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장애인을 위한 회사는 있다

일자리 불모지, 장애인 노동을 개척하는 사람들

성상영 기자 | 기사입력 2019/09/23 [11:09]

[인터뷰]장애인을 위한 회사는 있다

일자리 불모지, 장애인 노동을 개척하는 사람들

성상영 기자 | 입력 : 2019/09/23 [11:09]

정명호 장애인일반노조 준비위원장

 

국내 최초 장애인노조설립의 이유

장애인 실업률 6.6% 허무맹랑한 통계

일자리도 없을뿐더러 노동환경 열악해

꼭 일한 만큼 받아야 하나질문 던져

노동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 필요하다

 

60.7% vs 34.5%. 지난해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고용률을 비교한 것이다. 15세 이상 장애인 10명 중 일자리가 있는 장애인은 4명도 채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설령 일자리가 있더라도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노출돼 있다. 노동력을 사고파는 시장에서 장애인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다.

 

정명호 장애인일반노동조합 준비위원장은 이러한 현실에 물음표를 던진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의 노동이란 무엇인지, 또 무엇이어야 하는지 해답을 찾는다.

 

아르바이트노조, 여성노조, 청년 또는 노년 노조까지 생겼지만 장애인노조는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생소하다. 정명호 위원장은 장애인노조를 통해 장애인, 특히 중증장애인의 노동 현실을 알리고 문제를 해결하며 노동을 새롭게 정의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있는 장애인일반노조 준비위원회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 정명호 장애인일반노동조합 준비위원회 위원장     © 성상영 기자

 

Q. 장애인 노동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인가?

 

A. 장애인도 한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많은 권리가 있으며 이중 노동권은 핵심적인 권리다. 2000년대 이전 장애인 노동권 문제는 장애인운동의 핵심 의제였으나 장애인고용촉진법 제정 투쟁, 장애인고용촉진걷기대회 등 큰 사안에 대해 산발적으로 진행됐다. 그마저 2001년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 참사로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시작하면서 탈시설 자립 생활 투쟁으로 이어졌고, 노동의 문제는 20년 가까이 거의 손을 대지 못했다. 장애인, 특히 중증장애인의 노동 현실을 알리고 노동을 새롭게 정의하며 이를 노동조합이라는 형태로 해결해나가기 위해 장애인일반노조를 준비하게 됐다.

 

Q. 장애인 노조를 만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어떤 반응이었나?

 

A. 많은 동지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있는데 왜 사서 고생이냐고 물어보더라. 장애인 권리 확보 투쟁에는 이동권, 교육권, 탈시설 자립 생활, 여성, 건강권, 문화권 등 인간답게 살기 위한 많은 것들이 있다. 우리는 노동에 초점을 맞췄다.

 

현재는 노동조합 준비위원회를 발족하고 준비위원을 접수하고 있다. 노동조합을 준비하면서 생각보다 훨씬 많은 동지가 장애인 노동의 문제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지방에서 활동하는 한 중증장애인 동지는 인터넷에 올린 발족식 사진으로 축하 영상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몇몇 분들은 진짜 아직 한국 사회에 장애인노조가 없었냐라고 반문하면서 그 필요성에 동감을 표했다.

 


 

부모님이 건물주가 아닌 한 누구나 노동을 해서 먹고 살아야 한다. 장애인이라고 다르지 않다. 오히려 장애인의 자립을 위해 일자리는 반드시 주어져야 한다. 하지만 대다수 장애인이 이력서 한 번 내기 어렵다. 정부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장애인 실업률은 6.6%. 같은 해 전체 실업률 3.8%의 두 배 가까이 된다.

 

앞서 고용률에서 봤듯 실업률은 매우 보수적이다. 일단 일자리를 찾으러 다니지 않으면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실업률 계산에서 제외된다. 취업이든 실업이든 경제활동을 하는 장애인은 37.0%에 불과하다. 15세 이상 장애인 63%가 비경제활동인구다. 정 위원장은 이를 사실상의 실업으로 간주하고, 실업의 해소를 장애인일반노조 투쟁의 한 줄기로 잡았다.

 


 

Q. 우리나라 장애인 노동의 실태는 어떤가?

 

A. 정부의 공식 장애인 실업률은 허무맹랑하다. 일할 의지가 있어야 하고 직업소개소에 등록하는 등 구직활동을 해야 한다. 잠깐 아르바이트라도 하면 취업자로 빠진다. 수많은 장애인이 노동시장 진입을 아예 포기했다. 우리나라 전체 장애인 인구 중 정규직 노동자는 15%, 비정규직은 20%가량이다. 나머지 65%는 일하지 않는 상태다.

 

어렵게 취업한 장애인들도 대부분 50인 이하의 영세한 사업장에서 일한다. 아직 구체적인 차별 사례를 분석하지는 못했지만, 많은 장애인 노동자가 장애를 이유로 직장에서 차별받고 있다. 회식에 끼워주지 않는다든가 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 사례도 적지 않을 거다. 이에 대한 대응도 장애인일반노조의 중요한 사업이 될 것이다.

