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섭의 복싱스토리] 이등병에서 별을 단 사나이…영주시청 백낙춘 감독

조영섭 기자 | 기사입력 2019/10/14 [16:26]

[조영섭의 복싱스토리] 이등병에서 별을 단 사나이…영주시청 백낙춘 감독

조영섭 기자 | 입력 : 2019/10/14 [16:26]

농익은 가을이다. 가을이면 김현승 시인의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로 시작되는 감미로운 싯귀절이 생각나고, ‘낙엽은 바람을 원망하지 않는다’는 제법 철학적인 문구가 생각나는 계절이다. 

 

낙엽이 떨어지니까 가을이 오는 건지 가을이 오니까 낙엽이 떨어지는 건지 알 수 없지만 가을은 엄마의 품처럼 포근하다. 그럼 시간의 수레바퀴를 34년 전 가을로 돌려보자. 때는 1985년 10월 어느 날, 당시 필자는 영등포 88체육관에서 훈련하고 있을 때 였다. 서울로 막 상경한 듯한 시골냄새가 물신풍기는 두 사람이 체육관을 방문해 김철호 당시 관장의 안내를 받으며 대화를 나눈다. 

 

45년간 복싱 외길을 걸으면서 수상한 금자탑인 각종 상패와 기념패   © 조영섭 기자

 

이번 주 복싱 스토리의 주인공인 백낙춘(영주) 현 영주시청 감독과 후에 IBF 미니멈급 초대 챔피언에 등극하는 이경연(65년생, 봉화)이다. 이경연은 83년 광주대통령배 8강전에서 필자와 한차례 맞붙은 적이 있었기에 선명한 기억을 지울수 없는 복서였다. 스승인  백낙춘은 수제자 이경연이 경북지역에서 신주섭 최점환등 에게 영역싸움에서 밀려 대학진학이 결렬되자 차선책으로 프로 행을 선택 하면서 신흥프로모션인 이곳으로 발길을 돌렸던 것이다 

 

 이경연은 83년 전국체전 준결승에서 김용강(당시 보인상고, WBA·WBC 플라이급 챔피언)을 청소년 대표 선발전에서 꺽은 신명수(당시 원주 대성고)를 판정으로 잡은 중견복서였다. 

 

이경연은 김용강과 첫 스파링을 펼쳤는데 두사람은 공히 65년 1월3일 생으로 기막힌 인연이었다. 이경연은 그해 12월 프로에 데뷔해 86년 1월 제15회 신인왕에 등극한 후 87년 6월 신설된 IBF 미니멈급 초대챔피언에 등극하며 83년 설립한 88프로모션 첫 세계챔피언에 등극한다. 

 

백낙춘 영주시청 감독   © 조영섭 기자

 

이후 김용강, 문성길이 차례로 챔피언에 오른다. 백낙춘, 그는 58년 영주시 풍기면 출신이다. 영주는 조선개국의 기틀을 다진 삼봉 정도전과 박정희 정권때 중앙정보부장과 비서실장을 역임한 김계원의 본향이다. 

 

역사적으로는 세종의 아들인 금성대군이 단종 복위를 모의하다가 발각되어 친형인 수양대군에게 처형당한 역사의 현장이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계유정란이란 쿠데타를 일으키고 정권을 잡은 수양대군(세조)은 13년 후 세상을 하직했는데, 정권을 인수한 그의 아들 예종도 불과 13개월 만에 생을 등지고 말아 13 이라는 숫자가 묘하게 겹치며 의미를 두게 만든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백낙춘 은 중학교 졸업 후 74년 대구에서 고교입학과 함께 복싱을 수련하다 돌고 돌아 경주상고에 정착, 5년 만에 졸업하는 진통을 겪으며 체계적으로 복싱을 배운다. 그의 경주상고 1년 후배인 정창구(60년, 경주)는 백낙춘 선배는 인삼으로 유명한 고장출신 때문인지 몰라도, 힘이 천하장사였다고 말하면서 복싱스킬도 정상급 복서였다고 회고했다.

 

백낙춘 영주시청 감독과 권영애 여사   © 조영섭 기자

 

79년 학생선수권 플라이급 준결승에서 문성길(당시 목포 덕인고)을 제압한 최우수복서 출신인 그의 촌평이기에 무게감이 더한다. 하지만 백낙춘은 고교졸업 후 복싱을 접고 일찍 지도자생활에 나선다. 

 

80년 인하공대에 다니던 형님이 계시는 인천을 왕래하다가 인연이 되어 인천 현대체육관에서 평범하게 사범 생할을 시작한다. 이후 대헌공고에서 코치생활을 하는 등 한직에 머물다 82년 고향 풍기로 낙향한다. 

 

백낙춘은 그간의 지도자 생활을 토대로 그곳에서 경학체육관을 개관한다. 당시 그는 소꼽 친구였던 지금의 아내인 권영애 여사와 결혼을 한 상태였다. 이곳에서 그는 이경연과 송인혁을 베출 하면서 서서히 입지를 구축하자 아내는 남편의 내조를 위해 동네에 점방(店房)을 차려 그 수익금으로 남편이 활동 할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담당했다. 부창부수(夫唱婦隨)의 전형 이었다.

