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만남…징계로 ‘분당’ 수순 밟는 바른미래당

손학규와 당권파, 비당권파에 징계절차 개시 공문 보내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19/11/27 [11:21]

잘못된 만남…징계로 ‘분당’ 수순 밟는 바른미래당

손학규와 당권파, 비당권파에 징계절차 개시 공문 보내

박영주 기자 | 입력 : 2019/11/27 [11:21]

손학규와 당권파, 비당권파에 징계절차 개시 공문 보내

오신환 원내대표 ‘당직직위 해제’ 받을까…극에 달한 갈등

총선 앞두고 ‘불편한 동거’에 당원들만 분통 “갈라서라”

 

바른미래당이 유승민‧오신환 등 비당권파 의원들에 대한 징계에 착수하며 본격적인 분당 절차에 돌입했다. 특히 현재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를 맡고 있는 오신환 의원에게까지 ‘징계절차 개시 공문’을 보내면서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당직을 가지고 있으면서 탈당을 전제로 창당준비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는 것이 해당(害黨)행위라는 판단이지만, 오 원내대표는 “손학규 대표의 사당화. 그리고 정당사에 있지도 않은 독재정당을 만드는 행태 자체가 오히려 윤리위에 징계돼야 되는 것”이라 반박하고 있다. 

 

더욱이 당대표를 필두로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을 대거 숙청하겠다고 나선 것은 정치사에서도 과거 통진당 분당 사태 이후 이례적인 일인 만큼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 하루빨리 분당 절차를 밟지 않으면 바른미래당의 몰락은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왼쪽)와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사진=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지난 26일 바른미래당 윤리위원회는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을 이끌고 있는 유승민 의원, 오신환 원내대표, 권은희‧유의동 의원을 비롯한 의원 15명에게 징계절차 개시 공문을 보냈다. 내달 1일 해당 의원들이 징계위에서 소명을 거치고 나면 이들에 대한 최종 징계수위가 결정될 예정이다. 

 

현재 바른미래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징계 수위는 △제명 △당원권 정지 △당직직위 해제 △당직 직무정지 △경고까지 5종류로 나뉘어있다. 

 

제명은 의원총회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고 당원권 정지 처분은 재적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되지만, 당직직위 해제 이하의 징계는 이러한 절차가 따로 명시돼있지 않아 절차를 필요로 하지 않는 징계 중 가장 강력한 ‘당직직위 해제’가 오신환 원내대표에게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원내대표라는 직위 역시도 당직직위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 원내대표 측은 이같은 바른미래당 윤리위원회의 움직임에 반발하며 징계절차의 적용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2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원내대표는 개별 의원들이 선거를 통해 뽑은 대표다. 당 대표가 임명한 사람이 아니다”라며 “저는 국회법 절차에 따라 교섭단체대표 지위를 갖고 있다. 정당에서 지위를 뺏고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바른미래당이 창당될 당시에 손 대표는 당에 있지도 않았다고 꼬집으며 “그렇게 따지면 이 당이 누구의 당이냐. 지금 하고 있는 손학규 대표의 사당화, 그리고 정당사에 있지도 않은 이런 독재 정당을 만드는 그런 행태 자체가 오히려 윤리위에 징계돼야 하는 것”이라 말했다. 

 

28명의 바른미래당 의원들 중에서 손학규계와 호남계, 비례대표를 모두 합쳐도 13명에 불과하다. 비당권파의 입김이 더 강한 현재 상황에서 당권파에 해당하는 손학규계가 해당행위를 이유로 비당권파를 쳐내기는 명분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세력이 비등비등한 상황에서 한쪽이 다른 쪽을 쳐내는 방식은 굴곡진 정치사에서도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2012년 통진당에서도 ‘불편한 동거’ 사례

제명 놓고 극렬한 대립 끝에 분당 수순 밟아

당내분열 정리 안되면 당권파·비당권파 동시 몰락 

 

비교적 비슷한 사례를 찾아본다면 2012년 비례후보 선거 부정 사태를 계기로 촉발된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제명 갈등을 꼽을 수 있다. 당시 두 사람의 제명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의원총회를 거쳐 표결까지 진행됐지만 과반수 미달로 안건이 부결됐고 당시 원내대표였던 심상정 의원 등이 사퇴를 표명한 사건이다. 

 

‘한 지붕 두 가족’이라는 불편한 동거가 지속되다가 결국 통합진보당은 둘로 쪼개졌고, 당시 탈당했던 이들은 정의당이라는 이름 아래 살아남았지만 통합진보당은 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 심판을 받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바른미래당의 사례는 과거 통진당 사례와는 다른 측면이 강하지만,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극렬한 대립과 불편한 동거 등 일련의 상황들은 비슷한 수순을 밟고 있다. 

 

만일 당권파인 손학규 라인에서 옛 바른정당 의원들에 대한 징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되면 변혁모임에서는 명분을 위해 의원총회 표결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당권파가 13명, 비당권파가 15명인 상황에선 제대로 된 표결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아무런 소득없이 당의 분열만을 외부에 보여주는 꼴이 될 수 있다. 

 

유승민 의원을 필두로 한 이들이 자유한국당과 보수통합을 추진할 가능성도 희박해진 현 상황에서 바른미래당 내 ‘불편한 동거’는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총선을 앞둔 시점에 바른미래당이 하루빨리 당내 분열을 정리하지 않으면 당권파든 비당권파든 동시에 몰락할 수밖에 없다. 

 

익명의 바른미래당 지역위원회 관계자는 “총선 시계는 점점 다가오는데 중앙에서 내홍이 정리가 안되니까 지역활동도 탄력을 받지 못한다. 도로 국민의당이 되든 도로 바른미래당이 되든 갈라서야 뭐라도 되지 않겠느냐”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국민의당 더하기 바른정당으로 시작된 바른미래당이었지만, 정체성이 다른 이들이 서로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각각 다른 정당으로 활동했던 때보다 더 못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일각에선 과거 통진당 사례를 보더라도 유승민계와 손학규계가 완전히 갈라서는 것이 더 좋은 결과물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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