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불찰不察 / 박호영

서대선 | 기사입력 2019/08/05 [08:11]

[이 아침의 시] 불찰不察 / 박호영

서대선 | 입력 : 2019/08/05 [08:11]

 

불찰不察

 

입동 지나

집 앞 감나무에서 떨어진

감잎 하나

 

잎맥 사이 새겨진

무수한 비바람과 햇빛의 자취

 

내 곁에 있어도

미처 살피지 못했던

감잎의 일생 

 

# “내 곁에 있어도/미처 살피지 못했던” 반려자. 찻잔 받쳐 든 손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앙상하게 드러난 “잎맥" 같은 손등 위로 실핏줄과 주름살과 검버섯이 얼룩져 있다. 젊은 날 희고도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의 섬세한 움직임에 마음이 설레기도 했었는데...  

 

가족이니 모든 걸 이해해 줄 거라며, 밖에서 만나는 약속을 우선순위에 놓고, 사회적 관계에 더욱 신경을 쓰느라 가장 소중하게 챙겨주고 지켜 주어야 할 “곁의” 사람은 언제나 다음으로 미루었었다. 정작 볼꼴, 못 볼꼴 당하며 힘들어 했을 때 언제나 곁에 있어준 사람은 자신의 반려자 아니었던가. 그동안 묵묵하게 그 외로움을 어떻게 견딜 수 있었을까? 모두 자신의 ”불찰不察”인 것만 같다. 

 

오래 함께 산 부부는 어딘가 닮아 보인다. 그 이유는 ‘변연계(limbic system)의 공명’ 현상으로 설명 될 수 있다. 오랜 기간 함께 생활을 하게 되면 생체리듬, 수면과 기상 주기, 면역체계도 비슷해진다고 한다. 서로간의 호르몬의 수치도 동화되고 유지되어 감정이나 꿈, 소망도 같아지고, 세상을 바라보고 지각하는 방식도 닮아간다고 한다. 즉, 감정신호가 대뇌 신피질을 통해 변연계를 자극하면 변연계는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표정과 몸짓, 말 등을 상대의 감정에 코드를 맞추어 표현하게 된다고 한다. 당신 곁에서 묵묵히 함께한 반려자에게 더 잘 해주지 못해 안쓰러워 그것이 자신의 “불찰不察”이라고 느낀다면, 그저 묵묵히 손을 잡아 주고 다정하게 바라봐 주면 어떨까.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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