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요원해진 '전두환 추징' 기만술에 넘어간 검찰

보란듯 미술시장에 전두환 은닉 미술품리스트 돌아

최재원 기자 | 기사입력 2019/06/26 [16:13]

[단독] 요원해진 '전두환 추징' 기만술에 넘어간 검찰

보란듯 미술시장에 전두환 은닉 미술품리스트 돌아

최재원 기자 | 입력 : 2019/06/26 [16:13]

대한민국 대통령을 지냈던 전두환 씨는 12·12사태 및 5·18사태로 인해 반란수괴 등의 혐의로 무기징역을, 비자금 사건으로 인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 등으로 추징금 2205억원을 선고받은 인물이다.

 

그는 무기징역에 대해서는 사면을 받았고, 추징금 환수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전두환 씨는 그간 29만 원밖에 없다며 강제집행을 거부해왔지만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6월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추징금 환수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추징법이 발의된지 6년이 지난 현재까지(올해 3월 기준) 1174억9700여만원이 환수됐고, 추징금의 46.7%인 1030억300만원이 미납상태다. 박근혜 정권 당시 검찰이 추징금 전액을 확보했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추징금 환수 작업이 사실상 멈춘 상태에서 미술시장에서는 보란듯이 전두환 씨가 소유하고 있다는 (판매를 위한·현금화)미술품 리스트가 공공연하게 거래되고 있다.

 

추징금 전액을 확보했다던 검찰은 어째서 잔금을 추징하지 못하고 있는지, 앞서 확보했던 경기도 오산시 양산동 임야 및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부지, 합천군 소재 선산과 북플러스 주식 등은 어떻게 처리됐는 본지는 전두환 미납추징금 경과와 검찰의 추징실적을 살펴봤다.

 

▲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위치한 전두환 씨 자택  © 문화저널21 DB

 

  • 전두환 미납추징금 특별환수팀 발족
  • 전두환 추징법 발의 6년, 추징금 환수율은 53.3%
  • 박근혜 치적 쌓으려다 ‘추징’ 망쳐버린 검찰

 

지난 1997년 확정된 전두환 추징금 총액은 2205억원이었지만,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권은 환수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 결과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까지 재산 환수율은 53.3%에 불과했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과 동시에 공소시효가 임박해가는 전두환 미납추징금 환수 논의가 본격화됐고, 같은해 6월 서울중앙지검 내 ‘전두환 미납추징금 특별환수팀’이 발족됐다.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개정안, 일명 전두환 추징법이 6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공소시효가 2020년까지 연장되기도 했다.

 

검찰의 전두환 미납추징금 환수업무 및 추적은 이때부터 본격화됐다. 검찰은 연일 전두환 측을 강하게 압박하기 시작했다. 당시 검찰은 수십 명에 달하는 관계자 조사와 압수수색을 병행하면서 같은해 9월까지 316명을 조사하고 90개소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의 강경한 움직임 속에 전두환씨는 변호인을 통해 ‘추징금을 낼 수 없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완강하게 저항했다. 그러나 검찰은 시공사 설립 및 전재국의 비자금 미술품 구입이 1989년 1월 미국에서 귀국한 전재국이 백담사에 유폐 중이던 부친 전두환을 찾아가 무기명 채권 90억원을 받은 것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확인했다. 

 

또한, 전재국이 도용 미술관 건립을 위해 은닉해 둔 5000여 점 이상의 세계 각국 희귀 고가인형까지 발각됨에 따라 전두환 측은 분노한 국민에게 추징금 환수 100일째인 2013년 9월 10일 눈물의 항복을 선언했다.

 

항복에 앞서 전두환 측은 서울 종로구 평창동 소재의 장남 전재국 주거지에서 가족회의를 거친 뒤, 담당 변호사를 시켜 당시 서울중앙지검 이진한 제2차장검사와 협의에 협의를 거듭했다. 마침내 전두환을 대리해 같은달 10일 오전 장남 전재국 대표가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해 사죄하면서 재산 헌납 및 이행계획서를 제출했다.

 

당시 전재국이 제출한 재산 헌납 및 이행계획서를 살펴보면 전두환 소유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95-45번지 사저 정원(명의자 이택수), 이대원 화백 그림, 이순자 소유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95-4번지 사저 본체, 전재국 소유 서울 서초구 서초동 시공사 사옥, 연천 허브빌리지 48필지 및 지상건물, 압수미술품(650점), 유엔빌리지 매매대금, 북플러스 주식(20만 4천 주), 합천군 소재 선산(성강문하재단 소유), 전재용 소유 경기 오산시 양산동 산19-87 등 필지, 서울 이태원 준 아트빌, 전효선 소유 안양시 관양동 부지, 전재만 소유 한남동 신원플라자 부지, 연희동 95-5번지 사저 별채, 사돈 이희상의 금융자산(275억 원) 등 총액 1703억원에 달한다. 

 

이는 당시 미납추징금 1672억원을 뛰어넘는 액수였다. 추징금 전액에 대한 책임재산(1703억원) 확보라는 검찰발표를 통해 이제야 ‘전두환 미납추징금’ 전액이 환수되는 것으로 발표됐다.

