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섭의 복싱 스토리] 복싱계의 돈키호테, 박광렬 관장

조영섭 기자 | 기사입력 2019/12/07 [00:48]

[조영섭의 복싱 스토리] 복싱계의 돈키호테, 박광렬 관장

조영섭 기자 | 입력 : 2019/12/07 [00:48]

지난 주말 서대문구 홍제동에 위치란 에이스 체육관에서 제1회 서대문구 협회장배 대회겸 복싱 승급심사가 실시된다는 박광열 관장의 연락을 받고 현장으로 향했다.  

 

역사적으로 홍제동은 1636년 발발한 병자호란 때 청나라에 끌려가 능욕을 당한 여인들이 연신내(홍제동 냇가)에서 몸을 씻고 나면 면죄부로 처녀로 인정해줬던 치욕의 역사 가 묻어난 곳이다. 

 

불과 45일만에 종결된 병자호란은 당시 사가(史家)들은 민초들이 입은 피해가 7년간 지속된 임진왜란보다 더 참혹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당시 전리품으로 인질이나 포로로 잡혀간 여자가 20만에 달했다는데 천신만고 끝에 고향으로 돌아온 그녀들에겐 금의환향(錦衣還鄕)이 아닌 ‘환향녀’라는 굴레가 씌워졌고, 더욱이 청군에게 겁탈당해 낳은 자식은 호로자식(胡虜子息)이라 하여 따돌림과 냉대를 당한 가슴시린 역사의 현장이었다. 

 

▲ 박광열 관장과 승급 심사위원 박미란 서대문구 복싱이사(우측)  © 조영섭 기자


박광열 관장은 71년 전남 광양태생이다 그해는 신생아가 102만명이 태어난 기록적인 해로 현재 88만명이 생존해 있다 대표적인 연예인으로는  이영애, 이미연, 김남주, 고현정, 송일국, 남희석 등이 활동하고 있으며 복싱계 에서는 2003년 9월 최초의 여자 세계챔피언(플라이급) 이인영을 비롯해 국내 아마복싱 사상 불멸의 9체급을 석권하고 현재 구리에서 체육관을 운영하는 김민기(한국체대)와 전국대회 11번 도전 12번째 금메달을 획득한 신동길(경희대) 그리고 올림픽에서 2차례 메달을 획득한 이승배(용인대) 등이 대표적인 71년생 복서들이다.  

 

그해 공전의 히트곡은 이례적으로 도입부가 루루루 휘파람 소리로 시작되면서 “지금도 마로니에는~” 으로 시작되는 박건이 부른 ‘지금 그사람 이름은 잊었지만’이란 감미로운 발라드 곡이었다. 박광열은 유년기때 서울로 올라와 87년 17세에 프로스펙스 동방국일 관장의 지도를 받으며 프로에 대뷔한다.

 

▲ 왼쪽부터 서대문 복싱체육관 4인방 양성길 손충열 조홍전 박광열 관장  © 조영섭 기자


그는 8년간의 프로 생활을 하면서 단 12전만 (10승2패)을 기록한다. 본래 주종목인 서울산업기술개발연구원 팀에 근무하면서 정밀기계 제작과 조립에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며 팀장으로 재직하고 있었기에 복싱에 사활을 걸고 싸워야할 할 명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일종의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시작한 복서 생활을  25살에  접었을 때 이미 아파트를 마련하고 결혼도 하여 함께 3살난 딸과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었다.

 

이때 그는 갑자기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돈키호테처럼  의정부 리빙 체육관에서 트레이너 생활을 시작한다. 마치 새로운 장난감을 갖게 된 아이처럼  돈보다는 좋아하는 일을 찾았던 것이다. 

 

당시 여자복싱이 활발하게 움직이던 그시절 그곳에서 김주희, 이인영 등 정상급 복서들과 경가를 펼친 이혜림과 박태선 등 중견 여자복서들을 지도하면서 베테랑 황인규 관장의 휘하에서 많은 것을 체험한 그는 이후 서울로 입성, 2003년 홍제동에 에이스복싱 체육관을 설립한다.

 

▲ 서대문구 복싱 협회장 박광열 관장  © 조영섭 기자


관장이 된 그에겐 목표가 또다시 생겼다. 복싱도 검도나 태권도처럼 체계화된 시스템으로 단계별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이들 종목처럼 복싱에도 승급, 승단시험을 실시하겠다는 목표를 세운다. 그는 주 종목인 정밀기계의 원리를 복싱과 타격과 접목시켜 연관성을 찾아냈고, 스포츠 댄스를 배워 근육의 움직임과 스텝 등을 비교분석, 복싱과의 공통점을 찾아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인체 해부학에 관한 책들을 구입, 레프트훅을 가로로 때릴 때와 세로로 때릴 때, 이두/삼두박근의 움직임과 견갑골, 광배근, 승모근 등 활용 역할에 따라 스피드와 파워가 달라진다는 것과 레프트 잽과 레프트 스트레이트의 차이점을 기자 앞에서 일목요연하게 설명했다. 

