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베트남진출? 다름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죠”

PLATREE COMPANY 베트남 법인 이치훈 대표

최재원 기자 | 기사입력 2019/11/08 [11:15]

[인터뷰] “베트남진출? 다름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죠”

PLATREE COMPANY 베트남 법인 이치훈 대표

최재원 기자 | 입력 : 2019/11/08 [11:15]

“시장도 모른 채 무턱대고 진출한 베트남 시장은 실패였습니다. 기업으로서는 암울한 결과를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베트남 시장에 진출해 단맛, 쓴맛, 짠맛을 모두 맛본 이치훈 대표의 말이다. 이 대표는 올해로 베트남 진출 3년 차를 맞는 PLATREE COMPANY 베트남 법인장(현지법인 대표이사)이다.

 

월드옥타 세계대회가 열린 지난달 라스베이거스에서 만난 이치훈 대표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묻어 있었다. 월드옥타에 2세대 기업인 자격으로 참석한 이 대표는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이제 베트남 시장에서 활보하고 있는 기업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현지 시장 상황과 베트남에 진출하고 싶어 하는 기업들을 돕는 위치까지 성장했다. 불과 3년 만의 일이다.

 

▲ 지난달 월드옥타 세계대회가 열린 라스베이거스의 한 호텔에서 만난 이치훈 대표  © 최재원 기자

 

이 대표는 베트남 진출 첫해에 쓴맛을 단단히 봤다. 시장조사가 없었던 탓이다. 이 대표는 처음 베트남 진출 당시 여타 기업과 같이 현지 법인설립, 현지인 채용, 현지 통역 채용의 프로세서로 회사 운영을 맡았다.

 

“저희는 플라스틱 상자를 만드는 회사인데, 베트남에서는 종이상자만을 사용하는 문화가 있었습니다. 베트남에는 협력사의 제안으로 진출하게 됐지만 면밀치 못했던 시장조사로 회사가 일거리를 찾지 못해 힘들게 된 것입니다.”

 

회사에 들어오는 일거리가 없다 보니 현지에서 채용한 직원들과의 간극도 커졌다. 대표적으로 소통의 단절이다. 현지 사정을 몰랐기 때문에 직원들과의 교류를 통해 시장성과 제품홍보 라인을 뚫어보려는 시도가 있었는데, 현지 직원들은 수동적 태도로 회사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미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통역사도 B2B 거래에 있어 발목을 잡았다. 베트남 문화에 능숙한 통역사와 아무것도 모르는 외국기업의 소통에는 분명한 문제점을 일으켰다.

 

“현지 직원을 채용하면서 느낀 바가 커요. 특히 통역의 경우 인력 문제로 현지 통역가를 채용할 수밖에 없었는데, 나중에는 회사가 통역에 의지하면서 현지인에게 회사가 좌지우지되는 상황까지 발생했습니다. 

 

대표적인 게 커미션 문화입니다. 우리나라와 달리 베트남에서는 B2B 거래에서도 커미션을 챙기는 문화가 만연합니다. 현지 문화와 언어를 모르는 기업인으로서는 가장 어려운 문제입니다.”

 

이 대표는 처음 2년 벼랑 끝까지 몰렸다고 한다. 자금회전이 안 되니 운영자금은 물론, 차에 넣을 기름값조차 없었던 게 현실. 김 대표는 과감하게 현지 통역사를 정리하고 스스로 부딪히기로 했다. 직접 베트남식 영어를 익히고, 직원들과 짧지만 직접 대화하려고 애를 썼다. 정책도 바꿨다. 국내에서 우선시되던 품질 위주의 정책을 과감히 파기하고 현지에서 통할 수 있는 정책인 가격, 인맥, 규모, 현지 유통사 포섭 등에 집중했다.

 

그러다 보니 수동적이었던 직원들 태도도 변하기 시작했다. 일이 즐거워지다 보니 직원들도 긍정적인 태도로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직접 나서는 B2B 거래에서는 적당한 합의점을 스스로 찾을 수 있었다.

 

“90%의 베트남 기업들은 베트남식 영어, 베트남어를 고루 사용합니다. 그 때문에 억양은 세지만 베트남식 영어를 어느 정도 익힐 수 있으면 기업을 운영하는데 기초적인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특히 현지 직원의 경우 대화가 통하지 않으면 국내에서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수동적 태도를 보인다는 점에서 대화는 중요한 변곡점이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회사가 한국에서 통했을 법한 정책을 버리고 현지 상황에 맞춰지자 직원들의 변화는 분명했습니다.”

 

대화가 통하니 일도 즐거워졌다. 하루하루가 즐겁다고 느끼기 시작했을 무렵 일도 풀리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이 대표의 회사는 3년 전 당시와 비교하면 약 1000% 이상의 성장률을 보였다. 다국적 기업들과의 B2B 사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 문화의 차이를 인정하고 생각의 격차를 좁히자 직원들의 표정도 밝아졌다. 직원들의 태도 변화는 회사의 성장을 의미했다. (사진제공=PLATREE COMPANY)

▲ 이치훈 대표는 직원들의 생일을 직접 챙기는 등 시너지를 위해 다양한 복지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사진제공=PLATREE COMPANY)

 

“현지 문화에 적응해야 하는 게 가장 큰 숙제입니다. 한국시스템을 고집하면 결국 한국인이 필요하고, 현지 직원들과 괴리감도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회사가 베트남사람 위주로 흘러가게 되면 한국인이 필요 없게 됩니다. 운영, 인건비 측면에서 굉장히 절약할 수 있고, 회사도 현지 시스템에 맞게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습니다. 베트남에서는 베트남 현지인에 의해 돌아가는 회사를 정착이 잘 된 회사로 B2B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게 대체적 분위기입니다. 한국의 자본과 기술이 현지 노동력, 시장과 결합하여 시너지를 내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결국, 생각의 격차를 줄여나가는 게 가장 큰 숙제입니다.”

 

이 대표의 회사는 이제 확장 이전을 앞두고 있다. 올해에는 이 대표가 소속되어 있는 월드옥타를 통해 한국인 직원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10년 안에 모든 대륙에 저희 상자를 납품하는 게 목표입니다. 본사에서는 지금 아프리카나 동유럽, 중미에는 제품을 납품해왔지만, 오세아니아 지역에는 마땅한 물류기지가 없어 시장 진출이 어려웠습니다. 베트남을 물류기지로 시장성을 확대할 수 있다는 포부까지 가질 수 있게 됐습니다.”

 

“이런 말이 있죠.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말로만 이해했던 이 표현이 이제 경험으로 느껴집니다. 물론 낡은 표현이지만, 진부함이 다르게 느껴질 때 스스로 성장했다고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문화저널21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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