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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 명작의 향기]⑥ 이숙자, ‘훈민정음 보리밭’

파격과 도전으로 새로운 지평을 개척한 ‘보리밭 화가’ 이숙자

최병국 | 기사입력 2019/05/12 [20:08]

[근·현대 명작의 향기]⑥ 이숙자, ‘훈민정음 보리밭’

파격과 도전으로 새로운 지평을 개척한 ‘보리밭 화가’ 이숙자

최병국 | 입력 : 2019/05/12 [20:08]

[편집자 주] 신라시대 대 유학자 최치원의 애국·애민사상과 철학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동시에 각종 전시와 공연, 강연, 웨딩 등 다양한 공익적 행사를 진행하게 될  ‘최치원아트홀’의 개관에 즈음하여 △남관 △전혁림 △김흥수 △임직순 △김종학 △이숙자 등 거장들의 명작이 특별 전시된다. 전시 작품들은 모두 한국회화사에 기록되어질 귀한 작품들로서 깊은 감동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파격과 도전으로 새로운 지평을 개척한 ‘보리밭 화가’ 이숙자(1942 ∼)

 

1942년 서울에서 출생해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및 동 대학원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조형학부 교수를 역임한 이숙자는 40여 년 동안 보리밭을 그리고 있는 보리밭 작가다. 이숙자의 보리밭에는 바람에 일렁이고, 보리 이삭들이 춤을 추듯 흔들리고 있으며, 초록의 공기가 청정하게 흐르며, 생명이 힘차게 흐르고 있다.

 

보리밭은 이숙자의 조형 방법과 정신을 함축하는 상징이다. 그는 보리밭의 누드를 그려 전통 한국화의 파격을 벗어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한 유명 작가로 성장했다. 작품 소재의 차원을 넘어 보리밭을 우리 민족의 삶의 정서로 보고 희로애락의 정서를 펼쳐내고 있다. 말하자면 보리밭을 통해 우리 민족의 보편적 정서를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숙자의 보리밭은 세월과 함께 진화했다. 보리가 초록빛에서 황금색으로 성장하기까지 다양한 색감의 변화를 작가의 영감으로 덧칠해 화폭에 담았다. 초기의 초록빛 보리밭은 보리 알갱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었다. 그 다음에는 초록빛 보리 수염으로, 이어서 보리이삭과 뽀얀 분이 묻어 있는 보릿대와 보릿잎의 조화로, 그리고 빛나는 태양광선 아래 찬란한 금빛 은빛 물결을 이루는 황금벌판으로. 보리밭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생생한 현실감을 보여 준다. 나아가 ‘이브의 보리밭’, ‘훈민정음 보리밭’ 등 갖가지 차원으로 진화·변용됐다.

 

1990년대 이후에는 매우 대담하고 관능적인 포즈의 여성누드를 등장시킨 ‘이브의 보리밭’ 시리즈를 발표해 센세이션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러한 대담한 표현은 전통주의 한국화 작품에서는 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파격’이요 ‘도전’이었다. 그림을 통해 이 땅의 여성을 짓눌러 왔던 굴종의 사슬을 끊는, 자신을 포함한 여성의 해방을 시도하는 그의 거대담론이었던 것이다.

 

위대한 독창성이 영글어 있는 ‘훈민정음 보리밭’ 

 

▲ 이숙자의 작품 ‘훈민정음 보리밭’, 1300×1630mm(가로×세로), oil on canvas  © 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이숙자의 보리밭은 마치 보리밭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생생한 현실감을 보여 준다. 이숙자는 구슬땀을 흘리면서 고되고 고된 노동과 험난했던 작업과정 등 작품제작의 어려움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술회한 바 있다.

 

 “파리 몸뚱이만한 보리알의 모양을 만들기 위해 연황토 물감을 세필에 묻혀 끝이 뾰족하며 위 끝으로 휘어지도록 한 알 한 알 모양을 그려 나갔다. 이삭 한 개에 30개 정도의 알이 보이고, 화판에 1500개 이상의 이삭이 있으니 4만5000개 이상의 보리알을 그려야 하고, 이것을 7, 8회 반복해야 한다. 

 

그리고 보리수염은 보리알의 3배 정도인 15만개 가량의 선을 그어야 기본 작업이 이루어진다. 보리알은 우툴두툴 까슬까슬해진 화판에다 손바닥을 문지르며 매일 보리수염을 그리니까, 손바닥이 닳아서 피가 맺혔다. (중략)후회 없을 만큼 그렸고, 완성하는 데 6개월이 걸렸다. 화면과의 피나는 싸움 없이는 도저히 불가능한 작품이다.”

 

이렇듯 구슬땀을 흘리며 보리밭을 창작해 나가는 과정에서 1990년대부터 ‘이브의 보리밭’, ‘훈민정음 보리밭’ 등 오색영롱한 영감이 흘러나오는 갖가지 차원의 보리밭이 창작돼 양식의 변주를 거듭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위대한 독창성이 영글어 있는 ‘훈민정음 보리밭’이 탄생됐고, 이번 ‘최치원아트홀’ 개관에 즈음해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과 만나게 된다. 

 

훈민정음과 보리밭은 예상을 뛰어넘은 예기치 않은 사물들의 만남으로서 영감의 판타지아를 통해 감상의 묘미를 더해주고 있다. ‘훈민정음 보리밭’은 훈민정음이 보리밭을 무대로 펼쳐지고 있다는 점에서 전통과 현대가 결합하면서 우리들을 새로운 영감의 세계로 인도하고 있는 것이다.

 

일렁이는 바람 속에서 청보리 이삭들이 춤을 추듯 흔들리며 청량한 공기를 내뿜고 있는 ‘훈민정음 보리밭’은 용솟음치는 독창성과 환상이 울려퍼지는 이숙자 보리밭 회화의 최고봉으로 걸작중의 걸작이라 할 수 있다. 

 

최병국

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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