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처방전 / 조정권

서대선 | 기사입력 2019/10/21 [08:43]

[이 아침의 시] 처방전 / 조정권

서대선 | 입력 : 2019/10/21 [08:43]

처방전

 

뭉게구름 90일분

시냇물 소리 90일분

불암산 바위 쳐다보기 90일분

빈껍데기 달 90일분

 

귀하의 삶은 의료혜택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 긴급 “처방전”이 필요합니다. 억울하고, 분하고, 무언가 잃은 것 같은 상실감에 시달리는 날들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증상은 주로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띵하며, 소화도 잘 안되고, 숨이 막힐 듯하며, 뛰쳐나가고 싶고, 뜨거운 뭉치가 뱃속에서 치밀고 올라오기도 하며, 불안, 우울, 분노가 밀물처럼 차오릅니다. 

 

진단명은 ‘화병’으로 보입니다. 화병이 발병하는 원인은 주변 환경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입니다. 분노를 자유롭게 표출하는 것이 용납되지 않는 사회생활을 지속하게 되면, 스스로 분노를 억누르고 내면화(Internalization)하게 되면서 억압된 감정이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치료는 약물치료와 심리치료가 있습니다. 약물치료는 항우울제가 주로 사용됩니다. 그러나 시인은 “뭉게구름 90일분/시냇물 소리 90일분/불암산 바위 쳐다보기 90일분/빈껍데기 달 90일분”의 “처방전”을 권합니다. 

 

가을날 맑고 푸른 하늘에 무심히 떠있는 “뭉게구름” 위에 집착하던 일들을 얹어보는 거지요. 마음이 시끄럽고 가슴이 답답할 땐 “시냇물 소리”에 귀를 씻다 보면 답답하던 마음속에도 졸졸졸 흘러가는 시냇물 소리 가득해지지 않을까요. 자존감도 낮아지고 마음이 초라해져 우울해졌을 때, 수 만년 유구한 산의 의연한 모습을 바라보다 보면 ‘큰바위 얼굴’이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오지 않을까요. 뜨거운 뭉치가 뱃속에서 울컥울컥 치밀 땐, 창문을 열고 뱃속을 휘 젖는 뜨거운 뭉치를 꺼내어 차가운 “빈껍데기 달” 속에 채워보면 어떨까요.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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