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소 독점한 KT&G의 이상한 ‘국산담배 프리미엄’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19/07/02 [09:19]

휴게소 독점한 KT&G의 이상한 ‘국산담배 프리미엄’

박영주 기자 | 입력 : 2019/07/02 [09:19]

본격적인 여름휴가철이 다가오면서 휴게소를 이용하는 국민들이 늘어가는 가운데, 전국 휴게소에서 KT&G의 담배만 판매해 소비자 선택권이 침해받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휴게소에서는 ‘외산담배는 취급하지 않는다’며 한국필립모리스의 말보로‧히츠(아이코스 전용스틱)나, BAT코리아의 던힐‧네오(글로 전용스틱)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작 국산으로 불리는 KT&G의 외국산 담뱃잎 수입량은 80% 가량에 달하고, 외산으로 불리는 한국필립모리스와 BAT코리아는 국내에 위치한 양산공장과 사천공장에서 지역출신 한국인들이 직접 담배를 제조하고 있어 사실상 100% 국산담배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다. 

 

국내 담뱃잎 농가에서는 외국 브랜드 담배들이 국산 담뱃잎을 아예 구입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업계 내에서는 KT&G가 국내산 연초를 독점적으로 구입해가는 바람에 국산 담뱃잎을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KT&G는 나날이 국내산 담뱃잎 비율을 줄여가면서 ‘국산담배 프리미엄’의 이유를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 서울 인근의 한 고속도로 휴게소의 담배진열대. KT&G의 담배만 있을 뿐 한국필립모리스나 BAT코리아의 담배는 찾아볼 수 없었다.   © 박영주 기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는 왜 KT&G 담배만 팔까 

외국담배 파는 휴게소는 3곳, 이인·탄천·영종도 휴게소

2015년 KT&G 불공정거래 시정명령에도 관행 돼버린 '독점'

잎담배 생산하는 협동조합, 외국담배 파는 휴게소 찾아가 규탄행동

  

28일 기자가 찾은 경부고속도로 서울 만남의광장 휴게소에서는 일명 ‘외국담배’를 구입할 수 없었다. “던힐 주세요”라는 기자의 요청에 직원은 “저희는 외국담배는 팔지 않습니다”라고 답했다. 

 

담배를 피던 한 시민을 상대로 휴게소에서 외국담배를 팔지 않는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질문하자 “솔직히 독과점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라며 “원래 피던 담배가 있는데 살 수 없으니 불편하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데도 왜 휴게소서는 판매를 안하는지 모르겠다며 KT&G와의 유착관계일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하나하나 꼼꼼히 뜯어보면 KT&G와의 유착관계라는 이야기가 단순히 우스갯소리로 그치지 않을 가능성도 매우 농후하다. 

 

현재 전국 휴게소에 KT&G제품이 공급되고 있지만, 외국계로 분류되는 한국필립모리스의 제품이 납품되는 휴게소는 단 3곳에 불과하다. △이인 휴게소 △탄천 휴게소 △영종도 휴게소가 그러한데, 3곳은 모두 민간자본이 투입된 민자 휴게소다. BAT코리아의 제품은 전국 휴게소 어디에서도 판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측에 취재해본 결과 한국도로공사에서 관리하는 휴게소 중에서는 외국담배를 판매하는 곳이 민자인 ‘옥천 만남의광장 휴게소’가 유일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몇년째 휴게소에서도 외국 담배를 팔도록 하라는 민원이 올라오는데도 바뀌지 않는 현실에 한국도로공사가 의도적으로 외국 브랜드 담배를 배척하고 KT&G와만 거래한다는 의혹까지 나오는데 이에 대해 한국도로공사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부인하고 나섰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담배 판매에 대한 권한은 우리에게 없다”며 “휴게소를 운영하는 업체들이 선정하고 공사에 보고를 하는 형태인데다가 특정 업체의 제품만 판매하라고 하는 것은 공정거래법 위반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 해명했다. 

 

한국도로공사의 해명을 믿는다면 KT&G와 독점적 계약을 맺으며 업체 밀어주기를 시도하는 쪽은 휴게소 운영업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4년 전인 2015년 공정거래위원회는 KT&G가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 자사 제품만 취급하도록 했다며 KT&G를 상대로 시정명령을 내리고 2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당시 KT&G는 고속도로 휴게소 매점을 운영하는 업체들과 이면계약을 체결해 자사 제품을 취급하는 대가로 휴지통이나 파라솔·TV 등의 물품지원을 하는 등 불공정거래를 일삼았다. 4년이 지난 지금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KT&G 제품만 유통된다는 점은 보이지 않는 불공정거래에 대한 의혹에 힘을 싣는다. 

  

휴게소를 운영하고 있는 업체들에게 물어본 결과, 과거에는 인센티브가 있었지만 지금은 위험(Risk)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8년 엽연초생산협동조합 소속 조합원 200여명은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에 위치한 덕평자연휴게소 정문에서 외산 담배 퇴출을 외치며 결의대회를 진행한 바 있다. 이들은 “국내산 잎담배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외산담배를 휴게소에서 팔게 되면 농민이 피해를 입게 된다”며 정부가 운영하는 휴게소에 외산담배가 판매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업체들로서는 휴게소에서 외국 브랜드 담배를 팔고 싶어도 해당 조합원들의 단체행동이 두려워 섣불리 말보로나 던힐 등을 판매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휴게소 운영업체 관계자는 “굳이 특정업체와만 계약을 하겠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외국 담배업체와 계약을 하면 조합원들이 찾아와서 시위를 한다고 하더라. 어떤 휴게소에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외국담배) 제품을 팔려고 하겠느냐”라고 말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무시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토로했다.

