들은 일제히 “내부절차에 따라 수락여부를 판단하겠다”고 설명했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A은행의 경우 이사회에 키코사태에 대해 배상을 준비할 수 있다고 보고 하자 보고자가 내쫓기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는 분조위 권고 사항에 은행들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여기에 외국계 은행의 경우 분조위의 이번 결정을 본사가 이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분조위에서는 조정안을 접수하고 20일 이내에 수락하면 조정이 성립된다고 했지만 당사자 요청시 수락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뒀다는 점에서 키코 사태의 배상 문제에 은행들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분조위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은행 측은 손해배상 청구권의 민법상 소멸시한(10년)이 지났기 때문에 은행의 배상 의무가 없고 오히려 이를 배상하는 게 주주이익을 해치는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유학대륙아주의 김성묵 변호사는 “소멸시효 주장은 법원에서 소송을 할 때 사용하는 논리다. 현재는 소송이 아닌 고위험 파생상품을 팔았던 것에 대해 금융감독기관이 은행에 분쟁조정에 나서라고 권고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분쟁 조정에서 소멸시효 논리는 말도 안 된다”며 “잘못한 것을 지적 받았기 때문에 분쟁조정 사항을 이행하는 게 배임죄가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대체 키코가 뭔데? 키코 사건에 대하여

올해 DLF 사태가 있었다면 11년전에는 키코 사태

 

키코 상품들은 환율을 기초 자산으로하여 만들어진 파생상품이다. ‘Knock-In Knock-Out’의 앞글자를 따서 키코(KIKO)라고 불렸는데 Knock-In 옵션의 경우 옵션 만기일 이전에 옵션 밑에 있는 자산이 특정수치에 도달하면 유효해지는 옵션이다. 반면, knock-out 옵션은 옵션 만기일 이전에 자산이 특정수치에 도달하면 무효가 되는 옵션이다. 

 

즉 키코는 ‘Knock-In Knock-Out’ 옵션들을 여러 개로 조합해 거래하는 파생상품이다. 키코 공동대책위원회(이하 키코 공대위)는 당시 은행들이 위험에 처할 확률이 적은 안전한 상품이라며 홍보했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수출을 통해 경쟁력을 갖췄던 중소기업들이 가입했다. 

 

하지만 2007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벌어지며 세계금융시장이 불안해지고 환율이 급등하면서 Knock-Out 옵션의 조건을 넘어서 대규모 해지가 되는 사태가 발생한다. 결국 키코를 가입한 중소기업들이 피해를 입게 됐다.

 

▲ 조붕구 키코 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문화저널21 DB/자료사진)

 

더욱이 키코를 가입한 일부 중소기업들은 이외에도 목표상환선도(TRF·Target Redemption Forward)에 계약을 하고 있었다. 이는 일정 환율에서는 가격변동을 방어하지만 환율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면 무제한 손실을 보는 구조였다. 

 

조붕구 키코 공대위 회장은 “1998년 태국 바트화 폭락사태, 2008년 키코 사태, 2019년 DLF 사태를 통해 10년 주기로 금융상품이 국가와 기업, 이제는 개인에게까지 피해를 줬다”며 “올해는 DLF사태가 있었다면 10~11년전에는 키코사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키코 공대위 “결과는 아쉽지만, 금융당국 노력에 감사”

은행 보증채권 소각해야, 은행들 진지하게 협상 나서야

 

이날 분조위 결정에 대해 키코 공대위는 향후 키코 사태의 해결에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키코 공대위는 “키코 사태 해결을 위한 첫걸음을 뗐다”며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결과는 좀 아쉽지만 금융당국의 진정성 있는 노력에 감사하다”며 “그간 1000개에 가까운 수출기업들이 키코 피해로 풍비박산이 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분쟁조정이 키코 피해기업들에게 희망고문이지 않기를 바란다”며 “피해기업들은 10년 동안 고통스런 시간을 보냈고 재기를 위해 몸부림을 쳤다. 이런 피해기업들에게 우리 사회가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분쟁조정을 한 기업들은 기업들대로 은행들과 배상 협상을 해나가야 하고, 4개 기업 이외의 대다수 기업들은 은행들과 개별 혹은 키코공대위로 모여서 협상을 해나가야 한다”며 “은행들이 진정성을 갖고 임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지난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공대위는 보증채권 소각도 요구했다. 공대위는 “은행들이 가지고 있는 보증채권 소각이 안될 경우 분쟁조정을 통해 받게 되는 배상금은 그대로 다시 은행으로 들어간다”며 “은행들의 왼쪽 주머니에서 나온 배상금이 그대로 오른쪽 주머리로 들어가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주장했다.

 

키코 공대위는 다음주부터 키코 총뢰를 개최해 자율 협상 진행 여부에 대한 논의도 진행하면서 검찰의 재조사도 요청하고 있는 상태다. 

 

더욱이 은행들의 불완전판매에 대해 분조위가 지적을 했고, 일정 비율 배상을 권고했기 때문에 키코 공대위의 바람처럼 검찰의 재조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키코 피해기업 수와 피해액에 대해 아직 정확한 추산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에도 금융당국과 은행이 협의를 이어나갈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저널21 임이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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