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노래 할머니 / 강수성

서대선 | 기사입력 2019/09/02 [09:33]

[이 아침의 시] 노래 할머니 / 강수성

서대선 | 입력 : 2019/09/02 [09:33]

노래 할머니

   -시장에서〮∙ 4

 

이른 아침부터 늦저녁까지

노래 테이프를 틀어놓고

채소를 파는 할머니.

 

엄마는 꼭 그 가게에서 채소를 사 와요

다른 가게보다 채소들이 훨씬 싱싱하다고 해요.

 

노래를 들으며

무는 발 밑 저 아래로 흐르던

맑은 물소리를 들었을 테고

배추는 그 낮은 키로 저 높은 곳 하늘을 날던

새들의 고운 목소리를 들었을 거예요.

 

오늘도 엄마는

그 가게에서 채소를 사 왔어요

다른 가게보다 양도 훨씬 많다고 해요.

 

노래를 들으며

할머니는 옛날 고향 밭둑의

종다리 노래를 들었을 거예요.

 

# 식물도 음악을 들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식물의 귀는 어디에 있을까. 식물은 온 몸이 귀라고 볼 수 있다. 음파가 식물의 세포를 두드리면 세포벽이 자극을 받아 세포막을 흔들어 주게 되어 기공을 열고 가스교환과 영양분 흡수가 더욱 잘 일어난다고 한다. 식물도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자라면 병에도 덜 걸리고 해충의 피해도 적어서 농약을 훨씬 덜 뿌려도 된다고 한다.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자란 채소와 과일은 맛이 더 좋아지며 우리 몸에 좋은 생리활성 물질까지 더 많이 생성한다고 한다. 그린음악(Green music)농법에서 추천하는 농사법이다.

 

“이른 아침부터 늦저녁까지/노래 테이프를 틀어놓고/채소를 파는 할머니”. “엄마는 꼭 그 가게에서 채소를 사”오시는 데, “다른 가게보다 채소들이 훨씬 싱싱하다고”하신다. 음악이 갖는 힘은 ‘수술도구가 닿지 않는 깊은 곳으로부터, 약물처방이 관여하지 못하는 범위의 원초적인 개선’을 꾀하는 치료법이기도 하다. 음악은 정신과 신체건강을 복원(rehabilitation) 시키고 유지(maintenance)하며 향상(habilitation)시켜 준다. 음악은 단조로운 노동이 반복되는 작업장이나 대합실 등에서 스트레스를 완화 시키는 데도 효과가 있다. 

 

재래시장 한 귀퉁이 채소가게에서 종종거리며 채소를 다듬고, 언제 올지 모르는 손님을 기다리는 일은 힘들고도 외로운 노동이다. “이른 아침부터 늦저녁까지” 노래 테이프를 틀어 놓고 “노래를 들으며/할머니는 옛날 고향 밭둑의 종다리 노래”를  불러낸다. 햇살이 퍼지던 밭둑 위로 아른 거리던 아지랑이, 친구들과 깔깔거리며 나물 뜯던 밭둑을 지나던 바람 소리, 하늘 높이 날아오르며 봄을 노래하던 종다리 같던 시절 속에서 마음의 위로를 받는 동안, 고향을 떠나 낯선 곳에 쌓여있는 채소들도 “무는 발 밑 저 아래로 흐르던/맑은 물소리를” 추억하고 “배추는 그 낮은 키로 저 높은 곳 하늘을 날던/새들의 고운 목소리를 들으며” 할머니와 함께 고달픈 하루를 씩씩하게 건너고 있는 것이리라.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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