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금호 칼럼] 국회의원들의 선거 기득권, 내려놓아야

송금호 | 기사입력 2019/09/23 [09:41]

[송금호 칼럼] 국회의원들의 선거 기득권, 내려놓아야

송금호 | 입력 : 2019/09/23 [09:41]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전국 곳곳에는 국회의원들의 치적을 알리는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다. 주민들의 휴대폰에도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보내는 문자 메시지가 며칠 만에 한 번씩 자주 찾아온다. ‘00도로 건설 예산 00억 원을 확보했다’는 내용부터, 지하철 노선 연장 예산 추가 확보, 지역의 무슨 사업의 국비 예산을 확보했다는 등 갖가지 지역구 국회의원의 치적을 홍보하는 내용들이다.

 

국회의원들은 입법기관의 구성원으로서 국가의 예산 심의 및 결산권도 갖고 있다. 이래서 국가 예산 확정이 되는 시절이 되면 예산에 목을 매는 정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은 국회의 관련 상임위나 국회의원들을 찾아다니면서 예산 확보의 당위성을 설명하는데 여념이 없다. 이들 예산 담당 공무원들은 있는 줄 없는 줄을 다 동원해서 국회의원들을 쫓아다닌다. 예산 심의 및 결산 권한을 갖고 있는 국회의원들에게는 메뚜기보다 더 바쁜 한 철이다.

 

우여곡절 끝에 관련 예산이 확보되면 생색은 지역구 출신 국회의원들이 낸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필요로 해서 요청하는 예산에 대해 국회는 타당성과 시급성 등을 감안해 확보를 결정해 줘야 한다. 당연한 국회의 권능이면서 의무이다. 이런데도 국회에서 결정되는 모든 예산에 대해 관련 지역구 국회의원은 자신의 공(功)이라고 내세운다. 

 

지역구 거리에 펼쳐있는 현수막과 문자 메시지 내용을 보면 마치 국회의원 본인이 노력해서 그 예산을 다 확보한 것처럼 돼 있다. 지역 주민들은 이 소식에 지역구 출신 국회의원이 열심히 일을 하고, 지역 발전에 긴요한 예산을 확보했다는 것으로 알기가 십상이다. 교묘한 문구로 현행법을 비껴나가는 이들의 홍보는 총선을 불과 7개월 남겨놓은 시점에서 더 경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일들은 현역 국회의원들에게는 좋은 기회이겠지만, 다른 총선 출마 예상자들에게는 불공평의 전형이다. 더욱이 새롭게 출발하려는 정치신인들에게는 앞에 커다란 바위가 놓인 것 같은 암담함이다. 자전거를 타고 저만치 앞서가는 경쟁자를 뛰어가서 따라잡기는 매우 어렵다.

 

이는 분명히 현역 국회의원들의 기득권을 보장해 주는 잘못된 것이다. 의정활동에 대한 보고서를 만들고 홍보하는 형태를 띠면서 이루어지는 이 같은 치적 홍보는 사실상 사전 선거운동이나 다름없다. 선거 기득권이다. 공정하지 않다.

 현역 국회의원들의 노고(?)를 인정한다고 치더라도 이 같은 홍보활동은 총선 선거일 1년 전부터는 금지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그것이 함께 경쟁하는 다른 후보들에게 불공정에 대한 불만을 다소 누그러뜨릴 수 있지 않을까.

 

요즘 우리사회는 불공정함에 사생결단이다. 사회 모든 분야에서 공정하지 않다는 의혹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 없이 곤욕을 치른다. 삭발의 일진광풍까지 몰고 온 조국 법무장관의 문제도 기실 불공정함에 대한 국민 비판을 업고 출발했다.

 

국회의원은 권한만 있고 책임질 일 없는 세상에서 가장 머리가 가벼운 직업이다. 모셔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몸은 피곤할 수 있어도, 불법으로 돈만 받아먹지 않는다면 업무상으로는 책임을 지지 않는 권력자다. 이런 권력자들이 현역이라는 기득권을 이용해서 자기만이 국회의원을 또 해 먹으려한다면 이 또한 정치권 금수저의 전형이요 불공정의 표본이다. 현역 국회의원들도 공정사회 요구 물결을 외면하지 말고 기꺼이 동참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에게는 많은 특권이 있다. 그러나 그 특권은 국민의 대변자로서 그 권능을 충분히 발휘하도록 하는 전제 아래에서 존재한다. 국회를 벗어나 지역구에서 당선을 위한 선거행위까지 특권과 기득권을 부여해 줄 이유는 없다.

 

우리나라는 국회의원들을 감시하는 제도가 없다시피 하다. 국회의원들이 스스로를 묶는 법을 만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율을 최대한 확보하고 있다. 누가 그들을 견제하고 감시할 것인가. 

 

기왕 말 나온 김에 이 법 하나만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떨까? 국회의원들이 업무일지(業務日誌)를 쓰게 하고, 이 업무일지를 선거관리위원회에 보고하고, 국민들은 그 업무일지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면 많은 세비(월급)을 받으면서 많은 권능을 갖고 있는 국회의원들을 일부라도 감시하는 효율성 있는 제도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도 국회의원들은 일정금액 이상 정치자금을 모금해서 사용하고 있으며, 이 부분은 정치자금법에 의거해 선관위에 신고하고 감사를 받아야 한다. 업무일지 작성도 이 같은 원리다. 

 

국회 송영길 의원이 인천시장 시절, 매일 매일 시정일기를 작성해 공개했다. 시장으로서 한 일을 빠짐없이 기재하는 것은 물론 특이한 시정(市政)이나 이슈에 대해서는 시장으로서 자신의 견해나 설명을 곁들이기도 했다. 시민들은 인터넷에 실시간으로 공개되는 시정일기를 통해 시장과의 소통도 하고, 인천시의 중요한 사정을 알아가면서 이해하기도 했다.

 

이런 정도는 아니지만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업무일지를 쓰면서 국민 대표자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 줄 때, 정치인들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감은 떨어지고 신뢰는 쌓여갈 것이 아닐까.

 

물론 국회의원들에게 족쇄를 채우는 악법이라는 평가와 냉소가 터져 나올 수도 있겠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이 요즘처럼 일하지 않으면서도 세비(歲費)로 불리는 월급을 꼬박꼬박 챙기고, 한편으로는 선거 기득권 등 갖고 있는 특혜를 버리지 않고 공정함의 대오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이 보다 더 한 법을 만들자고 덤빌지 모른다. 우리의 불쌍한 젊은이들이 회사 입사시험 때 보는 인성검사를 모든 국회의원 입후보자들에게 보게 하는 것 등등 말이다.

 

송금호 문화저널21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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