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행복주택’ 그렇게 만들어 주든가

최재원 기자 | 기사입력 2019/12/05 [17:31]

‘당당한 행복주택’ 그렇게 만들어 주든가

최재원 기자 | 입력 : 2019/12/05 [17:31]

 

“너는 좋겠다” 

“뭐가”

“부모님이 집 얻어 주실 테니까”

“나는 니가 부럽다”

“왜?”

“부모님 힘 안 빌려도 되니까”

 

내가 당당할 수 있는 家! 행복주택

 

버스정류장에 걸린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행복주택 광고 문구다. 광고는 두 사람이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흔히 일컬어지는 금수저와 흙수저 친구의 대화내용이 광고 소재로 사용된 것이다.

 

취지도 기획도 좋았으며, 내용도 틀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해당 광고는 국민으로부터 지탄받는 최악의 광고가 됐다. 우리나라는 높은 집값으로 인한 계층 간 사회적 박탈감이 극심하다. 박탈감을 쥐고 사는 청년들은 이미 오를 대로 올라버린 주택에 살면서 집주인에게 자신의 고혈을 바치는 매달 바치는 인생을 살아간다.

 

노력으로 이룬 땀의 대가로는 부동산 상승으로 얻는 불로소득에 비벼볼 여력조차 없다. 행복주택은 그런 이들에게 아주 작은 희망 아닌 희망이다. 나에게는 작은 희망일 수 있는 주택이 남들에게는 ‘흙수저 낙인’으로 비웃음거리가 된다면 이들이 당하는 박탈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 차별받는 공공주택을 다룬 언론기사들  © 최재원 기자

 

  • 대한민국 공공주택=흙수저

 

공공주택은 국가가 공급하는 주택사업의 총괄 개념이다. 공공주택정책의 성격은 기본적으로 복지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공공주택 사업의 대표적 표본으로 꼽히는 영국이나 일본도 복지를 기반으로 사회보장적인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의 공공임대주택 사업은 크게 ▲영구임대주택, ▲국민임대주택, ▲행복주택, ▲장기전세주택. ▲분양전환공공임대주택, ▲기존주택매입임대주택, ▲기존주택전세임대주택 등으로 구분된다. 이들 주택은 모두 저소득계층의 주거안정을 목적으로 공급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공공주택이 갖는 의미를 ‘저소득층이 사는 집’으로 분류해야하는가에 대한 물음에는 여러 고민이 필요하다. 공공주택의 실수요자는 이미 저소득층이 아닌 살인적으로 폭등한 집값에 엄두 낼 자신이 없는 일반 근로소득자다. 

 

행복주택도 마찬가지다. 월평균 소득 100% 이하의 세대를 기본으로 하지만 3인 기준 5,401,814원, 4인 가구 6,165,202원이 기준이다. 사회초년생은 총자산 2억3200만 원을 넘지 않아야 하는데 자격 조건 자체가 이미 중위소득 이상 계층이다.

 

공공주택의 수요가 바뀜에 따라 공공주택의 의미가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개념이 아닌 일반 주택공급 개념으로서 이에 맞는 정책과 마케팅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최재원 기자

 

  • “주변에 임대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 집값이 떨어져요” 
  • 수요 확장, 공급 확대에도
  • 규모는 극소형 고집으로 부정적 인식만↑

 

임대아파트 주민을 차별하는 행태는 날로 극심해지고 있다. 구체적인 근거나 데이터는 없지만, 올해 초 서울의 한 초등학교는 신입생의 반 배정표에 학생의 이름과 거주아파트 브랜드명을 같이 기재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광주의 학 지역에서는 같은 지역에 있는 두 공립초등학교의 학생 수가 몇 배 이상 차이가 나는 현상도 발생했다. 한쪽 학교는 학생이 늘고 다른 한쪽은 학생 수가 계속 줄어들었기 때문인데, 임대아파트 근처 초등학교를 피하기 위한 위장전입 때문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주거지에 따른 차별행태는 LH의 이미지가 저소득, 작은 평수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가 저소득층을 차별하는 행위 자체도 문제지만, 아파트 브랜드가 아이들의 인성과 교육을 평가하는 잣대가 돼버렸다는 점은 정부의 무차별적인 공급정책이 사회에 녹아들지 못한 채 부조화를 가져오고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방증이다.

 

공공임대주택이 애초 최저소득계층을 겨냥한 만큼 최저 면적 규모로 공급되고 있는 문제도 짚을 필요가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공임대주택은 전용면적 40㎡ 미만 주택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0㎡ 미만 주택은 거실 겸 침실 1개, 소형침실 1개, 욕실 1개, 부엌 1개로 방 한 칸 딸린 원룸형 주택이다. 구체적으로 40㎡ 미만 규모의 주택은 영구임대주택 94.2%, 50년 임대 82.2%, 국민임대 42%, 행복주택 97%를 차지했다.

 

반면, 85㎡ 이상 주택은 이들 주택에서 찾아볼 수 없었으며, 그나마도 높은 분양가로 말이 많은 10년 임대 분양전환 공공임대주택에서 7.3%, 장기전세에서 8.3% 찾아볼 수 있었다.

 

지난 2017년 기준 국내 공공임대주택 총 물량이 126만 채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수요예측이나 아무런 정책적 보완없이 무조건 물량만 늘리는 방법으로 사회적 양극화를 방조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반면, 우리나라보다 저소득 복지의 성향이 강한 일본과 영국의 경우는 어떨까. 국회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일본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면적 40㎡ 미만이 23.7%, 40~60㎡ 미만이 45.5%, 60~90㎡ 미만이 28.3%, 90㎡ 이상이 2.6%이었으며, 영국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면적 50㎡ 미만이 26.5%, 50~70㎡ 미만이 32.0%, 70~90㎡ 미만이 31.3%, 90㎡ 이상이 10.2%에 달했다.

 

▲ 공공임대주택 주요 유형별 주택수와 면적분포  © 국회입법조사처

 

▲ 한국-일본-영국 공공임대주택의 세대 당 면적 분포  © 국회입법조사처

 

  • 문재인 정부의 3기 신도시 정책
  • 선택과 집중=공급과 양극화
  • 물량만 늘면 되지, 고민 없는 정책 뿐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집값 상승을 잡겠다며 3기 신도시 건설계획을 야심 차게 발표했다. 3기 신도시 계획은 서울 위성 택지인 남양주, 하남, 인천 계양, 과천 등에 약 30만 호의 물량을 집중적으로 투입한다는 대국토사업이다.

 

정부는 해당 지역에 분양 아파트와 임대아파트는 적절하게 배합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신도시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임대아파트에 대한 분양 아파트와의 차별적 시각을 해소할만한 구체적인 방침이나 정책은 발표하지 않고 있다.

 

다만, LH공사 관계자는 "전체 물량의 30% 정도를 공공임대 물량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3기 신도시 계획과 관련해서는 어떠한 부분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규모나 이미지가 양극화를 만들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행복주택의 경우 청년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하므로 규모가 작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하고 “40㎡가 작다는 지적에 따라 규모를 분양 주택 최소수준인 59㎡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도 구상하고 있는 내용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문화저널21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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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도 2019/12/05 [22:44] 수정 | 삭제
  • 공감하는 내용. 본질을 짚었다. 기레기야 간만에 맘에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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