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은 질병…사회적 논의 없이 갈등만

일상생활 망치면 질병 vs 개인의 문화적 권리 박탈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19/05/27 [10:45]

‘게임중독’은 질병…사회적 논의 없이 갈등만

일상생활 망치면 질병 vs 개인의 문화적 권리 박탈

박영주 기자 | 입력 : 2019/05/27 [10:45]

일상생활 망치면 질병 vs 개인의 문화적 권리 박탈

복지부, 협의체 꾸려 의견 수렴키로…현재 갈등만 심화돼

산업침체 우려하는 게임업계, 사회적 책임 회피 논란도

 

세계보건기구 WHO가 ‘게임중독’을 공식적인 질병으로 분류하기로 결정하면서 우리 보건복지부 역시 실태에 착수했다. 

 

복지부는 협의체를 꾸려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향후 대응방향을 결정하기로 했지만, 벌써부터 게임업계 내에서는 산업침체를 우려하며 국가개입이 심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게임으로 인해 통제기능을 잃고 일상생활에 장애가 발생하거나,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등 부정적 결과가 발생하는 심각한 경우에는 게임중독으로 진단하고 적극적인 치료를 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 사회 전반에 갈등만 지속되는 모습이다. 

 

▲ WHO는 게임중독에 정식 질병코드를 부여키로 했는데, 게임에 대한 통제가 안되고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함에도 게임을 중단하지 못하는 현상이 1년 이상 지속될 경우 '게임중독' 이라 봤다.  (사진=image stock / 자료사진)    

 

앞서 WHO는 현지시간으로 5월25일 ‘Gaming Disorder(게임중독)’가 포함된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ICD-11)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오는 2022년1월부터는 게임중독이 정식 질병코드를 부여받게 됐다. 

 

WHO는 게임중독을 ‘다른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해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게임을 지속하거나 확대하는 게임 행위의 패턴’으로 정의하고, 그 기준으로 △게임에 대한 통제기능 손상 △삶의 다른 관심사 및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함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함에도 게임을 중단하지 못함 등의 현상이 12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꼽았다. 

 

쉽게 말해 게임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중대한 악영향이 발생함에도 이를 중단하지 못하는 상황이 1년 이상 지속되는 심각한 상황을 ‘게임중독’이라 명명한 것이다.

 

WHO의 결정이 나오긴 했지만, 이를 받아들일지는 결국 국가의 선택에 달려있다. 더욱이 한국표준질병 및 사인분류(KCD)의 경우, 빨라도 2026년에나 반영이 가능해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분류돼 관리되려면 앞으로 최소 7년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관계부처 및 법조계·시민단체·게임분야·보건의료분야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꾸리고 의견을 나눈 뒤 대책을 논의키로 했다. 

 

이러한 소식에 대해 업계는 물론 사회 각계각층에서도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이미 게임규제가 심한 상황에서 질병코드까지 도입된다면 게임산업이 위축될 것이라는 목소리와 함께, 게임업계도 단순히 돈벌이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게임 부작용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먼저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준비위원회’에서는 즉각 성명서를 통해 “WHO의 게임장애 질병코드 지정에 대해 강력한 유감과 더불어 국내 도입 반대를 표명한다”며 반대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질병코드 지정으로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문화적 권리인 게임을 향유하는 과정에서 죄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됐으며, 게임 개발자들과 콘텐츠 창작자들은 자유로운 창작적 표현에 있어 엄청난 제약을 받게 됐다”고 주장했다. 

 

게임중독 질병지정에 대해 반대하는 국민들 역시 “일중독이나 운동중독, 쇼핑중독은 질병으로 분류하지 않으면서 게임만 유독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렇게 따지면 프로게이머는 게임중독자들이냐”며 언성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게임중독 질병 지정을 찬성하는 국민들은 “게임을 규제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게임중독을 규제하겠다는 뜻인데 왜 인정을 못하나”, “심각한 수준의 게임중독은 사람의 정신상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어째서 질병이 아닌가”, “오히려 게임중독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등의 주장을 펴고 있다. 

 

여기에 더해 게임으로 막대한 규모의 돈을 벌고 있는 게임업계가 게임중독 지정은 극렬하게 반대하면서 정작 게임중독을 해결할 대안은 내놓지 않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는 행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보건복지부에서는 WHO의 결정을 받아들여 실질적으로 질병코드로 등재하기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는 만큼 사회 각계각층은 물론 게임업계의 목소리까지 전부 들어보고 난 후 향후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복지부의 입장에도 갈등만 지속되면서 결국 어느 정도의 수준을 게임중독으로 봐야할지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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