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정부’도 철도파업에 軍 투입, 대화는 실종

정부는 ‘묵묵부답’ 노조는 ‘강경투쟁’

성상영 기자 | 기사입력 2019/11/14 [15:51]

‘촛불정부’도 철도파업에 軍 투입, 대화는 실종

정부는 ‘묵묵부답’ 노조는 ‘강경투쟁’

성상영 기자 | 입력 : 2019/11/14 [15:51]

20일 무기한 파업 예고한 철도노조

국토부, 군 병력 동원해 열차 운행

노사 교섭 답보상태손 놓은 정부

 

전국철도노동조합의 파업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노사의 교섭은 전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10월 철도노조의 경고파업당시 군 인력을 투입해 열차를 운행했다. 정부의 이러한 대처를 놓고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코레일 노사는 계속된 대화에도 불구하고 올해 교섭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총인건비 정상화, 42교대 내년 시행을 위한 인력 충원, 자회사 처우 개선 및 생명·안전업무 직접고용 등을 요구 중이다.

 

교섭이 공회전을 거듭하자 철도노조는 지난달 ‘72시간 경고파업을 벌였다. 총인건비 정상화를 논의한 올해 임금교섭 결렬에 따른 쟁의였다.

 

코레일 노사는 임금교섭과 더불어 지난 5월부터 42교대 도입 등 근무체계 개편을 위한 특별단체교섭(보충교섭)도 병행했다. 이 역시 입장차가 워낙 커 결렬됐다. 철도노조는 20일 합법적 쟁의(파업)에 돌입하기 위한 절차인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이달 11일부터 13일까지 진행했다. 그 결과 조합원 21120명 중 53.9%가 쟁의에 찬성했다. 극적인 반전이 없는 한 파업은 20일 예정대로 진행된다.

 

▲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은 지난 9일 청와대 앞에서 총력 결의대회를 열고 증원과 총인건비 정상화 등을 요구했다. (사진제공=철도노조)

 

◇ 노조를 강경투쟁으로 내몬 묵묵부답정부

 

사태 악화의 가장 큰 이유는 교섭 쟁점이 일개 공기업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탓에 코레일은 철도노조의 요구를 마냥 거부하지 못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정부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총인건비, 42교대 도입에 필요한 충원, 그리고 자회사 문제 모두 예산 문제로 수렴한다. 공공기관의 예산, 특히 인건비는 기획재정부의 지침을 벗어나기 매우 어렵다. 가뜩이나 적자와 부채로 갖은 공격에 시달리는 코레일이 단독으로 결정하기란 불가능하다. 결국은 정부가 나서서 뭐라도 답을 내놔야 하는 상황이다.

 

앞서 한 차례 경고파업 이후에도 정부는 이렇다 할 반응이 없었다. 파업에 따른 열차 운행 축소를 최대한 막겠다며 비상수송대책을 가동했을 뿐이다.

 

정부의 이와 같은 태도에 노조는 더욱 강경해지고 있다. 조상수 철도노조 위원장은 이달 1일 조합원에 보낸 담화문을 통해 노정협의가 진행되지 않고 공사 (교섭)안에 진전이 없는 상황은 철도노조가 정부에 부담을 줄 정도의 투쟁 결의나 태세를 갖추지 않으면 철도노동자의 요구 쟁취는 녹록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에서 촛불정부를 자임하며 노동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던 문재인 정부에 노조는 적잖이 실망한 모양새다.

 

▲ 이정미 정의당 국회의원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철도파업 군 병력 투입 중단 및 성실 교섭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정부의 군 인력 대체 투입을 비판하고 있다. ©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 노조와 손잡았던 文정부도 파업에 군인 동원

 

이전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정부의 대응이 노조에 투쟁의 빌미만 줬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노조와의 대화보다는 군 병력을 파업 대체인력으로 투입하면서다.

 

당장 지난달 경고파업 때 군 병력이 열차 운행에 동원됐다. 지난 7일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코레일을 통해 해당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르면 국방부는 철도차량 운전면허가 있는 군 부사관 131명을 철도 현장에 내려보냈다. 광역전철 차장 업무에는 197명의 군인이 들어갔다. 나흘간의 파업 동안 이들에게는 1인당 평균 100만원 안팎의 급여가 별도로 지급됐다.

 

과거 사례를 보면 진보·보수정부를 딱히 가리지도 않는다. 1994년과 2002~2004, 2006~2007, 2009~2010년에 군인이 열차의 마스콘키를 잡았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12월 수서발 고속철도 민영화 반대 파업과 2016년 성과연봉제 강행 반대 74일간 파업 때도 특전사 군복을 입은 기관사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이정미 의원과 철도노조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도파업에 군 투입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14일 비상수송대책을 발표하면서 다가오는 파업에도 군 병력을 이용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철도노조의 파업에 광역전철 기관사 131명, 차장 250명, 통제원 15명 등 396명을 내보낼 계획이다. 노조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직권남용으로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 철도 이용객들이 KTX를 타기 위해 서울역 플랫폼을 나서고 있다. ©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 국토부 교섭 결렬 안타까워, 증원 규모 검토

 

국토부는 뒤늦게 입을 열기는 했다. 같은 날 국토부는 끝내 교섭이 결렬된 것에 대해 안타깝다“(노사가) 합리적인 대화를 통해 임금 수준, 안내승무원 직접고용 및 자회사 임금인상 등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근무체계 개편에 대해선 철도공사의 근무실태, 경영어건 등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증원 규모를 심도 있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물론 예산 권한을 쥔 기재부의 협조가 중요하다. 현재 청와대에서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어떠한 내용까지 담을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42교대제 시행을 위해 정원을 소폭 늘리는 선에서 정리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일단 코레일은 1800여 명을 늘려달라고 국토부에 요청한 상태다.

 

한편 노조가 정부에 요구해 왔던 직접 대화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문화저널21 성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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