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프레임] 허점 보인 ‘정치인’ 황교안, 평가의 시작

때아닌 외국인 노동자 임금차별 발언, 정치권 파장 불러 일으켜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19/06/20 [13:56]

[정치프레임] 허점 보인 ‘정치인’ 황교안, 평가의 시작

때아닌 외국인 노동자 임금차별 발언, 정치권 파장 불러 일으켜

박영주 기자 | 입력 : 2019/06/20 [13:56]

때아닌 외국인 노동자 임금차별 발언, 정치권 파장 불러 일으켜
외국인 차별·혐오에 근로기준법 무지 논란까지…능력에 의구심 커져
여야 4당 일제히 맹비난…황교안 “어처구니없다” 무의미한 반발만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외국인 노동자 임금차별’ 발언이 논란이 된 가운데, 당사자인 황교안 대표는 여야4당 정치권의 공세에 대해 “어처구니가 없다”며 불쾌감을 표출했다.

 

황 대표 스스로는 최저임금 문제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나온 일종의 ‘해프닝’이라 인식하는 모습이지만, 이번 논란은 장외투쟁을 명목으로 이미지 정치를 지속해온 황 대표가 허니문 기간을 끝내고 본격적인 평가의 시험대에 올랐다는 것을 보여준다.

 

당내 리더십 마저 의심받는 황 대표가 국면을 타계하려면 정부여당에 대항할만한 날카로운 무기를 내세워야 하는데, 이번 논란에서 황 대표는 자유한국당이 외쳐온 자유시장경제에 역행하는 허술한 경제인식에 더해 법조인 출신이면서 노동법에 무지한 황당한 모습만 보여줬다.

 

스스로가 둔 자충수로 정치권은 물론 여론의 비난이 쇄도하는 상황인데도 황 대표는 자신을 향한 비난을 단순히 ‘터무니없는 공격’으로 치부하며 기본적인 능력에 대한 의구심마저 키웠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박영주 기자

 


20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논란이 된 ‘외국인 노동자 임금차별’ 발언과 관련해 “최저임금을 급등시킨 정권이 책임질 문제인데, 문제를 풀겠다는 저를 오히려 공격하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다.

 

앞서 황 대표는 부산기업인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외국인은 그동안 우리나라에 기여해온 것 없다. 세금을 낸 것도 물론 없다”며 “외국인에 똑같은 임금수준을 유지해줘야된다는 것은 공정하지 않은 것”이라 주장했다.

 

해당 발언은 즉각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혐오발언이면서 동시에 국적에 따라 임금에 차등을 줘선 안 된다는 국제노동기구(ILO) 국제협약을 위반한 것이라는 비난에 직면했다.

 

더욱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의도적으로 낮은 임금을 책정할 경우, 제조업 기반의 중소기업 입장에선 더 많은 외국인 노동자를 사용하려 들 것이고 결과적으로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붕괴시키는 과도한 시장개입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왔다.

 

하루동안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20일 황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해당 발언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에 이르렀다.

 

그는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외국인 근로자 최저임금 문제를 지적했더니 일부에선 차별이니 혐오니 터무니없는 비난을 하고 있다”며 “제 이야기의 본질은 외국인 근로자를 차별하자는 것이 아니라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을 바로잡자는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황 대표의 해명이 무색할 정도로 20일 오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해 각 정당에서는 황교안 대표의 안일한 경제인식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쇄도했다.

 

▲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정책조정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 박영주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현행 근로기준법과 국제노동기구 협약을 위반하자는 말이냐. 법률가 출신의 법을 알지 못하는 주장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이주노동자의 임금을 낮추면 기업이 어떤 고용을 선호할지 되묻고 싶다. 큰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 비판했다.

 

같은 당의 조정식 정책위의장 역시도 “외국인 근로자가 세금도 내지 않고 우리나라에 기여한 바 없다는 주장 역시 허위다. 2017년 외국인 근로자가 신고한 소득세만 8407억원”이라 꼬집었다.

 

바른미래당 채이배 정책위의장은 “검사출신, 법무부장관,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한 분이 근로기준법과 ILO 국제협약도 몰랐다니 부끄럽다”며 “발언에 신중하시고 정책공부를 더 하시길 바란다”고 일침을 놓았다.

 

▲ 민주평화당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있다.     © 박영주 기자

 

민주평화당 유성엽 원내대표는 황 대표의 전날 발언에 대해 “명백한 혐오와 차별발언”이라 규정하며 “그런 논리라면 우리나라 정치발전에 전혀 기여한 바 없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세비부터 반납하라”고 비난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명백한 인종차별적 혐오발언이자 법도 상식도 모르는 한심한 발언”이라며 “요식업과 소규모 제조업의 경쟁력은 내국인 노동자 임금의 64%에 불과한 외국인 노동자의 인건비에서 나오고 있다. 이들은 모두 근로소득세를 내고, 국민연금이나 의료보험에도 임의 가입해 사회 보험의 재정 건전성에 기여하고 있다”고 사실관계를 바로잡았다.

 

여야4당이 일제히 황교안 대표를 향해 날선 공세를 퍼붓는 이유는 제1야당 대표에 대한 견제가 아니다. 정치인 황교안 대표가 가지고 있는 사상과 신념에 대한 검증이면서 동시에 ‘정치를 만만하게 보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으로 볼 수 있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박영주 기자

 

실제로 정치권은 물론 보수진영에서도 황교안 대표의 의중을 알 수 없다는 목소리는 끊이질 않았다. 메시지가 불분명하고 정책적으로 어떤 성향인지를 가늠할 수 없다보니 써준게 아니면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낯뜨거운 평가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황교안 대표의 이번 외국인 노동자 임금차별 발언은 그가 처음으로 자신의 생각을 날것 그대로 표출함과 동시에 준비되지 않은 허술한 인식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해당 발언이 근거가 있었다면 합당한 근거를 가지고 반박하면 될 일인데 “어처구니가 없다”는 감정만 표출한 것 역시 정치인으로서는 다소 미흡한 모습이었다.

 

현재 황교안 대표는 2월27일 당대표로 선출된 이후 114일째에 접어들었다. 100일 간의 달콤했던 허니문은 이제 끝나고 원내에서 본격적으로 정책으로 맞붙을 때가 왔다.

 

제1야당 대표로서 자유시장경제를 수호하고 문재인 정부의 경제파탄으로부터 나라를 구하겠다는 황 대표의 메시지가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지는 스스로가 증명해야할 일이다. “최저임금을 급등시킨 정권이 책임질 문제”라며 대안없이 비난만 지속하는 지금의 태도로는 다가올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이 탄력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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