 

평강공주 같은 아내의 내조에 탄력을 받은 백낙춘은 경북복싱연맹 코치를 시작으로 일취월장 진급(進級)의 파노라마를 펼치기 시작한다. 이후  복싱 전임코치로 승격한 후 경북복싱연맹 사무장과 경북복싱연맹 전무이사를 거쳐 영주시청 감독에 부임하며 지도자 생활을 화려하게 꽃피운다.

 

임창용 전 경북 심판장과 백낙춘 감독   © 조영섭 기자

 

마치 미장이가 벽돌을 차곡차곡 쌓아올리듯이 진급을 거듭한 그는 85년부터 3년간 전국체전에서 금메달 8개 은 10개 동 17개를 수확하면서 입지를 확실하게 구축하며 아내의 내조에 부응한다. 육체와 정신의 변증법적 통일체로 일컬어지는 복싱이라는 투기종목에서 백낙춘은 1차적으로 가장 만들기 힘들다는 정신의 근육을 탄탄하게 키우는데 역점을 두고 선수들에게 멘털 트레이닝을 시작한다. 

 

그는 2차적으로 복싱경기에서 주력이 좋고 파워가 월등하다고 경기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숙지하고, 탁월한 주력을 링 위에서 풀가동할 수 있는 강철체력으로 전환시키고 리드미컬한 스텝에 의한 타이밍을 포착한 후 직격탄을 날릴 수 있도록 체계적인 반복훈련을 시작하자 이광중·권기덕·김기석·김춘식·이상민·이도재·김주성·이경렬·신승호·정재민·정용진·김경수 등 정상급 복서들이 마치 프로야구 두산베어스 야구팀처럼 유망주들이 화수분처럼 쉼 없이 쏟아지면서 거함 황철순이 이끄는 서울시청과 쌍벽을 이룰 정도로 견고한 아성을 구축한다.

 

그는 2007년 세계복싱연맹(AIBA)심판으로 발탁되면서 국제적으로도 영역을 넓힌다. 그리고 2012년 대한복싱협회 부심판장에 선임되어 한국아마복싱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그 즈음 아내도 구멍가계를 접고 보험 설계사로 전환 최고봉인 명인에 진입해 남편이 금전에 연연하지 않고 활동할 수 있도록 운신의 폭을 더욱더 넓혀준다.  

 

이 때 백낙춘의 입에서는 “얼씨구나 좋다. 지화자 좋을 씨구 땡이로구나” 하는 나훈아가 부른 최진사댁 세째딸 이란 노래가 입에서 절로 나올 정도로 흥이 나면서 잡념 없이 무념무상(無念無想)의 평상심으로 훈련에 몰입하며 아내의 내조에 최고의 성적으로 화답했던 것이다.

 

이후 백낙춘은 경북최고 체육상과 영주시민 대상을 연거푸 받으며 경북을 빛낸 자랑스런 복싱인으로 자리잡은 후 2015년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으로 불리는 대한 아마추어연맹의 꽃이라 불리는 전무에 승격된다. 과거 조철제, 조석인, 유현준, 정신조, 유제준 등 걸출한 인물들이 거쳐 간 그 중책에 그가 앉게 된 것이다.

 

황충재 챔프와 이명범 회장(우측)   © 조영섭 기자

 

74년 이등병으로 출발. 스텝 바이 스텝(step by step)으로 묵묵히 한길을 42년동안 걸으면서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실체를 증명하며, 장성(將星)에 진입한 것이다. 

 

백낙춘은 이 날이 올때까지 76년 제6회 대통령배 웰터급 준결승에서 전남대표 황충재를 잡은 경기인 출신 경북복싱연맹 이명범 회장, 경북복싱연맹 전 심판장 임창용을 비롯한 많은 경북 복싱인들이 대동단결하여 도와준 결과라며, 목소리를 높힌다. 

 

또한 이고장 출신의 장윤석 전 대한복싱연맹 회장과 협력하여 정부예산 100억원을 지원받아 영주시에 건립한 복싱 전용경기장이 2017년도에 완공되어 영주를 상징하는 부석사 무량수전에 이어 또하나의 트레이드마크 로 탄생했다.

 

소백산이 병풍처럼 펼쳐진  청정 자연 속에 자리 잡은 복싱 전용경기장은 국내 최고복싱 인프라를 구축, 각종 스포츠 종목 훈련지에 최적으로 손꼽히고 있는데  다음달 6일 개관식을 한다고 한다. 이를 토대로 영주시가 세계적인 복싱 거점도시이자 복싱의 메카로 성장하길 바란다. 

 

백낙춘, 그는 화려한 국가대표 출신도 아니고 명문대학 출신은 더더욱 아니다. 그런 그가 오늘처럼 반석의 자리에 오를수 있었던 것은 아내의 헌신적인 내조와 함께, 그가 바로 좋은 품성을 가진 지도자라는 점이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장욱현 영주시장, 장윤석 국회의원 등 고위층 인사들과 교류할 수 있었던 원천은 그 자신이 준비된 좋은 인품을 지녔기에 이들로부터 부족한 2%를 채웠다고 생각한다. 경북복싱의 건승을 바란다.

 

조영섭

문화저널21 복싱전문기자

 

현) 서울복싱연맹 부회장

현) 문성길복싱클럽 관장 

 

 

전) 82년 로마월드컵 대표선발전 플라이급 우승

 

베냐민 19/10/14 [21:08] 수정 삭제  
  좋은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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