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일본차 불매와 ‘샤이 재팬’ 몰상식인가, 몰염치인가

성상영 기자 | 기사입력 2019/11/06 [16:00]

[기자수첩] 일본차 불매와 ‘샤이 재팬’ 몰상식인가, 몰염치인가

성상영 기자 | 입력 : 2019/11/06 [16:00]

일본 자동차 브랜드 불매운동은 정말 이대로 끝날 것인가.

 

일본의 경제보복 이후 추락하던 일본차 브랜드의 판매량이 10월에 반등했다. 저점을 찍었던 9월과 비교해 10월 한 달간 판매량을 보면 토요타가 374대에서 408대로, 혼다가 166대에서 806대로, 닛산은 46대에서 139대로, 인피니티는 48대에서 168대로 각각 늘었다. 유일하게 렉서스만 469대에서 456대로 조금 떨어졌다. 전체로 보면 1103대에서 1977대로 79.2% 더 팔렸다.

 

경제보복 직전인 6월보다는 여전히 안 팔리기는 했지만, 일본차 불매운동이 채 석 달을 못 간 꼴이 되고 말았다. 눈치만 보던 일부 소비자들은 일본차 브랜드의 폭탄세일에 다시 돌아섰다. 일본차 브랜드들은 수백만원어치의 주유권을 주는가 하면 가격을 1천만원 넘게 깎아주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일본차 구매자를 일컬어 샤이 재팬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개인이 소비자로서 원하는 상품을 사는 것을 뭐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기업이 부도덕한 행위를 했을 때 해당 기업의 제품을 사지 않는 것도 소비자의 권리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역사 문제와 관련해서도 소비자로서 최소한의 권한 행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우리나라 사법부의 판결을 빌미 삼아 경제적으로 괴롭혀 보겠다는 일본의 뻔뻔함을 지켜봤다. 일본의 이러한 태도 때문에 자발적으로 대응한 것이다. 졸지에 샤이 재팬은 일본차 브랜드의 할인 공세에 홀려 역사 문제를 외면한 꼴이 되고 말았다.

 

▲ 일본 불매운동 포스터.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눈에 띄는 점은 일본차 브랜드의 대규모 할인과 그로 인한 판매량 반등을 보도하는 언론의 시각이 정확히 둘로 나뉘었다는 사실이다.

 

첫 번째는 일본차 불매는 아직 계속되고 있다고 소개한 기사다. 이들의 대략적인 내용은 일본차가 눈물의 폭탄세일에 나섰지만 여전히 구입을 꺼리는 사람이 많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등이었다. 10월의 판매량 반등을 부끄러운 회복세라고 표현한 기사도 있었다. 나아가서는 일본차를 비롯한 수입차 브랜드들이 처음부터 출고가를 높게 잡아놓고 큰 폭의 할인을 통해 생색만 내고 있다며 원가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두 번째는 일본차 불매가 시들해졌다는 취지의 기사가 있었다. 단순히 10월 판매량이 반등했다고 건조하게 전달하는 수준의 기사가 있는가 하면, ‘할인 공세에 장사 없다’, ‘노 재팬(No Japan) 여파에서 탈출하고 있다’, ‘일본 불매가 파격 할인에 무기력해졌다’, ‘일본차가 체면을 접고 불매를 돌파한다따위의 보도가 나왔다.

 

심지어는 ‘8자리 번호판 일본차에 대한 일부 운전자의 적대심을 훈계하는 기사가 나왔다. 한 민영 뉴스통신사는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라온 게시물과 댓글을 언급하며 이들이 8자리 번호판 일본차 구매자에 매국노 낙인을 찍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불매운동에도 일본차를 구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일본차 브랜드들이 높은 기술력으로 친환경 하이브리드 차량 수요를 흡수하고 있고, 잔고장 없이 가성비 좋다는 인식이 있다는 취지로 썼다. 소비자들이 좋아서 산다는데 왜 비난하느냐는 투다.

 

이런 보도는 자괴감을 들게 한다. 한국인들이 일본에 착취당했던 역사를 청산하지 못했고, 도리어 방귀 뀐 놈이 성내는 상황에서 일어난 불매운동이다. 한국 언론이 마치 이를 흠집이라도 내려는 듯 대하는 태도가 흔히 말하는 언론의 공정성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을까. 모든 사건에는 원인이 있고 맥락이 있다.

 

문화저널21 성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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