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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勞란 신호등] 19년만의 파업 뒤엔 ‘애물단지’ 베이비부머

KB국민은행 파업, 비난만 있고 관용은 없는 비틀린 시선

성상영 기자 | 기사입력 2019/01/09 [18:09]

[勞란 신호등] 19년만의 파업 뒤엔 ‘애물단지’ 베이비부머

KB국민은행 파업, 비난만 있고 관용은 없는 비틀린 시선

성상영 기자 | 입력 : 2019/01/09 [18:09]

 

논란의 페이밴드·임금피크제

생산성과 정년보장의 줄타기

비빌 언덕 없는 비운의 50

‘월급쟁이’의 미래이자 현재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이하 노조)가 지난 8일 하루 파업을 했습니다. 2000년 국민은행-주택은행 합병 반대 파업 이후 19년 만의 파업입니다.

 

파업대회가 열린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는 노조 측 추산 9천명, 회사 측 추산 5500명의 조합원이 모여 페이밴드 폐지와 임금피크제 개선을 요구했습니다. 박홍배 노조 위원장은 “10월부터 이어진 10차례가 넘는 교섭과 중앙노동위원회의 15일간 조정이 있었지만 사측은 변함없이 본인들의 입장만 강요하고 있다고 성토했습니다. 노조는 교섭 경과에 따라 3월말까지 네 차례 추가로 파업을 예고했습니다.

 

▲ 전국에서 모인 KB국민은행 노조 조합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 모여 파업결의를 다지는 모습.     © 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본론에 앞서 노조의 파업을 보도한 언론의 논조를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신문의 지면은 노조의 파업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채워졌습니다. 5500명이 파업으로 빠졌지만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면서 큰 혼란이 없었다, 자동화기기(ATM) 사용에 익숙지 않은 고령자가 파업의 희생양이 됐다, ‘리딩뱅크의 지위를 어렵게 되찾았지만 고객의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 등이었습니다. ‘조선일보의 경우 사설에서 연봉 1억 받는 황금 철밥통들이 고객을 볼모로 파업을 했다고 썼습니다. 귀족노조, 철밥통은 황금 철밥통으로 진화했습니다. 갈등이 일어난 원인을 조명해 이를 해소하는 대신 또 하나의 갈등을 조장하는 태도입니다. 비난만 있고 분석은 없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노조가 파업에 나선 이유는 페이밴드·임금피크제 때문입니다. 특히 페이밴드는 은행권 직원이 아니면 쉽게 접하기 어려운 개념입니다. 노조는 2014년 입사자부터 적용되는 페이밴드를 폐지하라는 입장이고, 회사는 반대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확대하자고 주장했습니다. 임금피크제의 경우 노조는 금융노조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의 산별교섭에서 합의한 임금피크제 시점 1년 연장안을 KB국민은행에 동일하게 적용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반면 회사는 산별협약을 준수하되 부장급은 1, 팀장급 이하 직원은 6개월로 각각 다르게 연장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페이밴드는 연차가 높아져도 일정 기간 승진하지 못하면 임금인상을 제한하는 제도입니다. KB국민은행을 비롯한 많은 기업이 임금체계로 현재 호봉제(또는 연공급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근속년수가 늘어나면 호봉이 올라가고, 자동으로 급여도 늘어납니다. 페이밴드가 도입되면 만년 대리, 만년 과장은 아무리 오랜 기간 직장에 몸담아도 입사동기들보다 급여가 적어집니다. 페이밴드는 성과가 낮은 직원을 독려(?)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게 회사의 설명입니다.

