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분양가상한제, 심리정책도 중요하죠"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최승섭 부장

최재원 기자 | 기사입력 2019/07/23 [17:54]

[인터뷰] "분양가상한제, 심리정책도 중요하죠"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최승섭 부장

최재원 기자 | 입력 : 2019/07/23 [17:54]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우리 경제 상황을 망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해서 언론 등을 통해 제기되고 있다. ‘나는 왜 집을 살 수 없을까?’라는 막연한 질문에 언론들은 정부의 과도한 대출 규제를 탓하면서도 행여 건설 경기가 침체될까 ‘분양가가 비정상적으로 비싸다’라는 단촐하면서도 원시적인 문제제기는 쉽게 찾기 어렵다.

 

최근 경실련은 시민단체로는 유일하게 보유세, 다주택, 분양가 문제를 공격적으로 다루면서 바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23일 오후 경실련 회의실에서 만난 최승섭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부장의 “내일도, 내일모레도 기자회견이 잡혀있어요. 광교신도시 개발이득과 3기 신도시 강행에 관한 내용이에요”라는 말을 끊고 분양가상한제에 대한 생각을 단촐하게 물었다.

 

▲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최승섭 부장  © 최재원 기자

 

▶ 분양가상한제, 반발이 심하다.

 

‘건설 경기가 살아야 경제가 살고’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결국, 집값은 상승하는데 분양가상한제로 경제가 침체할 것이라는 우려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집값이 급격히 올랐다. 같은 기간에 경제성장률이 그만큼 올랐을까? 가구의 구매 여력이 늘었나? 절대 그렇지 않다. 집을 보유한 사람들의 자산만 증가했다. 

 

집 없는 사람이 전체 인구의 45%다. 집이 있더라도 대부분 대출상품을 끼고 있다. 비정상적으로 집값이 오르는 부분은 가계소득증가,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언론, 연구소 등에서는) 건설 경기만을 가지고 이야기한다.

 

▶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거래가 있어야 한다. 

 

정부가 지속해서 저렴한 주택이 나오게 할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정부가 계속해서 새로운 공급을 해야 하는 데 한계가 많다. 핵심은 기존에 있는 다주택자 매물이 시장에 나오게 하는 것이다. 다주택자에게 보유세 부담을 주거나 집값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하는 인식을 던져야 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시장의 신뢰를 많이 잃었다. 정부가 분양가 이야기를 하고 있어도 언론이나 국민 등 아무도 믿지 않는다. ‘내년 총선이 있는데 정부와 여당이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라는 논리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이 대단했다. 집값을 안정시키고 단기간 매물이 나오게 하는 요인이었다. 당시 다주택자들에게 ‘집을 팔지 않으면 손해를 보겠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강남 세곡, 자곡동에 평당 970만 원에 아파트를 공급했다. 물론 현재는 10억 원대를 넘는 시세로 결국 로또가 되어 버렸지만, 공급을 중단한 부작용 때문이지 효과는 분명했다. 무서웠던 게 이명박 정부가 강남에 평당 1000만 원을 시작으로 수도권에만 이런 주택을 150만 호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처음엔 아무도 믿지 않았는데, 정작 공급이 시작되니 사람들이 이명박 정부가 진짜로 할 것 같다는 공포감을 심어줬다.

 

실제로 2010년 보금자리주택이 사전예약되던 월별 주택 시세를 살펴보면 집값이 내려가기 시작했다. 

 

▶ 심리적 요인이 중요하다는 건가?

 

심리적 요인에 분양가상한제로 분양가가 높아지는 것을 막고, 여러 복합적인 부동산 정책들이 맞물렸다. 하지만 결국은 분양가다. 2011~2012년 지금의 여당이 국회에서 보금자리주택의 공급을 막았다. 로또라는 이유에서다. 당시 국회는 주변 시세보다 몇 % 이하로는 분양하지 못하도록 법을 제정했다. 

 

보금자리주택이 흐지부지되면서 신도시 공공분양 아파트 수준으로 전락했다. 초이노믹스라고 규제를 푸는 데 집중하자 기존 아파트들이 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대출, 청약 규제가 풀렸음에도 상승 폭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때 분양가 상한제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 분양가 상승을 막으면 아파트 품질이 저하될 것이라는데

 

전국 어디에 짓던 건축비는 똑같은 게 정설이다. 같은 유명 건설사 아파트면 강원도에 짓던, 서울에 짓던 원가가 차이 날 수 없다. 그런데도 서울 건축비가 유독 비싸다.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분양가 상한제가 필요한 것이다.

 

▶ 공급물량 축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가 3기 신도시를 반대하고 있지만, 공급이 필요 없다는 논리는 아니다. 누구를 위한 공급이냐가 본질이다. 현재 정책으로는 결국 다주택자가 이득을 볼 수 있는 구조다. 과거 분양가상한제 시절 애초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공급은 꾸준, 아니 증가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부동산 경기가 침체했다고 하지만 아파트 인허가는 계속 증가해 유례없을 분양물량을 쏟아냈다. 2015년도 이후 분양가 상한제가 풀렸지만, 오히려 물량은 줄었다. 분양가상한제와는 상관관계가 없다.

 

국내 상위 10위에 드는 건설사 매출의 절반은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올린다. 해외에서 구멍 나는 손실을 국내에서 메꾼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건설사가 공급을 의도적으로 줄일 수 없는 이유다.

 

© 최재원 기자

 

▶ 지금의 공공택지 공급에도 문제가 많이 있어 보인다

 

공공택지는 무조건 무주택자 중심으로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 청약제를 손봐서 무주택자에게 유리해졌다지만 다주택자가 들어갈 구멍은 얼마든지 있다. 전매제한 기간도 기껏 3~4년인데 청약을 받은 사람들이 결국 차익을 남기고 주택을 팔게 되는데, 결국은 이게 또 다주택자에게 간다. 2기 신도시에서 나타난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 공공택지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있나?

 

허무맹랑할 수 있지만, 토지임대부 주택을 제시하고 싶다. 분양이나 임대가 아닌 토지와 건물을 분리해 분양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내 집 마련을 하나의 인생계획에 넣고 있는 만큼 공공토지는 공공이 보유하고 건물만 매입할 수 있는 개념을 도입해 분양가를 낮추는 형태다.

 

당장 공공택지였던 북 위례 힐스테이트만 봐도 30평형대 분양가가 7억 원대였다. 40% 대출 가능 시 약 4억 원 이상의 현금이 있어야 청약을 넣어볼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이미 서민은 살 수 없는 그들만의 로또가 됐다.

 

반면 토지를 임대로 돌리고 건축비만 적용하면 평당 450~500만 원, 건물만 1억 5천만 원이면 충분히 분양받을 수 있다. 토지임대료만 별도로 내면 내 집 마련이 가능해진다.

 

▶ HUG(주택도시보증공사)가 분양가를 통제하는 것처럼 비춰진다

 

HUG는 분양보증을 해주는 곳이지 통제하는 기관이 아니다. HUG가 실질적으로 분양가를 통제할 수 있게 된 이유는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시도하기 싫어서 역할을 떠맡게 된 것이다. 결국, HUG가 분양가 인상 명분을 줬다.

 

HUG가 분양가를 통제하는 것처럼 비쳐 분양가상한제를 두고도 지금처럼 HUG가 통제하면 되는데 뭐하러 상한제를 도입하느냐는 이상한 반대 논리가 나올 수 있게 된다. HUG의 보증승인이 적정 분양가로 통제되는 것처럼 호도되는 일은 잘못됐다.

 

문화저널21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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