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국감이슈③-보건] 조국보단 ‘국민건강’…예상 밖 상임위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19/10/10 [17:37]

[사라진 국감이슈③-보건] 조국보단 ‘국민건강’…예상 밖 상임위

박영주 기자 | 입력 : 2019/10/10 [17:37]

#많은 상임위들이 조국 관련 이슈에 파묻혀 제대로 된 점검을 진행하지 못한 가운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국민건강이나 저출산 문제와 관련한 질의들이 줄지어 쏟아졌다. 

 

희귀암 유발 가능성이 높은 엘러간 유방보형물이나, 부작용 우려에도 과도하게 처방되는 다이어트 약들, 저출산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 등에 대한 점검과 감시감독이 이뤄졌다. 

 

▲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2019년도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박영주 기자

 

◆ 내 몸에 발암유발 물질이? 엘러간 ‘유방보형물’ 사태

 

최근 미국 엘러간社의 유방보형물이 희귀암 유발가능성이 높아 전량리콜 되고, 국내에서도 유방 보형물 연관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BIA-ALCL) 환자가 보고되는 등 기존에 유방보형물 시술을 받았던 환자들을 중심으로 불안감이 커졌다. 

 

식약처에서는 환자들에게 의심 증상 발생시 신속하게 방문 검사를 받을 것을 권고하고 지원방안을 마련해 발표했지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은 엘러간 보상안에 포함된 ‘2년 안에 수술해야 한다’는 제한조건의 문제점을 발견해 지적했다.

 

최 의원은 “위험한 수술이기에 필요 없는 사람에게 수술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2년 안에 수술해야만 대체보형물을 제공한다는 것은 수술 빨리하라고 부추기는 꼴”이라 지적했고, 한국엘러간은 기간제한을 두지 않고 대체보형물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함께 환자에 대한 시술을 진행한 병의원이 폐업할 경우 피해입증이 어려워 일부환자들이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의 지적도 이어졌다. 

 

진 의원은 “올해 9월30일 기준으로 해당 보형물을 사용한 의료기관의 1/3이 폐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의원실에서 집단소송 중인 로펌에 확인해본 바 폐업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들은 진료기록을 증명할 수 없어 소송 참여가 어려웠다”며 “이들에 대한 구제방안도 식약처와 엘러간이 마련해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엘러간社의 유방보형물 제거수술 조치와 보상문제는 현재까지 진행 중인 사안이다. 

 

▲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2019년도 국정감사에서 지적한 다이어트 의약품 문제.   © 박영주 기자

 

◆ 매년 지적받아도 또다시 문제된 ‘다이어트약’  

 

매년 문제가 된 다이어트 의약품 부작용 문제 역시도 이번 국감에서 또다시 불거졌다. 

 

올해 4월 배우 A씨가 펜터민 등 식욕억제제 8알을 먹고 강남구 논현동의 도로를 가로질러 뛰어다니는 등의 이상행동을 보인 것이 알려지고, 과다한 양이 환자들에게 처방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식약처가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7월부터 2019년 6월까지 1년간 식욕억제제는 124만명 이상의 환자에게 2억3500만개 이상 처방됐다. 

 

문제는 상위 30명 환자의 처방량인데, 환자 1명이 12개 의료기관을 돌면서 식욕억제제 1만6310개를 93번 처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가장 많은 처방량을 기록한 A씨는 의료기관당 1359개씩 1건당 평균 175개를 처방받아 ‘의료쇼핑’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식욕억제제는 과다 복용할 경우 환청·환각·심장이상·정신분열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데, 2016년부터 올해 6월까지 식욕억제제로 인한 부작용 보고 건수는 1279건으로 사망자만 4명에 달했다.

 

이러한 사태는 일부 의사들의 과잉처방이 한몫을 했다. 개인이 운영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의 처방량은 전체의 1/4에 달했는데, 광주서구의 한 의원 의사는 38명의 환자에게 3만8721개를 처방해 환자 1인당 1019개를 처방한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이미 사망한 환자의 이름으로 마약류 식욕억제제가 처방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까지 벌어졌다. 8개 의료기관에서 이미 사망한 8명의 이름으로 펜터민·펜디메트라진·로카세린 등의 식욕억제제 6종이 1786.5개 처방됐는데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이의경 식약처장에게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고 강도높게 질타했다. 

 

현재 8개 병원은 모두 적발돼 수사 중인 상황이지만, 국감에서 다수 의원들은 사후약방문식의 식약처의 대응이 예방형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진=image stock / 자료사진)  

 

◆ 위기감만 조성하는 ‘저출산’ 문제…정책제안 쏟아져

 

대한민국 출산율이 0%대로 떨어지면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지만, 정작 우려를 내놓는 정부의 태도와는 달리 제대로 된 조사나 정책은 부재한 실정이라는 지적이 국감에서 쏟아졌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윤종필 의원은 2012년부터 2018년까지 7년간 진행한 저출산 인식 조사를 전반적으로 살펴본 결과 조사설계나 질문지 작성, 조사회사 선정 등이 전반적으로 부실하게 진행됐다며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은 “출산·분만 과정의 산모나 신생아 사망은 일본이나 대만보다도 훨씬 높다. 합계 출산률이 0.98로 출생아 수가 30만 이하로 떨어질 경우 심각한 저출산 재난이 닥쳐 올 것”이라며 ‘출산·분만 국가책임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제도는 출산·분만 과정에서 산모나 신생아가 사망할 경우, 의료인의 무과실을 전제로 현행 3000만원에서 대폭 올려 위로금을 최대 3억까지 지급하도록 하고 이를 전액 국가가 보상토록 하는 제도다. 결국 아기를 낳으라고 유도만 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낳을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분만 가능 병원이 부재한 상황 역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개선방안이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가임기 여성은 지난 5년간 598명(4.6% 가량) 감소한 반면 분만가능 병원은 2014년 892곳에서 2019년 6월 기준 711곳으로 181곳(20% 가량)이 줄어들었다. 

 

더욱이 분만가능 병원의 감소는 서울보다 지방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지방에 거주하는 산모들의 경우 서울까지 원정출산을 가야하는 불편함까지 불거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진 의원은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가임기 여성들의 병원 접근성을 위한 종합적 대책이 시급하며, 분만가능 의료기관에 대한 정부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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