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혁신기업이라는 ‘타다’… 혁신이 뭔지는 아나

렌터카로 영업하는 ‘유사 택시’일 뿐

성상영 기자 | 기사입력 2019/05/24 [13:53]

[초점] 혁신기업이라는 ‘타다’… 혁신이 뭔지는 아나

렌터카로 영업하는 ‘유사 택시’일 뿐

성상영 기자 | 입력 : 2019/05/24 [13:53]

택시보다 비싼데 서비스 좋다는 타다

타다 vs 택시본질에서 다른 점 없어

USB로 충전하고 앱 호출하면 혁신인가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이재웅 쏘카(‘타다를 운영하는 (주)VCNC의 모회사) 대표가 이른바 혁신을 둘러싸고 이틀째 설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최 위원장이 22일 이 대표를 향해 무례하고 이기적이라고 비판하자 이 대표가 갑자기 이분은 왜 이러시는 걸까요?”라고 불쾌감을 드러낸 겁니다. 혁신이 도대체 뭐기에 금융당국 수장과 업체 대표가 날을 세울까요.

 

▲ 쏘카의 자회사 (주)VCNC가 운영하는 이동 서비스 '타다'

 

◇ 최종구 무례하다” vs 이재웅 혁신 알기나 하나

 

둘의 입씨름은 23일에도 이어집니다. 최 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19’ 개막식에 참석해 핀테크와 금융 혁신을 향한 경주에서 혁신의 승자들이 패자를 이끌고 함께 걸을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까지 제가 주장하던 이야기를 잘 정리해 주셨다며 좋게 평가하는 듯하더니 이내 한 가지만 추가하자면 혁신에 승자와 패자는 없다고 이견을 드러냈습니다.

 

이 대표는 혁신은 우리 사회 전체가 승자가 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실상 택시 서비스로 돈을 버는 타다로 인해 기존의 택시운송업 노동자와 개인택시 사업자들이 도태되는 현실을 애써 외면하는 듯합니다. 택시 노동자들의 로망인 개인택시 면허는 카풀 앱과 타다 등이 출시된 이후 2천만원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서울의 경우 20171억원을 호가했는데, 올해 들어 7600만원으로 추락했습니다.

 

앞서 최 위원장은 22일 이 대표를 콕 집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데, 이를 이루지 못했다고 정책 책임자를 향해 혁신 의지 부족이라는 비난을 멈추지 않는다결국 나는 달려가는데 왜 못 따라오느냐라고 하는 건데, 상당히 무례하고 이기적이라고 생각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당국자와 업체 대표의 혁신 논쟁은 이례적입니다. 우리나라는 정부는 이고 기업은 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그런데 을이 갑에게 혁신이 뭔지는 아느냐고 반기를 든 꼴입니다.

 

▲ 사진=이재웅 쏘카 대표 페이스북

 

◇ 타다, 무엇이 새롭고 뭐가 바뀌었단 건가

 

그렇다면 과연 타다가 혁신기업인가?’라는 질문은 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혁신의 뜻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함.” 타다는 기존 택시업계의 묵은 풍속과 관습(예컨대 승차 거부), 조직과 방법(스마트폰 앱으로 차량 호출)을 바꿨다는 점에서 혁신을 시도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타다에 혁신은 없습니다. 타다가 혁신적이라고 하려면 기존의 택시와 어떻게, 얼마나 다른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타다의 서비스는 택시와 다를 게 없습니다.

 

타다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승객을 수송하는 겁니다. 택시도 승객을 수송합니다. 타다는 승차 거부가 없고, 실내는 깨끗하며 실시간으로 차량을 호출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도 이것들은 택시의 기본 원칙이었습니다. 다만 기성 택시업계가 이러한 기본 서비스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기는 합니다.

 

타다는 11인승 승합차, 주로 카니발을 운행합니다. 더 편안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목적이기보다는 단지 법망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봐야 합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에 따르면, 돈을 받고 승객을 나르는 행위(여객자동차운송사업)는 노선을 정해놓거나 사업 구역 안에서 하는 사업으로 나뉩니다. 타다는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습니다. 여객 사업을 위해서는 국토교통부 장관으로부터 사업 면허를 받아야 하고, 차량을 몇 대 가질지, 운임은 얼마를 받을지 등을 신고(사실상 허가)해야 합니다.

 

▲ 사진=타다 홈페이지

 

‘4차 산업혁명신앙심이 만들어낸 포장지

 

법망을 피하려고 타다는 자동차대여사업을 택했습니다. 보통 말하는 렌터카입니다. 타다의 차량이 하나 같이 ··번호판을 달고 다니는 이유입니다. 다시 말해 타다는 렌터카를 가지고 택시 영업을 하는 셈입니다. 이는 엄밀히 불법이지만, 타다가 합법적으로 택시 영업을 할 수 있는 이유는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 승합차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굳이 타다가 일반 택시와 다른 점을 꼽자면, 실내에 USB 포트가 있어 휴대전화 충전이 가능하고, 방향제가 놓여 있다는 것 정도입니다. 그리고 요금 결제와 차량 호출 등 전 과정이 앱으로 이루어집니다. 차에 자동문이 장착됐다는 점도 일반 택시와의 차별화된 점으로 소개되곤 하는데, 카니발에는 원래 자동문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운전기사가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온종일 늘어놓거나, ‘꼰대질을 하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라지만, 운전기사 나름입니다. 한 가지 더하면 타다의 운전기사는 타다가 고용한 노동자가 아닙니다. 즉 타다는 운전기사를 관리하지만, 노동법 준수 의무는 없습니다.

 

이게 무슨 혁신기업입니까? 타다가 혁신기업이라는 표현은 완전히 틀렸습니다.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도 아닙니다. 그냥 승합차로 콜을 받아 승객을 태우고 다니는 유사 택시일 뿐입니다. 법의 구멍을 이용해 택시 사업에 진출한다는 발상이 차라리 혁신적입니다. 소위 ‘4차 산업혁명에 아무리 광적으로 집착한다지만, 아무 데나 혁신을 갖다 붙이는 모습은 볼썽사납습니다.

 

문화저널21 성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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