 

기자는 “이 분이 공부 많이 했구나” 하는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를 바탕으로 복싱 승급 승단의 밑그림을 그렸고 채색을 해 나갔다. 

 

그는 이즈음에  박미란 이란 여성 관원이 입관을 하며 인연을 맺는다. 87kg 나가는 이 여성은 꾸준한 훈련을 통해 3년 후에 50kg급인 플라이급으로 프로 테스트에 합격한 후 프로에 본격 데뷔하여, 5전 3승 1무 1패를 기록한 후 은퇴했다. 

 

▲ 왼쪽부터 승급승단 프로그램을 들고있는 조흥전 박광열 관장  © 조영섭 기자


이후 에이스체육관의 트레이너로 전환, 컴맹인 박 관장과 호흡을 맞춘다. 그녀는 박 관장이 찾아낸 각종 자료를 컴퓨터에 입력저장 시키는 등 지원사격을 하면서 결실을 맺었다. 고장난명(孤掌難鳴)이란 글귀처럼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2009년 KBI 총무부장에 임명된 박광열은 그간의 연구를 토대로 2012년, 특허청에 특허를 출원했다. 이후 숨고르기에 들어간 그는 미비한 점을 보완한 후  결국 지난 토요일 서대문구 홍제동에 있는 에이스 체육관에서 그가 집대성한 승단 승급심사를 실시하며 화룡점정(畵龍點睛)의 대미를 장식했다.

 

30여 명의 에이스 체육관 관원들이 참여한 승급심사는 그간의 그의 노력이 꽃을 피우는 순간이었다. 아무도 가지 못한 길에 먼저 첫발을  내딛을 때 제일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은 두 번째로 따라붙을 사람이 발 붙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는 그런 장인정신으로 승단심사 프로그램을 완성시켰다.

 

그와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강물이 잔잔해 보여도 안에 들어가 있지 않으면 강물의 유속이나 깊이는 모르듯이 겉으로 보이는 것과 실체는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불경기인 지금도 월매출 1천만원을 상회하는 금액을 창출할 정도로 회원들에게 지도력을 인정받으며 입지를 탄탄하게 구축한 복싱계의 숨은 진주 같은 존재다. 

 

첫 승급 심사를 본 기자는 6급의 관원들은 초등학생에게 산수와 글짓기를 가르치는 초급 수준의 인상을 받았다면, 1급 수준의 관원들은 강약을 조절하면서 때론 안단테(andante)로 움직이다가 결정적인 순간 알레그로(alegro)로 민첩하게 전환하는 모습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6급에서 1급까지 걸리는 기간은 보통 1년 이상이고, 1급에서 1단(段)심사를 볼때는 1년 후에 응시자격이 주어지며 1단에서 2단을 볼 때도 역시 2년의 숙련기간을 거쳐야 응시할 자격이 주어지는 승급 승단 심사는 주먹으로 하는 권투이기에 일순 구먹구구식으로  진행 될 수도 있겠다는 기자의 예상을 깨고 세밀하게 기획된 난이도가 높은 심사란 인상을 받았다.

 

▲ 왼쪽부터 아내와 아들 박광열관장  © 조영섭 기자


의구심이 계신 분은 직접 방문해 확인해 보면, 여느 승급 승단 심사와 차별성을 느끼리라 생각한다. 바꿔 설명하면 그만큼 열정을 쏟았다는 반증이다. 또한 지도경력 3년은 3단으로 우대해주는 인센티브가 첨부된 이 승급 심사에서 심사위원을 담당한 박미란 서대문구 이사는 스웨잉(swaying) 록 어웨이 (roke away) 쇼울더 블록(shoulder block) 링 크래프트(ring craft) 등 다양한 전문용어를 자연스럽게 구사, 승급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대문복싱 체육관 조흥전 관장은 “박광열 관장의 열정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운을 띄운 후, “다음 대회부터는 자신이 팀장으로 근무하는 농협 자재기획팀에서 승급심사 때 적극 후원하겠다”고 말했다. 

 

한국화장품시절 전 WBA 슈퍼 페더급 챔피언 백종권의 스파링 파트너로 활약했던 조흥전 관장이 팔뚝을 걷어 부치고 박관장의 새로운 조력자로 등장한다는 말에 ‘탱고도 짝이 있어야 춤춘다(it take two tango)’ 는 영어속담이 떠올랐다. 그는 “어느 집단이나 사분오열이나 불협화음은 몰락의 지름길이다. 박광열 관장의 건승을 빈다” 고 말했다.

 

조영섭

문화저널21 복싱전문기자

 

현) 서울복싱연맹 부회장

현) 문성길복싱클럽 관장 

 

 

전) 82년 로마월드컵 대표선발전 플라이급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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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냐민 2019/12/07 [09:30] 수정 | 삭제
  • 박건님의 노래는 정말 좋더군요 오늘도 멋진 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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