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섭의 복싱스토리] 김광선을 탄생시킨 복싱의 성지 군산

조영섭 기자 | 기사입력 2019/09/20 [19:36]

[조영섭의 복싱스토리] 김광선을 탄생시킨 복싱의 성지 군산

조영섭 기자 | 입력 : 2019/09/20 [19:36]

이번 추석명절 때 고향 군산에 내려가 모처럼 군산복싱협회 정대산 회장 김형권 전무와 오찬을 함께하며 군산복싱의 지난날을 회고하며 대화를 나눴다. 두 사람은  군산복싱의 부흥을 위해 일선에서 소리 없는 침묵으로 묵묵히 활동하는 복싱 전도사다. 

 

이들은 화려한 선수생활을 한 스타복서 출신은 아니지만 군산복싱 부흥을 위해 제1회 새만금배 대회를 의욕적으로 개최함으로써 낙후된 군산복싱에 새로운 장을 펼치면서 오랜 침체기를 경험한 군산복싱의 권토중래(捲土重來)를 위해 심혈을 기울여 왔다.

 

▲ 정대산 군산복싱 회장과 김형권 전무  © 조영섭 기자


군산시 선양동 905-10번지는 88서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김광선이 3형제 중 막내로 태어나 청소년기를 보낸 곳이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1948년 정부수립 후 한국복싱이 런던올림픽에 첫 출전한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서병란 △정신조 △박구일 △김광선 △전진철 △이승배 △김정주 △신종훈 △한순철 등 도합 9명의 복서가 올림픽에 2회 이상 출전한 주인공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데 이중 군산출신의 복서가 3명이나 배출됐다. 

 

중요한 것은 김광선, 전진철, 박구일 등 3명의 군산출신 복서가 선양동을 시발점으로 필자가 '올림픽공원'이라 명명한 낮은 능선이 포물선을 그리며 연결된 명산동, 오룡동, 삼학동 300m에 걸쳐 펼쳐진 이곳에서 나고 자랐다는 것이다. 이들이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금메달만 무려 15개를 수확했으니 가히 복싱의 성지라 부를만하다. 

 

▲ 70년대 중앙심판으로 활약하던 김완수관장 (사진=조영섭 기자)

 

사실 올림픽 대회 출전은 모든 종목의 선수가  갖고 있는 로망(roman)이다. 고대올림픽은 기원전 776년 전쟁으로 황폐해진 그리스 도시국가들이 신의제전이란 미명아래 골육상쟁(骨肉相爭)의 전쟁터에서 잠시 작전타임을 갖고 서로 무기를 내려놓고 휴전을 하기위해 고안된 것이다.

 

비극의 역사로 뒤범벅된 전쟁을 희극으로 반전시킨 것이 바로 성스러운 올림픽인 것이다. 이후 중간에 폐지된 올림픽을 1896년 재탄생시킨 인물이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그 유명한 쿠베르탱 남작이다. 

 

각설하고, 지금은 가칭 ‘올림픽공원’이라 불리는 자그만 능선에서 태어난 박구일(42년, 작고)은 64년 도쿄 올림픽(라이트 웰터급)과 68년 멕시코 올림픽(웰터급)에 출전했고, 66년 제5회 방콕 아시안게임(웰터급)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던 간판스타였다. 

 

▲ 라이타돌 김광선의 현역시절(우측) (사진=대한 체육회) 


84년 LA올림픽과 88서울올림픽에 출전한 김광선은 메이저대회(올림픽. 세계선수권. 월드컵)에서 최다 금메달(3개)을 획득한 한국 아마복싱의 상징적인 복서이고. 88년 서울올림픽(라이트 웰터급)과 92년 바로셀로나 올림픽(웰터급)에 출전한 전진철(67년, 원광대)은 동체시력(動體視力)이 대표선수들 중 가장 뛰어난 복서로 88년 인도네시아 대통령배와 90년 북경아시안게임. 서울컵에서 동메달을 목에걸었고 92년 제16회 아시아 아마복싱 선수권대회(웰터급)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국위를 선양했다 

 

2018년 제18회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남녀 대표팀을 통틀어 한국 복싱팀의 유일한 금메달을 선사하며 한국 여자복싱의 역사를 새로이 쓰고 있는 아시안게임 라이트급 금메달리스트인 오연지(90년. 인천시청)도 군산이 고향이다. 

 

오연지는 외삼촌 전진철이 운영하는 군산복싱체육관 에 놀러갔다가 복싱과 인연을 맺고 군산상고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복싱에 매진, 전국체전 7연패의 금자탑과 함께 국가대표로 발탁, 2015년과 2017년 아시아선수권대회를 2연패한 공로로 2017년 대한복싱협회 여자부문 최우수복서로 선정된 간판스타다.

 

▲ 올림픽 2회연속 출전한 전진철 관장과 최초의 여자복싱 금메달 오연지(사진=조영섭 기자)


'올림픽공원'이라 불리는 이 능선에는 프로야구 원년 도루왕인 해태 김일권과 최초의 한국시리즈 노히트 노런의 주인공인 태평양의 정명원, 그리고 동국대 4번타자 출신인 백인호와 한경수, 해태출신의 투수 조계현 등 야구와 복싱을 대표하는 수퍼스타들이 어우러져 살던 곳이다. 

