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의 토사구팽, 간판서 ‘삼성’ 떼는 내년 8월이 고비

‘삼성’ 떼는 순간 ‘제2의 GM 사태’ 시간문제

성상영 기자 | 기사입력 2019/04/16 [10:05]

르노의 토사구팽, 간판서 ‘삼성’ 떼는 내년 8월이 고비

‘삼성’ 떼는 순간 ‘제2의 GM 사태’ 시간문제

성상영 기자 | 입력 : 2019/04/16 [10:05]

노사 극한대립에 감원·감산 가능성↑

출구전략 없는 노조, 다 뒤집어쓸 판

내년 8월에 삼성상표권 계약 만료

르노의 한국 철수 신호탄 가능성 커

 

지난해 10월 노조가 4년 만에 부분파업에 돌입한 이후 7개월째 노사의 극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의 한국 철수설이 피어오르고 있다. 2GM 사태를 맞을 것이라는 관측이 이미 파다한 상황에서 르노의 철수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마저 제기된다.

 

르노삼성 사측은 오는 29일부터 53일까지 노동절(51)을 포함한 5일간 일시적 공장 가동 중단, 이른바 셧다운을 예고한 상태다. 노조와의 임금 및 단체협상이 반 년 넘게 교착되자 초강수를 둔 것이다. 임단협을 알리는 상견례가 지난해 6월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노사는 1년 가까이 접점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 신광식 기자

 

역대 최다, 최장 파업 기록한 르노삼성 노조

사측 물량 감축 압박에 출구전략은 오리무중

 

노조는 10월부터 현재까지 모두 55차례, 218시간 파업을 벌였다. 역대 최다 기록이면서 최장기간 쟁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로 인한 매출 손실은 24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사측은 올 초 기본급 유지 보상금 100만원과 PS(성과급) 250% 등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거부했다. 이후 진행된 교섭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교섭이 오랜 기간 지지부진하면서 사측은 물량 감축 카드를 꺼냈다. 로스 모저스 르노그룹 부회장은 지난 2월 노조 조합원들에게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닛산 로그의 후속 모델 위탁생산을 놓고 여러 공장이 경쟁하는데 르노삼성이 신뢰를 잃으면 물량 배정이 어렵다는 취지로 압박했다. 그리고 이 발언은 현실이 됐다.

 

르노삼성은 당장 올해 먹거리를 걱정해야 할 판이 됐다. 후속 모델 위탁생산이 불발된 것도 모자라 올해 배정된 로그 물량마저 10만여 대 수준에서 6만 대로 줄었다. 오는 9월 로그 위탁생산이 종료되면 앞날을 장담할 수 없다. 대안으로 르노의 신형 SUV XM3 수출 물량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지만, 녹록치 않아 보인다.

 

여기에 감원설마저 돈다. 현재 1800명에 이르는 부산공장 생산인력 중 수백 명이 회사를 떠나야 할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하다. 사측은 하반기 로그 위탁생산 종료와 XM3 수출 물량 확보 실패로 라인이 멈추는 지경에 이르면, 지금의 2교대 근무에서 일근으로의 전환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은 2012년 희망퇴직을 통해 900명을 내보냈다.

 

임단협 갈등이 고용위기로까지 번졌지만 노조 입장에서는 마땅한 출구전략이 없다. 노조는 최근 기본급 인상을 포기했다. 장기간 쟁의를 이어오며 피로가 쌓인 데다 앞으로의 물량 감축이 급선무인 탓에 임단협을 하루 빨리 마무리하는 게 지금으로서는 최선이라는 계산이다. 하지만 노사는 전환배치와 시간당 생산대수(UPH) 조절을 합의로 할 건지, ‘협의만 할 건지를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수천억 투자금 회수한 르노, 한국 철수설

내년 8월 상표권 만료, 남은 건 굿바이

 

최근 제기되고 있는 한국 철수설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노사갈등 장기화의 책임을 지고 지난 12일 사표를 낸 이기인 전 르노삼성 제조본부장은 직원들에 자필 편지를 보내 철수 가능성을 암시했다. 이 전 본부장은 우리(르노삼성)는 현대·기아차와 같은 국내 본사에 소속된 공장이 아니며 외국계 기업에 소속된 하나의 자회사에 불과하다는 현실을 정확히 이해하고 인정하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르노삼성의 성적표를 보면 철수의 명분은 없다. 르노삼성의 생산량과 내수·수출은 이 기간 동안 꾸준히 성장세를 유지해 왔다. 2012년 대규모 감원 이후 임금을 동결하며 무분규로 임금협상을 타결하는 등 노사의 노력이 일군 성과다.

 

르노삼성에 위기의 먹구름이 드리운 건 2018년으로 노사갈등이 시작된 때와 맞물린다. 2017264천 대이던 생산량은 지난해 216천 대로, 같은 기간 내수·수출은 277천 대에서 228천 대로 급감했다. 자칫 철수가 현실이 되면 그 책임은 모두 노조가 뒤집어쓸 수 있다.

 

업계에서는 르노가 한국에서 챙길 만큼 챙겼다고 보고 있다. 르노는 2000년 삼성으로부터 삼성자동차를 사들일 때 투자했던 6150억원을 2017년 모두 회수했다. 르노삼성은 지난해에도 1553억원을 배당했다. 이 중 지분 80.04%를 가진 르노가 1242억원을 가져갔다. 전년(2017) 대비 순이익이 30% 가까이 감소한 가운데서도 배당성향을 70%로 유지한 결과다. 이외에 르노와 계열사인 닛산에 막대한 자금이 기술사용료 및 부품 구입비 등의 명목으로 지급됐다.

 

한편 르노가 삼성 측과 체결한 상표 사용 계약은 내년 84일 종료된다. 르노는 삼성자동차 인수를 앞둔 200085, 삼성전자 및 삼성물산과 삼성그룹 상표를 20년간 사용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르노와 삼성이 상표권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다면 르노삼성은 과거 한국GM 사례와 같이 삼성을 빼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삼성카드가 르노삼성 지분 19.90%를 갖고 있어 여지는 남아있다. 그러나 오래 전에 완성차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한 삼성이 지분을 유지할지는 의문이다. 만약 르노의 한국 철수가 현실화한다면 삼성과의 상표권 계약 만료가 신호탄이 될 수 있다.

 

문화저널21 성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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