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의 문화時風] S. O. B

강인 기자 | 기사입력 2019/06/24 [09:14]

[강인의 문화時風] S. O. B

강인 기자 | 입력 : 2019/06/24 [09:14]

▲ 강인 대기자

미국 로널드 레이건(R.Reagan) 전 대통령 때의 일이다. 당시 한 외신기사를 읽고 필자는 잠시 깊은 흥미를 느꼈던 적이 있다.

 

레이건 대통령과 기자회견을 위해 나와 있던 기자들 간의 욕설 시비였는데 그 결과가 매우 재미있게 처리되어 역시 유머와 위트가 넘치는 나라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발단은 레이건 대통령이 기자회견 중 난감한 질문을 퍼붓는 기자들에게 혼자만의 조그만 목소리로 ‘S. O. B(Son of Bitch)’라는 욕설을 내뱉었는데 불행하게 그것이 마이크를 통해 기자들에게 전달된 것이다.

 

물론 끈질긴 기자들의 질문 공세가 짜증스러웠겠지만 혼자 슬그머니 흘려버려야 할 상스러운 욕설이 그만 기자들의 귀에까지 들리고 말았으니 매우 난처한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에 분개한 기자들이 며칠 후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티셔츠를 선물했는데 셔츠의 앞면에는 며칠 전 대통령이 내뱉은 욕설인 ‘S. O. B’라는 글자가 큼직하게 새겨져 있었다. 이는 대통령의 욕설에 대한 기자들의 항의 시위였다.

 

대통령에게 있어서는 일대 위기의 순간이었다. 기자들은 자칫 대통령이 이에 대해 화를 낸다든지 잘못 맞대응하면 다음 날 일제히 대통령에 대한 비난 기사를 쓰려고 단단히 벼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때 레이건 대통령은 빙그레 웃으며 기지를 발휘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S. O. B라…. 이것은 당연히 ‘Saving of Budget(예산 절약)’이라는 뜻이겠죠? 기자 여러분의 충고를 늘 염두에 두겠습니다” 다음날 언론에는 아무런 기사도 실리지 않았다.

 

만일 우리나라 대통령이 레이건 대통령과 같이 기자들 앞에서 이런 실언을 했다면 과연 어땠을까? 필자는 진정한 유머란 바로 이런 여유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통령의 실언에 대한 기자들의 항의 방법도 그렇거니와 대통령의 지혜롭고 유머러스한 처신도 칭찬받을만한 수준 높은 모습이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주인이 낮잠을 자려 하면서 원숭이에게 잠자는 동안 ‘파리를 쫓아 달라’고 부탁했다. 원숭이는 잠든 주인의 얼굴에 앉는 파리를 손을 흔들어 쫓는다. 그러나 계속해서 주변을 맴도는 파리에게 화가 난 원숭이는 큰 돌을 들어 주인의 얼굴 위에 앉은 파리를 내려찍었다. 결과는….”

 

최근 세간에 막말이 난무한다. 부끄러움도 모르고 쏟아 낸다. 대통령에 대한 언사가 도를 넘어 상스럽게 그지없다. 야당 국회의원들은 차치(且置)하고라도 일부 유튜브 방송 기자들과 이에 댓글을 붙이는 국민까지 육두문자가 섞인,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로 국가 원수인 대통령을 비난, 비하하는 성숙하지 못한 모습들이 생각 있는 이들의 마음을 암울하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고 보니 과거 취임한 지 100일도 되지 않아 "대통령 못 해 먹겠다."라고 한 모 전직 대통령의 치기(稚氣) 어린 발언에 일견 연민이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정상적인 품격을 갖춘 대통령으로서는 절대로 발설해서는 안 되는 표현이지만 이쯤 되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누군들 한 번쯤 이런 생각이 들지 않겠는가?

 

대통령의 실정(失政), 필자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인 호불호(好不好)를 떠나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우리가 선출한 국가원수인 대통령에게 함부로 돌을 던지지 않는 이유는 자칫 그 돌에 맞아 국가가 피해를 보고, 세계 속에서 선진 대한민국의 위상이 손상되는 더 큰 누(累)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침묵하는 다수가 생각이 없거나 말을 할 줄 몰라서가 아님을 알고 더 무례히 행치 않기를 촉구한다.

 

잡다한 족속들이 얽혀 사는 미국인들도 이렇듯 멋지게 살아가는데 족보 있는 단일 배달민족으로 자처하는 우리네 삶의 모습은 왜 이리도 추(醜)한지 모르겠다. 심지어 이젠 직접 이해득실 관계가 있는 공직자들뿐 아니라 일반 국민까지 극심한 양극화 현상에 휩쓸려 소모적 싸움을 일삼고 있는 한심한 형국이다. 

 

지난날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고 한 이승만 전 대통령의 명언은 일찍이 '하나 됨' 보다 '분열’을 더 좋아하는 우리 민족성에 대한 정확한 이해에서 한 걱정스러운 교훈이라 여겨진다. 남북통일이 지체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우리의 민족성 때문이 아닐런지? 

 

위기의 상황 속에서도 재치와 위트로 여유 있는 모습을 잃지 않고 위기를 잘 넘기는 미국의 대통령과 국민의 품성이 너무도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소개한 레이건 대통령의 실화는 항상 서로를 존중하며 유머와 위트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미국의 대통령과 기자들 간의 마음 훈훈한 이야기다.

 

이 이야기가 우리 대한민국의 이야기가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

 

문화저널21 강인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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