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추상화 보는 법 / 장옥관

서대선 | 기사입력 2019/10/15 [04:20]

[이 아침의 시] 추상화 보는 법 / 장옥관

서대선 | 입력 : 2019/10/15 [04:20]

추상화 보는 법

 

 한사코 보는 것만 보려 한다

 수석 취미 가진 사람은 알리라 강바닥에서 주워온

돌에 박혀 있는 온갖 무늬

 우리는

 한사코 무언가를 떠올리려 한다

 누가 말릴 것인가 국화빵에서 국화를 피우려는 그

집요함을,

 신기한 것은

 제목 붙이고 설명 곁들이고 난 뒤에는

 누구든 이의를 달지 않는다는 사실

 아무리 어르고 쥐어박아도 다르게 볼 수 없다는 

사실

 뭐든 보려면 제대로 보아야 한다는데

 디자인이 좋아 사온 로가디스 기성 양복에

 굵은 몸통 기어코 끼워 넣으려는 나의 정신은

 실리콘 살색 의수에 끼워놓는

 꽃반지 같다 

 

# “강바닥에서 주워온/돌”에 이름을 지어 주면,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가 나타날까, 아니면 스티그마 효과(Stigma effect)가 나타날까? “신기한 것은/ 제목 붙이고 설명 곁들이고 난 뒤에는/ 누구든 이의를 달지 않는다는 사실/ 아무리 어르고 쥐어박아도 다르게 볼 수 없다는/사실”이라는 것이다. 

 

“뭐든 보려면 제대로 보아야 한다는데”, 사람들은 일단 이름이 낙인처럼 붙게 되면 “한사코 보는 것만 보려 한다”. 그 이유는 인간은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많은 자원과 시간을 소비하면서 어떤 생각을 깊게 하는 것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다른 본성 중의 하나로 현상유지 편향(status quo bias) 때문이다. 즉, 무언가 변화를 주어서 초래되는 불이익은 변화 없이 초래되는 불이익보다 심리적으로 타격이 더 크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러 구두쇠기질은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지식만을 사용하려는 경향을 만들어내는데, 이것을 고정관념(stereotype)라고 부른다.

 

고정관념을 탈피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문제가 발생한 곳에서 공간적이고 시간적으로 떠나 다른 일과 상황을 경험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문제로부터 떠나 있는 기간을 잠복기(incubation period)라고 한다. 잠복기가 필요한 이유는 물리적이고 시간적으로 문제에서 떨어져 있는 동안 기존의 관점에서 벗어난 다양한 생각들을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우리 자신과 타인들에게 잠복기를 허용하는 것에 인색하다. 그뿐만 아니라 언론과  SNS 상에서 실시간으로 뽑아내는 사건에 붙여진 이름들은 우리의 인지적 구두쇠 전략과 현상유지 편향을 부추기며, 사건의 본질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잠복기를 가지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붉은 단풍의 시간이다. 집 밖으로 나가 짙어가는 가을 속으로 천천히 걸으며, 온갖 사건 사고의 이름들로부터 벗어나보면 어떨까.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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