 

해당 조합원들이 어디서 정보를 얻어 휴게소들을 상대로 단체행동에 나서는지는 알수 없지만, 일선 휴게소들은 이러한 단체행동에 대해 상당히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었으며 최대한 논란을 만들지 않으려고 기존 운영방식을 고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착 아닌 유착, 관행으로 굳어져버린 유착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선 지속돼오고 있는 상황이다. 

 

▲ 경상남도에 위치한 한국필립모리스의 '양산공장'(왼쪽)과 BAT코리아의 '사천공장'의 모습.  (사진제공=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


허상 뿐인 KT&G의 '코리아 프리미엄'

말보로·던힐 전부 국내 공장에서 생산되는 '국내산'

외국 잎담배 수입해 국내제조는 똑같은데 여전한 차별

 

여기에 더해 KT&G의 국산담배 프리미엄이 신뢰를 잃었다는 점 역시 휴게소에서 이뤄지는 지나친 '코리아 프리미엄' 의혹에 힘을 싣는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담뱃잎은 KT&G가 전량 매수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KT&G라고 해서 모든 담배에 국내산 담뱃잎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여러 국가에서 생산된 담배로 최적의 블렌딩을 하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맛과 향을 내기 위해 외국산 담뱃잎을 대량 수입해 제품에 사용한다. 이는 한국필립모리스나 BAT코리아도 마찬가지다.

 

현재 엽연초생산협동조합이 '외산담배'라고 부르는 한국필립모리스와 BAT코리아의 담배는 사실 '외산'이 아닌 '국산' 담배다. 외국에서 원료를 수입해왔다고 하더라도 국내에 위치한 공장에서 한국인이 제조한 담배는 엄연히 국산담배로 분류될 수밖에 없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양산공장에서, BAT코리아는 사천공장에서 지역인재들을 고용해 담배를 생산하고 있는 업체들은 브랜드 자체는 외국 브랜드일지 몰라도 국내에 유통되는 제품들은 엄연히 메이드 인 코리아, 국산이라는 것이 이들 업체의 설명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필립모리스와 BAT코리아가 국산 담뱃잎을 구입하지 않는 배경에는 KT&G와 엽연초생산협동조합 간의 독점적 관계가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에 공장을 보유한 업체들이 국산 담뱃잎을 사려고 해도 KT&G가 수매권을 독점하고 있어 구입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국필립모리스 측에서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담뱃잎을 구입하기 위해 수차례에 걸쳐 조합에 컨텍을 진행해왔지만, 조합이 이를 거부하고 KT&G와의 거래만 지속해왔다며 "우리도 국내에서 생산되는 담뱃잎을 구입하고 싶고 얼마든지 협상할 의지가 있다"고 답답함을 표했다. 

 

BAT코리아 역시 사정이 다르지는 않다. 2002년 BAT코리아 사장은 "담배의 원료인 잎담배는 물론 각종 원·부자재를 최대한 한국에서 조달하고 현지 고용인원도 크게 늘릴 방침"이라 밝혔는데 실제로 담배에 투입되는 다른 부자재들을 사천공장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어 조달할 뿐만 아니라 사천지역 출신의 인재들을 250명 추가채용하며 약속을 지켰다. 잎담배만 현재 KT&G에서 전량 수매해서 쓰는 바람에 구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담뱃잎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KT&G에만 담뱃잎을 판매하고 있으며, 해당 업체들이 외국 브랜드 제품이 입점한 휴게소로 찾아가 규탄행동을 벌여 KT&G 제품만 판매할 것을 요구하는 행동은 일반 소비자들이 보기엔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이다. 

 

더욱이 최근 국내시장을 기반으로 몸집을 불려 해외진출을 노리고 있는 KT&G는 커지는 몸집과 반비례하게 국산 담뱃잎 사용량을 줄여가고 있는 실정이다. 국정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1년까지만 해도 75%였던 KT&G의 국산 잎담배 비중은 2005년 67%, 2009년 50%, 2013년 37%로 쭉쭉 떨어졌다. 지금은 더 많이 떨어져 20%도 채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정평이다. 

 

수출이 이뤄지는 KT&G의 궐련형 전자담배 스틱의 경우, 전세계적으로 동일한 맛과 향을 유지해야 하는 만큼 생산가능 물량이 적고 가격이 2~3배 높은 국내산 담뱃잎은 사용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사실상 '코리아 프리미엄'을 내세울 명분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20년 전과 달리, 이미 국내에 유통되는 담배 제품들은 외산이냐 국산이냐의 경계가 완전히 허물어지고 전량 국산이라 부를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선 휴게소가 '외산 제품은 판매하지 않는다'며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은 대의명분을 완전히 잃은 모양새다.

 

관행이라 말하기에는 명분이 사라졌으며, 유착이라 말하기에는 확실한 인센티브가 없는 현 상황에서 휴게소의 해묵은 '국산사랑'은 담배를 구입하는 소비자들로부터 날선 비난만 받고 있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바닷가저녁놀 19/07/02 [10:04] 수정 삭제  
  담배 안 파는게 정답이고 KT
지뿡이 19/07/02 [10:04] 수정 삭제  
  오랜만에 담배관련 기사다운 기사 읽어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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