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왜 갑자기 ‘세월호 재수사’가 떠올랐을까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19/11/11 [16:21]

[인터뷰] 왜 갑자기 ‘세월호 재수사’가 떠올랐을까

박영주 기자 | 입력 : 2019/11/11 [16:21]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갑자기 ‘세월호’다. 세월호가 검찰에 의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검찰은 세월호 특별수사단을 꾸리고 현판식까지 생략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마음은 복잡하기만 하다. 

 

어쩌면 총선을 앞둔 지금 시점에 또다시 세월호가 여론전에 이용되고, 아이들의 억울함을 풀기는커녕 다시는 세월호를 언급조차 못하는 상황으로까지 몰릴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유가족들은 기대보단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적 배경은 없다는 검찰의 입장발표 역시도 유가족들의 불안함을 해소시켜주진 못했다. 지금으로부터 불과 5년 전 ‘혐의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한 당사자가 검찰인 만큼, 이번 세월호 특별수사단에 소속된 검사들은 스스로가 내놓은 답변을 뒤집는 수사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유가족들은 가능할 리가 없다는 회의적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현재 세월호 사건과 관련한 공소시효는 1년4개월 남짓 남은 상황이다. 검찰에서는 기한을 두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어떤 형태로든 1년 반이라는 시간이 지나면 수사를 지속하기 어려워진다. 

 

2014년 4월16일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을 허무하게 날려버리고 5년 반이 지난 지금, 진실규명을 위한 ‘수사의 골든타임’이 시작됐다. 

 

▲ 故박수연 군의 아버지인 박종대 아버님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사랑재 공원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박영주 기자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사랑재 공원에서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시민단체의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故박수연 군의 아버지인 박종대 아버님, 故김동영 군의 아버지인 김재만 아버님, 공순주 304 목요포럼 활동가가 참석했다. 

 

이들은 검찰에서 느닷없이 특별수사단을 출범하고 나선 것에 대해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국정농단 관련 수사를 맡았던 이들이 조사단 지휘부에 대거 자리한 것을 언급하며 검찰이 스스로 수사한 것을 뒤집는 수사를 할 수 있겠느냐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박종대 아버님은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느닷없이 검찰에서 특별수사단이라는 이름 붙여 국민을 현혹시키는 것 같다. 임명되는 평검사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나온 이름을 보면 만족스럽지가 않다. 유가족 입장에서는 걷어찰 수도, 흔쾌히 받아들일 수도 없어 고민”이라 말했다.

 

그는 “검찰 특별수사단은 ‘철저하게 파겠다’고 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팔지 말하지 않았다”며 청와대·기무사·국정원 등을 검찰이 팔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유가족이 알고 싶어 했던 내용이 내사자료 안에 있었음에도 검찰은 2014년 ‘혐의없음’으로 끝냈다. 현 시점에서 검찰이 정말 재수사를 한다면 플러스 알파(α)가 돼야한다”고 말했다.

 

공순주 활동가 역시도 “기본적으로는 검찰도 재수사 대상이다. 검찰이 혐의없음으로 (사건을) 덮을 때 당시 법무부 핵심 수뇌부이자 2014년 검경합동수사본부에 관여한 자가 이성윤이다. 지금 배성법 중앙지검장도 당시 세월호 해운비리를 수사한 본부장이었다. 수사단장을 맡은 자도 직속상관이 (세월호 당시) 해경팀장이었다. 상관이 수사한 사건에 대한 수사가 과연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공 활동가는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검찰은 군을 수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국정원과 기무사의 해경자료는 거의 오염되거나 (세월호 참사) 이후에 손을 댔다”며 “지금와서 김기춘‧우병우를 수사한다 해도 진상규명은 안 된다. 검찰의 기소로 여론몰이는 되겠지만. 그렇게 되면 정말 조사해야 할 사람들은 묻힌다. 지금은 해군을 조사해야 한다”고 언성을 높였다.   

  

물론 유가족들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모습이 나타나곤 있지만, 적어도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유가족들은 검찰 특별수사단에서 진행하는 세월호 재수사가 아니라 군과 관련된 수사까지도 이뤄질 수 있도록 보다 상위 개념의 수사단, 이를테면 대통령 직속 수사단 구성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최근 검찰개혁 등의 이슈가 산적한데다가 조국사태 등으로 검찰을 향한 국민들의 불신이 높아진 현 상황에서 갑자기 검찰에서 ‘세월호 재수사’를 언급하고 나선 것에 대해서도 우려의 시각을 내비쳤다. 

 

여기에 더해 당장 재수사가 시작되면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냈고 탄핵정국을 거치며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역시도 수사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유한국당이 가만히 있는 것도 신기하다는 말을 공 활동가는 전했다. 

 

▲ 故김동영 군의 아버지인 김재만 아버님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사랑재 공원에서는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박영주 기자

 

1년4개월 정도 공소시효가 남은 상황에서 검찰이 수사에 아무리 박차를 가한다고 한들, 여론몰이에만 그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박종대 아버님은 “지금 유가족들이 모여서 100여가지 과제를 선정해 정리하고 있는데 굵직하게 보면 4가지다. 왜 침몰했는지, 어떻게 침몰했는지, 왜 구조하지 않았는지, 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방해하는지”라며 “검찰이 문제 삼았던 것은 사건 발생 이후 위로 올라간 보고 건이다. 책임자들이 밑으로 내려서 지시한 것은 단한줄 단한건도 없다. 여기에는 계엄관련 내용이나 종북세력으로 몰기, 유가족 사찰 등”이라고 말했다.

 

김재만 아버님은 “수연아빠가 얘기한 것처럼 처음에 검찰에서 조사를 시작했을 당시 우병우가  ‘해경청 서버 뒤지지 말라’고 압력을 넣었는지도 밝혀져야 한다. 검찰이 청와대 못 뒤졌지 않느냐. 우리가 계속 말하고 있는 해군‧기무사‧국정원을 정말 수사할 수 있느냐. 진상규명을 위해 특별수사단을 구성했지만 묻힐까봐 걱정되고 답답하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전원구조’라는 오보가 나오기 전, 세월호에서 탈출했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단원고 교감에 의해 전원구조가 아니라는 사실을 단원고가 알고 있었다는 폭로도 나왔다. 

 

8시48분에 사고가 일어났고 교감은 9시50분에 탈출했는데, 이 과정에서 교무부장 및 교장과 직원 등 총 18통에 걸쳐 전화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전원구조 오보가 나온 것이 11시6분인데 이미 이 시간에 단원고에서는 교감을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전원구조라는 오보가 나온 것은 전적으로 해경 및 중대본, KBS와 MBC의 잘못이라는 것이다. 유가족들은 전원구조 오보가 나오고 정리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 가족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도 단원고가 입을 닫고 있었다며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 여론은 세월호 사태에 대해 ‘지겹다’고 ‘이쯤하면 됐지 너무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겹다는 말을 하기엔 여전히 사고 발생 직후 시스템 차원에서 국민이 보호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단적인 예로 얼마 전 발생한 독도 헬기추락 사고만 하더라도 이중그물망을 설치하고도 헬기인양과정에서 실종자가 유실되는 일이 벌어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는 세월호 사고 당시와 비교하더라도 달라진 것이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박종대 아버님은 “법과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진상이 정확히 밝혀지고 책임자가 가려지고 처벌이 되면 공무원들도 심리적 압박 자체가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부분이 선행돼야 한다. 그들이 정말 열정적으로는 못하더라도 메뉴얼 정도라도 갖추길 바란다”며 강력한 처벌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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