 

이 능선이 끝나고 나면 지근거리에 66년 4월 강세철, 김기수, 강춘원, 이안사노에 이어 국내에서 5번째 동양챔피언에 등극한 이원석과 65년 아시아선수권 금메달리스트인 황영일, 66년 방콕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이자 68년 멕시코올림픽(플라이급) 대표인 서상영이 태어난 대명동이 보인다.   

 

이원석은 64년 도쿄올림픽 최종선발전(밴텀급)에서 정신조를 다운시키는 등 우세한 경기를 펼쳤지만 분패했다. 당시 그를 잡아준 이가 영화배우 최무룡·김지미 부부였다. 이들 부부가 이원석을 스카웃해 매니져 역할을 담당하며 지원하자  탄력을 받은 그는 8전(4승 3무 1패)째에 일본에 원정, 동양밴텀급 타이틀에 도전해 챔피언 아오키에 11회 KO승을 거두며 최무룡 부부에게 화답한다.  

 

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화려한 스타복서 출신은 아니었지만 김종철이란 복서는 고교졸업 후 중앙대 체육학과를거쳐 1979년 대한아마복싱 심판위원을 지냈다. 또한 장안중학교에서 체육교사로 재직하며 후학양성에 힘써 왔다. 

 

그는 제5회, 제6회 故 김명복박사배에서 중등부 단체상과 지도자상을 휩쓸며 대회2연패를 달성, 기염을 토한다. 이때 배출된 선수가 정해명(경희대), 나학균(한국체대), 김석호(수경사)등 이었다. 이후 그는 석관고에서도 신수영(한국체대)이라는 걸출한 복서를 탄생시키며 명성을 이어나갔다.

 

한편, 1955년 군산에서 체육관을 설립해 60년대 △박구일 △서상영 △황영일 △이원석 △김세일 △최병환 등을 발굴하고 조련한 중앙대 심리학과를 졸업한 김완수(29년, 홍성)군산체육관 관장은 선수들의 심리를 잘 파악해 같은 물감이라도 무명베에 들이는 것과 비단에 들이는 것이 색감이 각기 다르듯이 선수들의 체형과 스타일에 맞게 세심하게 지도하며 기적의 퍼포먼스 행진을 펼치며 양적, 질적으로 비약적인 성과를 올린다.

 

▲ (좌측부터) 김종철교사, 김완수 관장, 82년 아시아선수권 금메달 김현호, 김의진 (사진=조영섭 기자)  

 

결국 공로가 인정된 김완수 관장은 복싱인으로는 최초로 △신동파(농구) △오정용(레슬링) △최홍희(태권도) 등과 함께 68년 제6회 대한민국 체육대상(복싱 부문)을 수상하면서 당시 30만원의 포상금을 받는다. 그는 69년도엔 제1회 아시아 아마복싱 대표팀에 코치로 활약하며 고생근(플라이급)의 금메달 획득에 일조했고, 71년도엔 대한 아마복싱연맹 이사로 임명돼 한국아마복싱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올림픽공원'이라는 골드라인을 벗어난 변방(?)에 칩거하는 복서들 중에도 국가대표급인 김원전·조규남·곽동성·김완수(원광대), 김만호·김현호·전일선(한국체대)과 1회·3회 서울컵에서 금과 은을 합작한 오영호·강형석(군산대) 82년 아시아선수권 금메달 김의진(군산대) 62회 전국체전 금메달 황동용(한국유리) 한국 주니어 웰터급 챔피언 이동복 등이 잇따라 탄생했다. 

 

또한 55년 1월, 전북 군산시 옥구군 옥산면 당북리 에서 이동석 옹의 아들로 태어난 이덕구는 부친의 타계와 모친의 재가 이후 개명, 천호상전 시절 복서로 전환해 78년 6월 제2회 김명복배(라이트급) 결승에서 장윤호(남산공전)를 꺽고 우승을 차지했다. 같은 해 12월 프로로 전향한 그는 82년 11월 14일 WBA라이트급 챔피언 레이 멘시니와 타이틀전에서 불꽃투혼을 발휘하며 일전을 치르다 장렬하게 산화했다. 비운의 복서 김득구, 그도 군산 출신이다.   

 

군산 스포츠의 센터라인 ‘올림픽 공원’은 각 종목 군산스포츠 스타들에게 올림픽 금메달을 끌어당기는 자석(磁石) 역할을 톡톡히 해서인지 92년 바로셀로나 올림픽 베드민턴 혼합복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군산여고 출신의 정소영, 2004년과 2008년 올림픽에서 양궁에서만 금메달 3개를 획득한 박성현(군산 월명중-전북체고) 2002년 시드니 올림픽 야구 결승에서 쿠바를 꺽을 때 막판 역투한 정대현(당시 경희대)도 바로 군산상고 출신의 투수였다. 

 

부디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올림픽공원'의 정기를 받은 군산 출신 여자복싱의 히로인 오연지 선수의 선전과 최초의 올림픽 여자복싱 메달을 기대해 본다. 

 

조영섭

문화저널21 복싱전문기자

 

현) 서울복싱연맹 부회장

현) 문성길복싱클럽 관장 

 

 

전) 82년 로마월드컵 대표선발전 플라이급 우승

베냐민 19/09/20 [20:27] 수정 삭제  
  한국 복싱의 역사를 보는 것 같습니다 조영섭 관장님 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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