 

▲ 최근 미술시장에 전두환 은닉 미술품 리스트가 큰 손들을 중심으로 공공연하게 거래되고 있다. 미술작품 거래가 성사된다면 전두환 씨는 비밀 비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게 된다. © 문화저널21

 

  • 전재국 말만 믿고 책임재산 전액 확보 발표한 검찰
  • 추징팀 규모 축소…사실상 추징 업무 중단
  • 10억 원 선산이 60억 원대 부지로 둔갑
  • 전두환 측 이행계획서 재산 대부분 과대 계상
  • 보란듯 미술시장에 전두환 은닉 미술품리스트 돌아

 

‘전두환 미납추징금’ 환수는 박근혜 정부의 의지에서 출발한 것으로 박 정부는 전두환 미납추징금 환수실적을 정부의 주요한 치적으로 홍보하려 했다. 이 때문에 검찰은 ‘무조건 항복을 받아내고, 실적을 발표하라’라는 의지를 수면 위로 나타내기도 했다.

 

전 씨의 항복 선언 직전인 2013년 9월 8∼9일에는 검찰 협상창구였던 이진한 중앙지검 제2차장 검사와 전재국의 법률대리인 김 모 변호사가 헌납재산 및 이행방안 등에 자정까지 긴밀한 협의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전재국 측이 제시한 재산 헌납 평가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실질평가를 하지 않고 전재국 측 의견을 그대로 수용하면서 마치 헌납재산으로 미납추징금이 완납되는 것처럼 조급하게 발표해 버린 것이다. 

 

‘전두환 미납추징금 완결 해결’을 대대적으로 발표해 정부의 치적을 홍보하려는 욕심이 만들어낸 사고였다.

 

당시 500억 원으로 평가됐던 전재용 소유 경기 오산시 양산동 산19-87 등 필지는 실질 가격이 200억 원 내외였으며, 전재국의 실질소유인 21만 평의 합천군 소재 선산(성강문화재단 소유)은 60억 원으로 평가되었으나 실질매매가격은 10억 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 밖에도 30억 원으로 발표한 전효선 소유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부지는 10억 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전반적으로 재산이 과대 계상됐다.

 

이런 검찰의 계산 오류로 헌납재산이 추징금 완납에는 최소 500억 원이 모자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다. 당시 검찰은 언론의 질타를 피해가려고 내부적으로 ‘추징금 지속 추적’을 강조하면서 2014년 3월 44점의 미술품 추가 환수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재국 씨의 재산 헌납 발표로 검찰의 추적 중단은 ‘완전추징’이라는 목표를 미완의 장으로 넘겨버리게 됐다. 무서운 기세로 추적하던 추징금 환수업무가 중단되면서 당시 검사 7명을 포함해 52명으로 구성됐던 환수팀이 10여 명으로 축소되고 추적 수사는 실질적으로 중단됐다.

 

사실 2013년 6월 3일 시작된 미납추징금 환수를 위한 전두환 일가의 재산추적은 광범위하고도 전방위적으로 진행됐다. 전재국이 제출한 헌납계획서에 기재된 기존의 책임재산(1,703억) 외, 추가 미술품, 헤이리 성강미술관 부지, 헤이리 4층 북 카페 건물, 삼원코리아, 주유소업, 부동산업, 출판사, 음악세계 등 음반사, 기타 투자업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든 사업 자금을 근원적으로 체크하고 있었으며, 수사 진행에 따라 실질적인 완전추징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연천에 있는 허브빌리지 압수수색 과정에서 전재국이 집필 중이던 ‘전두환 회고록’이 발견되기도 했다. 전두환 회고록은 장남 전재국이 집필한 것이다.

 

이후의 처분국면에서도 검찰의 무능함은 여실히 드러났다.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미술품 경매를 제외하고는 연천 허브빌리지, 서초동 시공사,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부지 등 대다수의 부동산 처분은 초기에는 유찰을 거듭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했다.

 

처분이 불가피해지자 합천 임야 및 오산 양산동 소재 임야 등은 아예 처분할 계획도 세우지 않고 장기처분으로 넘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 재산 추징은 무조건 ‘추징금 완납’을 달성하겠다는 정부의 조급함과 검찰이 다급함이 만들어낸 부조화로 사실상 제대로 된 추징이 무산됐다고 볼 수 있다.

 

먼저 책임재산으로 확보해 놓은 연천 허브빌리지, 서초동 시공사,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부지, 합천 선산, 북 플러스 주식 등을 현실가격으로 처분했을 때 추정되는 재산은 300~350억 원에 이른다. 여기에 최근 기부채납된 연희동 사저가 지난 3월 경매에서 51억3700만 원에 낙찰됐으나 전두환 측의 이의제기로 소송이 진행 중이다.

 

책임 자산을 모두 처분해도 완전추징에는 약 600~700억 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전두환 미납추징금 환수 시효는 2024년까지다. 검찰의 추징금 추적업무가 사실상 중단되자 전두환의 은닉미술품이라고 알려진 비밀 파일들이 인사동 화랑가에서 떠돌기 시작했다. 미술품 거래가 성사된다면 전두환 씨의 또 다른 비자금을 마련해주는 꼴이 된다.

 

문화저널21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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