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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가해 자행해온 ‘공동체’…서지현 “피해자다움 강요말라”

손가락질 하는 당신들도 가해자…“범죄자들이야 말로 범죄자다움 장착하시라”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19/01/29 [17:20]

2차가해 자행해온 ‘공동체’…서지현 “피해자다움 강요말라”

손가락질 하는 당신들도 가해자…“범죄자들이야 말로 범죄자다움 장착하시라”

박영주 기자 | 입력 : 2019/01/29 [17:20]

손가락질 하는 당신들도 가해자…“범죄자들이야 말로 범죄자다움 장착하시라”

폐쇄적 지역사회에서 벌어진 성범죄, 조직적으로 피해자 죽인다

스쿨미투 역시 2차가해 심각…무고에 명예훼손으로 피해자 두번 죽이기

전문가들 “강간은 폭행이 문제가 아닌 비동의가 핵심…시민 동참 필요”

 

“묻고 싶습니다. 성폭력 피해자들은 성폭력 피해로 고통을 받았을까요. 아니면 성범죄를 방치하고 가해자 두둔하며 피해자를 비난해온 공동체로 인해 고통 받으며 죽어갔을까요? 피해자들이 입을 열지 못하도록 한 것은 그들의 두려움이나 나약함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진실은 보지 않고 꽃뱀‧창녀라 부르며 의심하고 손가락질 해온 공동체 때문이었을까요?” 

 

서지현 검사가 자신이 겪은 성폭력 피해사실을 폭로한지 정확히 1년이 지난 2019년 1월29일. 서지현 검사는 국회를 찾아 자신이 1년간 성폭력 피해자로 대한민국에서 살면서 느낀 점을 털어놓았다. 

 

▲ 서지현 검사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서지현 검사 #미투 1년, 지금까지의 변화 그리고 나아가야 할 방향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박영주 기자

 

서 검사가 1년 전인 2018년 1월29일 성폭력 사실을 폭로하려 했을 때, 누군가는 ‘정치하려고 그런다’ 혹은 ‘인간관계나 업무능력에 있어서 평소에 문제가 있었다’라는 음해를 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음모론은 서 검사가 15년간 몸을 담고 일해왔던 검찰 내부에서 상당히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서 검사는 이날 열린 ‘서지현 검사 #미투 1년, 지금까지의 변화 그리고 나아가야 할 방향 좌담회’에서 우리사회가 말하는 ‘피해자다움’에 대해 날을 세웠다. 

 

서 검사는 “이 사회는 지나치게 가해자와 범죄자에겐 관대하고 피해자에겐 괴롭고 우울하고 죽을 듯한 감정을 강요한다”며 “피해자야말로 누구보다 행복해야할 사람들이다. 범죄자들이야 말로 범죄자다움을 장착하시라”고 일침을 놓았다. 

 

그는 성범죄는 특정 개인이 특정 개인에게 가하는 범죄가 아닌, 집단이 한 여성에게 가하는 일종의 ‘홀로코스트(나치가 유대인을 대상으로 자행한 대학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미투는 가해자들을 처벌하라는 당연한 요구다. 정의와 진실을 말하기 위해 모든 것을 불살라야하는 비정상적 시대는 끝나야 한다. 공포와 수치로 피해자들의 입을 틀어막아온 잔인한 공동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거듭 비판했다. 

 

▲ 전라북도 전주의 연극배우 송원씨가 29일 좌담회에서 자신을 포함한 피해자들이 겪은 2차가해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 박영주 기자

 

이 자리에서는 폐쇄적인 지역사회에서 이뤄지는 성범죄에 대한 폭로도 있었다. 전주의 연극배우 송원씨는 “문화예술 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이 성폭력에 대해 관심을 가졌지만, 제가 사는 지역에서는 무섭다 할 정도로 조용했다. 한다리 건너면 다 안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피해자에게 엄청난 압박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송씨는 “지역은 가해자들과 학연지연으로 얽힌 두터운 이해관계와 폐쇄성으로 인해 (성폭력이) 구조적으로 잘못됐음을 알면서도 연대하기 어렵다. 실제로 저희 지역에서는 가해자가 명예훼손과 무고죄를 들먹이며 피해자를 압박하는 심각한 2차가해도 있었다”며 “지역에도 여성이 폭력에 대항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단체가 생겨야 한다. 여당에서도 꾸준한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온 ‘스쿨미투’와 관련해서도 집회를 기획한 양지혜 씨가 발언을 이어갔다. 

 

양씨는 “2018년 10월 기준으로 80건 가까운 고발이 나왔다. 학교에서 자행된 성폭력은 단순히 한 교사가 한 학생에게 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재학생들이 수십년간 경험해온 사건이다. 성폭력은 교권이라는 이름하에 자행됐으며, 대부분의 고발자가 여학생이고 가해자가 남자교사인 점을 보면 학교에서 젠더권력을 비롯한 사회적 권력이 얼마나 막강한지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쿨미투 고발자가 마주한 것은 2차가해와 미온적 대응이었다. 사과를 받는 과정에서 무력감을 느끼고 고발자체를 포기하는 일도 많았다”며 어린 나이의 학생들이 고통을 겪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스쿨미투는 학교에서 용인되고 있는 수많은 ‘성차별’로 인해 기인한다고 진단했다. 양씨는 “교과과정에는 심각한 성차별 요소가 직접적으로 담겨 있었으며 교육 과정에서 여성과 남성을 분리해 가르치는 성별분리적 접근이 발생했다”며 “체계적인 성폭력 해결 매뉴얼을 통해 학생들에게 신뢰를 줘야 하고 성차별적 교육을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당부했다. 

 

▲ 서강대학교 법학대학원 이호중 교수(오른쪽)가 29일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박영주 기자

 

이날 서강대학교 법학대학원 이호중 교수는 국회에서 단순히 성범죄 형량을 높이는 법안을 발의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지적하며 “형량을 강화했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점은 해결하지 못한다. 상당히 위험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성폭력의 가장 근본적인 인권 침해 지점은 무엇인가를 돌아봐야 한다. 성폭력은 폭행이나 협박이나 위력 같은 상대방을 강압적으로 제압하는 수단이 행사됐냐가 핵심이 아니라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동의 없이 이뤄지는 성적 언행 일체를 말한다”며 “처벌을 위해서는 성차별적인 ‘젠더권력’을 타파하는 문제로 접근해야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럽과 미국에서는 비동의 간음죄를 성폭력의 가장 기본적인 성폭력 구성요건으로 놓고 있으며, 성에 가해지는 폭력을 포함해 동의 없이 만들어지는 왜곡된 성 모두를 폭력이라 본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피해자들은 자신이 배운대로 경찰에 고소를 했고 법대로 진행될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고 말하며 괜히 고소했다고까지 말한다”며 “수많은 피해자다움을 요구받고 심지어는 가족들에게까지 이를 요구받는다. 가해자들은 명예훼손과 무고죄로 역고소를 하고, 아주 조직적으로 피해자가 합의를 거부하면 기부금 명칭으로 여성보호 NGO단체에 기부금을 전달해 감경을 받아낸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피해자를 위한 법이 잘 만들어져있다는 것은 착시현상처럼 보인다. 아직도 강간 요건은 폭행과 폭력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제는 동의에 집중해야 한다. 미투 운동이 가져온 것은 강간죄의 의미를 새롭게 쓴 것으로, 변화를 위해서는 시민들의 힘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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