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묵은 무씨 / 이상호

서대선 | 기사입력 2019/09/16 [08:41]

[이 아침의 시] 묵은 무씨 / 이상호

서대선 | 입력 : 2019/09/16 [08:41]

묵은 무씨

 -어머니 말씀.2

 

1. 

 텃밭에 심은 가을무 여러 포기에 꽃대가 올라왔다. 가

을무가 꽃을 피우는 걸 보지 못했는데 난데없이 꽃대가

올라와 이 놈 저 놈 뽑아보니 하나같이 뿌리가 실하지 않

았다. 왜 그런지 어머니께 일러바쳤더니 너무 오래 묵은

씨앗은 그럴 수 있단다.

 

 싹 틔울 날을 얼마나 고대했으면

 저렇게 철없이 꽃을 피워 올렸을까?

 대대손손 이을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으면

 때도 없이 냅다 꽃대부터 밀어 올렸을까? 

 

# '출산율 0명대'. 이대로 한 두 세기가 흐르면 수 천 년 역사를 지닌 대한민국이 지도에서 사라지게 되는 걸까? 상상만 해도 등골이 서늘해진다. 2019년 8월 28일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2018년 출생 통계’에서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98명으로, 사상 처음 1명 밑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한국은 중국의 행정 자치도시인 마카오를 제외하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합계출산율이 ‘0명’대인 나라가 되었다고 보고되었다. 일반적으로 인구유지에 필요한 합계출산율은 2.1명으로 본다. 통계청 관계자는 “혼인 건수와 가임 여성의 수가 줄면서 출생아 수도 같이 감소하고 있다”고 했다.   

 

“가을무가 꽃을 피우는 걸 보지 못했는데 난데없이 꽃대가/올라와“, ”왜 그런지 어머니께 일러바쳤더니 너무 오래 묵은/씨앗은 그럴 수 있단다.“ ”대대손손 이을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으면/ 때도 없이 냅다 꽃대부터 밀어 올렸을까?“  

 

모든 유전자는 개체를 희생 시켜서라도 자신의 자손을 남기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의 명령을 따르는 “묵은 무씨”의 생존의 무게가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이기적 유전자’의 명령까지도 저버릴 만큼 자손을 낳고 싶지 않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출산율 0명“의 시간들이 계속 된다면, 우리가 사는 이 땅에는 어떤 생명들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갈까?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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