 

임금피크제는 일정 연령에 도달한 노동자의 임금을 깎는 대신 정년을 연장하거나 보장해주는 제도입니다. 노동자 생애 전반에 걸쳐 임금의 정점(peak)을 두고 정년에 다다를 때까지 차츰 급여를 일정 비율로 감액하는 구조입니다. 가령 정년이 60세인 기업에서 57세부터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는다면, 이 노동자는 56세에 가장 높은 임금을 받은 후 57세에 70%, 58세에 50%, 59세에 30%를 받고 60세에 정년퇴직하게 됩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부점장은 만55세가 되는 달의 다음달, 팀원은 만55세가 되는 다음해 첫날에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페이밴드와 임금피크제 모두 생산성과 연관이 깊습니다. 우리 경제가 고도성장을 거듭하던 시기에는 생산성보다는 이 중요했습니다. 그러나 성장이 정체되고 기업들이 생산성을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임금체계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널리 퍼졌습니다. 직원들이 낸 성과 따라 월급을 주는 게 합리적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임금피크제는 정년이 가까울수록 생산성에 비해 받는 임금이 많아진다는 논리에 따라 호봉제를 보완할 수단으로 주목받았습니다.

 

▲ 서울시 송파구에 위치한 잠실학생체육관에 KB국민은행 노조가 투쟁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 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이들 두 제도에 대한 반응은 연차가 낮은 직원보다는 높은 직원이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연령으로 보면 50대가 그렇습니다. 1960년대에 태어난 이들은 이른바 베이비부머라고도 불립니다.

 

비단 KB국민은행이 아닌 일반적인 사무실의 풍경을 떠올리면 50대의 지위는 위태로운 게 사실입니다. 젊은 후배 직원들은 자신들보다 더 적게 일하면서 월급은 많이 받아가는 월급루팡으로 바라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혈기왕성한 30·40대보다 생산성이 낮으면서 비용(임금)은 많이 드는 애물단지입니다. 잘 나가는 동기들은 임원으로 승진하고, 또 많은 수는 명퇴를 맞습니다. 집으로 돌아와도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당장 대학에 다니는 자녀들 밑으로 들어가는 돈은 한 해에 1000만원을 넘깁니다. 노후 준비도 해야 하는데 직장을 나가면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많은 50대 직장인들이 직장 안에서는 눈치가 보이고 지출은 어느 때보다 많아지는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은행이라고 분위기가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생산성이 중요하지만 50대의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KB국민은행 노조가 파업을 한 그날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고용동향은 50대가 새로운 취약계층으로 떠올랐음을 보여줍니다. 지난해 20대의 실업률은 2017년보다 하락했지만 50대는 상승했습니다.

 

다시 파업 관련 보도 이야기로 돌아가서 기사에 댓글을 살펴봤습니다. 파업을 다룬 기사에는 불필요한 인건비 줄여서 고객에게 페이백 시행하자”(gnsl****), “귀족노조의 배부른 파업은 절대로 내버려 두어선 안 된다”(sago****)와 같은 내용이 압도적이었습니다. 반면 페이밴드라는 용어만을 설명한 한국경제의 기사에서는 지금 계속 승진 고꾸라지는데 매년 물가 상승하듯 그래도 연봉은 조금씩 올라야 하지 않을까”(ange****), “은행의 승진 요건은 라인입니다. 승진의 형평성부터 다지고 페이밴드를 논하시지요, 은행님”(sofa****)와 같은 댓글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파업 기사와 페이밴드 기사에 대한 반응이 서로 다릅니다.

 

이러한 대비가 갖는 의미는 파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제거하면 자신들과 같은 월급쟁이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베이비부머 이야기는 봉급생활자들의 현재고 또 미래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가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지만 직장인들에게는 돈 문제가 중요합니다.

 

문화저널21 성상영 기자

 

한국은 갈등에 점령당한 사회입니다그중에서도 노사갈등은 그 뿌리가 깊고도 단단합니다한 해 100건이 넘는 노사분규가 발생합니다. ‘()란 신호등은 한 주 동안의 노사갈등을 찾아 새로운 시각으로 들여다보려는 시도입니다. ‘란 신호등은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곧 우리 사회의 모습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합니다또 흔히 잘 안 풀리는 일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하듯 노사갈등은 그 자체로 우리 사회의 노란 신호등이라는 걱정도 담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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