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금호 칼럼]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삭발과 단식

송금호 | 기사입력 2019/09/16 [09:09]

[송금호 칼럼]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삭발과 단식

송금호 | 입력 : 2019/09/16 [09:09]

가끔 TV드라마를 보면서 불편함을 느낀다. 내용이 비현실적이고 엉터리라서가 아니다. 드라마 속 배우가 운전을 하면서 옆 좌석의 다른 배우를 바라보는 장면이 불안감을 준다. 운전자가 앞을 바라보지 않고 옆 사람을 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시청자들은 사고가 날까 조마조마해 한다. 드라마이니 사고가 날 리가 만무하지만 현실처럼 착각하고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드라마 연출가는 이런 심리적 반응까지 계산에 넣고 일부러 시청자들에게 불안감을 주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 얻는 것이 있다면 스토리의 밋밋함을 짜증스러워하는 시청자들을 위해 긴장감을 연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런 시청자들의 불편함을 모르지는 않을 텐데, 드라마마다 이런 장면을 보이는 것은 뭔가 속셈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설마, 사람들의 민감한 심리를 드라마 구성 요소로 삼고 있는 연출가가 이런 얄팍한 수를 쓰지는 않겠지 하면서도 영 개운하지가 않다.

 

이런 드라마 장면보다 더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요즘 횡행한다. 정치인들의 꼴에 맞지 않는 행태들이다. 조국 장관 임명을 두고 여권과 극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일부 정치인들의 단식과 삭발이 그 것이다.

 

단식과 삭발은 과거 독재정권에 항거하던 야당 정치인과 학생들의 투쟁 수단이었다. 일제강점기에 독립투사들이 옥중에서 목숨을 건 투쟁도 단식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전두환 독재정권에 맞서 5.18 광주 민주화 운동 3주년 기념일인 1983년 5월 18일부터 그 해 6월 9일까지 단식 농성을 벌여, 가택연금 해제를 얻어 내고 민주화 투쟁에 불을 붙인 사건은 압권이었다. 대구 천성산 도롱뇽 단식을 전개한 지율스님의 투쟁도 유명했다.

 

KBS가 김인규 사장 시절인 2011년에 이승만 전 대통령 관련 다큐멘터리를 방송하자 독립운동단체와 4.19단체, 한국전쟁유족회 및 시민 사회 언론단체로 구성된 ‘친일 독재 찬양방송 저지 비상대책위원회’가 “독재자 이승만 찬양방송 중단과 KBS 김인규 사장은 퇴진하라”면서 릴레이 단식 투쟁을 벌인 일도 있었다.

 

이처럼 단식 투쟁은 누가 보더라도 불합리하거나 공정하지 못한 사안에 대해 약자로서 목숨을 걸고 나서는 극한의 저항이자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단식 투쟁이 사적 이익을 위한 경우도 있지만, 저항과 항변의 수단이 없는 약자로서 마지막 수단의 한 방법이기도 하다.

 

삭발 투쟁도 역시 약자의 저항 수단이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삭발 투쟁의 역사도 많다. 지역 주민들의 생존권과 환경권을 지키기 위한 삭발 투쟁도 심심치 않다. 작년 2월에 경북 문경시 마성면 주민들이 퇴비공장에서 나오는 악취로 고통을 받아 오다가 참지 못하고 삭발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요즘 뜬금없는 야당 일부 정치인들의 삭발과 단식은 실소를 자아내기도 하면서 괜히 시민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그들이 내세우는 삭발과 단식의 이유는 정치적 사안이라서 객관성과 공공성도 없다. 스스로 받는 고통도 없어서 명분또한 없다.

 

무소속 이언주 의원은 ‘민주주의 사망’이라는 이유를 내 걸고 삭발 투쟁에 들어갔다. 효율적 측면을 차치하고, 역대 가장 민주적인 정부에 대해 ‘민주주의 사망’이라는 이유를 내건 것은 정치적으로 그를 지지하는 사람 빼고는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 의원은 과거에도 사회적 약자인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와 학교 조리사를 비하하는 언사를 한 전력(前歷)도 있는 분이다. 평소 민주주의를 위한 행위에 전력(全力)을 다 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 의원이다. 그런 분이 조국 장관 임명으로 시민들 간 찬반의 대결로 혼란한 정국이 터지자 기회다 싶어 삭발까지 하는 것은 내년 총선을 앞 둔 존재감 과시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이언주 의원에 이어 박인숙 자유한국당 의원도 삭발 투쟁에 들어갔으며, 같은 당 이학재 의원은 지난 15일부터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 이 의원은 “성난 민심을 받들어 조국(법무부장관) 퇴진과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조국(장관)과 문재인 정권의 폭주를 막지 못하면 국민은 개, 돼지로 전락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국정농단사건으로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 후보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또, 국민들을 개, 돼지로 표현한 사람은 실제 박근혜 정부 때 정부 고위공직자였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을 하면서 탈당을 했다가 다시 자유한국당에 입당했다.

 

시민들은 이들 의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응원과 박수를 보내기보다는 그들의 단식과 삭발이 국민들을 위한 명분을 앞세워 사실은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좀 더 세워보려는 얄팍함이라고 생각하면서 불편해하고 있다. 딱히 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시민들도 그저 냉소적이다.

 

여성에게 있어 삭발이라는 것은 수치심과 여성스러움을 던져 버리는 극 한 투쟁의 한 방편으로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고 행동이다. 단식은 물론 목숨을 거는 일이다.

 

그렇기에 이런 투쟁에는 반드시 그 명분이 뚜렷하고 객관적이어야 하고, 의도도 순수해야 한다. 보여주기를 위한 것이거나 특정 정당 또는 개인 정치인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벌이는 삭발이나 단식은 동조자에게서는 박수를 받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에게는 심기를 불편하게 하면서 냉소를 자아내게 할 뿐이다.

 

드라마 속 운전자가 앞을 보지 않고 옆을 보면서 운전하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불안하게 해서 불편스럽게 하지 않았으면 한다. 마찬가지로 정치인들이 턱없는 이유로 삭발과 단식을 하면서 시민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 말았으면 한다. 시민들은 그렇지 않아도 연일 터지는 일본 제국주의 부활의 전조(前兆)를 알리는 소식에 심히 불편하다. 

 

송금호 문화저널21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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