 

Q. 장애인일반노조는 어떤 활동을 하게 되나?

 

A. 정부의 장애인 고용 정책도 잘못되었고, 기업들 대다수는 장애인의무고용을 지키지 않는다. 30대 대기업의 장애인고용률은 1.92%에 불과합니다. 법이 정한 3.1%에 훨씬 못 미친다. 우리는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1인 시위를 비롯한 각종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일하다 해고되고 승진에서 차별받는 등 열악한 노동환경에 노출된 장애인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할 것이다.

 

아울러 중증장애인의 노동을 새롭게 정의하여 자본이 규정한 생산력에 따른 기준이 아닌, ‘일할 수 있는 만큼 일하고 필요한 만큼 가져가는노동을 새로운 대안으로 논의하고 있다.

 


 

정 위원장은 능력껏 일하고 필요한 만큼 가져가는 노동을 말했다. 일한 만큼 몫을 가져간다는 지금의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사실 자본주의 체제에서도 일한 만큼 가져가지는 않는다. 일부는 회사를 유지하고 원자재를 구입하는 데 들어가고, 또 일부는 주주들이 배당으로 챙겨간다. 일반적으로 노동자들이 받는 급여가 일한 만큼은 되지 못한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버리듯 노동과 분배에 대한 고정관념을 한 꺼풀 벗겨내면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정 위원장은 노동에 대한 관점을 바꿔보자고 제안한다.

 


 

Q. 노동을 새롭게 정의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A. 예를 들어 앞에 휴지 한 장이 있다. 휴지를 버리고 싶은데 나는 목 밑으로 타인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움직일 수 없다. 지금 머리에 쓰고 있는 헤드포인터라는 보조기기로 밀어서 그 휴지를 버렸다. 자본가에게 아무런 이윤을 가져다주지 않는 이러한 행동도 우리는 노동으로 본다. 이것을 일반화하려면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는 노동자가 생산한 것의 일부를 임금으로 떼어주는 지금의 방식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거다. 그러나 노동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이자 의무다. 국가와 사회는 국민의 노동권 실현에 있어 누구도 배제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노동의 평등성을 이야기한다. 장애인 노동자의 할 수 있는 만큼의 노동은 이미 사용가치가 있는 노동으로 평가해야 한다.

 

Q. 어쨌든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산다. 흔히 말하는 자본, 사용자로서는 생산효율이 떨어지는데도 이를 감수하면서 장애인을 고용해야 하느냐고 되물을 수 있지 않을까?

 

A. 장애인이라서 무조건 생산효율이 저하된다는 생각도 일정 부분 편견이다. 구소련에서 시각장애인이 할 수 있는 직종이 170여 개가 넘었다고 들었다. 국가나 기업이 지체, 시각, 청각, 발달 장애 등 유형별로 할 수 있는 직종을 개발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산업 현장에 도입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장애인이 일할 수 있을 거다. 컴퓨터를 잘하는 이, 글을 잘 쓰는 이, 상담을 잘하는 이 등 각자가 역량에 맞게 할 수 있는 일이 꽤 많다.

 

그러나 작업장 문턱이 높다거나 책상 높이가 맞지 않는다는 핑계로 장애인 고용을 회피하는 게 현실이다. 이 정도는 장애인고용공단에서 공짜로 고쳐준다. 기업이 의무고용을 지키지 않을 때 내는 부담금(벌금)과 장애인을 더 많이 고용하면 주는 장려금을 대폭 상향해 고용을 유도하는 것도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본다.

 


 

장애인일반노조는 노동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장애인 실업을 해소와 노동권 보장이라는 쉽지 않은 도전을 시작한다. 장애인일반노조는 전태일 열사 기일(1113)에 즈음해 119일 노동계가 주최하는 전국노동자대회에 앞서 출범식을 연다. 지난 612일 장애인일반노조 준비위원회가 만들어지고 5개월여 만이다.

 

정 위원장에 따르면 현재 장애인일반노조에 함께하겠다고 밝힌 준비위원은 70명 정도다. 준비위원들은 노조가 본격 출범할 때까지 강령과 규약, 조합원 자격 등 노조 설립에 관한 주요 뼈대를 만들게 된다. 이와 더불어 조합원 가입도 받고 있다. 정 위원장은 조합원의 숫자가 노동조합의 힘과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일하는 장애인, 일할 의지가 있는 장애인 실업자 등 최대한 많은 조합원을 모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정 위원장에게 10년 뒤 장애인일반노조의 모습, 그리고 꿈을 물었다. 그는 민주노총과 같이 전국 곳곳에 지부를 만들고 지부장도 선출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의 개인적인 꿈은 글 쓰는 직업, 그중에서도 기자라고 했다.

 

사족을 붙이자면 인터뷰는 대부분 서면으로 사전에 진행됐다. 실제 만남에서는 추가적인 문답과 사진 촬영이 이뤄졌다. 중증장애인인 정 위원장이 자유로운 대화가 어려워 특수 장치로 컴퓨터에 글쇠를 하나하나 입력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인터뷰하지 못할 이유는 아니었고, 정 위원장이 밤늦게 보내온 답변서는 여느 취재원들보다 잘 정리돼 있었다.

 

문화저널21 성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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