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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소리] 착한 거짓말, 나쁜 거짓말

“나도 안 믿는다, 너희도 믿지 말라”

성상영 기자 | 기사입력 2019/02/11 [13:11]

[job소리] 착한 거짓말, 나쁜 거짓말

“나도 안 믿는다, 너희도 믿지 말라”

성상영 기자 | 입력 : 2019/02/11 [13:11]

 

상반기 채용 앞둔 기업들

기업 35.6% “신입 뽑는다

인사담당자의 거짓말 1위는

면접 후 연락드리겠습니다

 

선의의 거짓말을 믿으십니까. 1997년 외환위기가 한국을 강타했을 때 명퇴 당한 아버지들이 가족들에 걱정을 끼치지 않으려고 했던 거짓말은 다녀올게였습니다. 너무나 일상적인 이 말이 가장 절박하고 처절한 거짓말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습니다. 다녀오겠다던 아버지들은 마치 회사에 출근하는 것처럼 집을 나서고 거리를 배회하다 퇴근이었던 때쯤 돌아왔습니다. 아버지들은 가족을 위해 선의의 거짓말을 했던 것입니다.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거짓말은 나쁘다고 배워왔습니다. 거짓말로 순간을 모면할 수 있더라도 이것이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10년 전 인기를 끌었던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황정음은 순재의 집에 과외선생님으로 들어가며 의도치 않게 자신의 출신 학교가 서울대라고 거짓말합니다. 오현경이 서운대서울대로 잘못 보면서 빚어진 일입니다. 극이 전개되는 내내 황정음은 서운대졸업 사실이 들키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하지만 갈수록 일이 꼬입니다.

 

분명 거짓말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일상에서 꽤 자주 씁니다. 특히 일터에서는 온갖 거짓말이 난무합니다. 상사에게 보고할 때 잘한 일은 한껏 부풀리고, 못한 일은 할 수 있는 한 줄여서 얘기하곤 합니다. 남들에게 과시하기 좋아하는 동료는 별 것 아닌 일도 자랑거리로 포장합니다. 시쳇말로 양념을 친다고 했던가요.

 

거짓말은 입사 전부터 이어집니다. 자기소개서(자소서)자소설이어야 하고, 면접에서는 잘 알지도 못하는 자신의 장·단점을 자소설에 기초해 꾸며내야 합니다. 행여 이력서에 1~2년 공백이 있기라도 하면 그 동안 시간을 절대 낭비하지 않았다고 말해야 합니다. 사실은 그냥 놀았는데도 말입니다. 거짓말을 아무리 잘해도 회사는 나를 뽑아주지 않습니다.

 

설 연휴가 지나자 많은 기업들이 채용을 진행 중이거나 앞두고 있습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기업 646곳을 대상으로 올해 정규직 채용 계획에 대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신입사원을 채용하기로 확정한 기업은 35.6%입니다. 나머지 60% 정도는 채용 계획을 준비 중이거나 채용 여부가 불확실했습니다.

 

 

신입사원을 뽑는 곳이 셋 중 하나에 불과한 상황에서 기업과 구직자가 처음으로 얼굴을 맞대는 면접 자리는 더욱 큰 긴장감으로 숨이 막힙니다. 면접관과 입사지원자는 초면이지만 엄연한 갑을 관계로 만납니다. 질문이 이어지고 또 받아내고, 다시 질문이 반복됩니다.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시간이 끝나고 차가운 면접관의 한 마디가 들립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연락드릴게요.”

 

이 말은 실제 인사담당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거짓말 1위에 올랐습니다. 취업포털 커리어에 따르면 인사담당자의 45.1%가 면접 때 거짓말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는데, 이 중 연락드리겠습니다30.8%(복수응답)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좋은 결과 있으실 겁니다(21.9%) 직원 간 분위기가 정말 좋습니다(21.3%)가 근소하게 2·3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들은 거짓말을 하는 이유에 대해 지원자에 대한 예의를 갖추기 위해서(49.5%)라고 언급했습니다.

 

물론 자신의 거짓말을 입사지원자가 믿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거짓말을 해봤다고 답한 인사담당자 중 무려 91.8%가 지원자가 자신의 거짓말의 절반은 믿고 절반은 믿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반대로 자신들이 거짓말을 하는 만큼이나 입사지원자를 믿지도 않았습니다. 인사담당자들의 65.6%가 면접에서 지원자들이 거짓말을 한다고 이미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들 중 상당수가 문제 될 사안만 아니라면 입사 의지를 보여주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답했습니다.

 

거짓말이 다 나쁜 건 아니지만, 면접 후 연락드리겠습니다가 가장 흔한 거짓말이라니 안타깝습니다. 구직자 입장에서 어차피 떨어지면 연락이 안 온다고 생각하는 게 다반사이긴 하지만, 이력서 한 줄이 아쉬워 며칠 동안 이불킥을 하는 사람의 마음을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합니다. 불합격자에게 한 통의 문자메시지로 위로의 말을 전한 어느 기업의 사례처럼 거짓말에도 배려와 품격이 묻어나면 좋겠습니다.

 

문화저널21 성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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