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자유한국당은 무슨 낯으로 KTX 사고 운운하나

성상영 기자 | 기사입력 2018/12/12 [13:27]

[기자수첩] 자유한국당은 무슨 낯으로 KTX 사고 운운하나

성상영 기자 | 입력 : 2018/12/12 [13:27]

 잇따른 철도 사고로 오영식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이 사퇴했다. 지난달 20일 경부고속선 오송역 부근에서 KTX의 집전장치와 전차선의 부품이 부딪히면서 전기가 끊겼다. 이달 8일에는 강릉선 강릉역 부근에서 KTX-산천 열차가 선로전환기 이상으로 탈선했다. 11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긴급 현안질의를 열었으나 오영식 사장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오 사장의 사퇴는 자유한국당(자한당)이 지속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자한당을 비롯해 보수 성향 매체는 오영식 사장이 철도 비전문가이면서 캠코더’(문재인 대선 캠프, 코드인사, 더불어민주당)인 점을 들먹이며 노조의 민원이나 들어주느라 안전을 챙기지 않았다는 식으로 몰아갔다. 물론 그는 강릉선 복구 작업이 완료되고 처음 운행한 10일 첫 차에서 사퇴를 고민했다고 한 언론을 통해 밝혔다.

 

자한당과 보수매체의 낙하산·비전문가·()노조 비판은 대부분 틀린 말이다. 그가 자신의 정치 행보의 일환으로 코레일 사장을 생각했을 거라는 합리적 추론은 가능하지만, 그것이 최근 계속된 철도 사고의 원인이라고 볼 수는 없다. 우리나라의 철도는 사장 한 명 때문에 근간이 흔들릴 정도로 형편없지 않다.

 

철도는 네트워크 산업이다. 간선과 지선이 만나고 또 갈라지면서 선로와 신호, 열차, 역 등 구성요소가 유기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철도는 하나의 거대한 망으로 움직인다. 시스템화돼있다. 1997년 외환위기가 김영삼 전 대통령 한 사람만의 책임이 아니듯 철도 사고 역시 오영식 사장에게만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건 가혹하다.

 

사고는 한 박자 늦게 일어난다. 과거에 있었던 일이 현재에 문제를 일으킨다. 2005년 철도청과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이 시설부문(한국철도시설공단)과 운영부문(코레일)으로 나뉘어 출범했을 때 철도 시스템은 망가지기 시작했다. 철도공단은 코레일에게 선로사용료를 받아 부채를 갚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두 기관의 사이는 틀어졌고, 시설과 운영의 유기적 관계는 깨졌다.

 

2009년 제4대 코레일 사장으로 취임한 허준영 전 경찰청장은 시스템의 붕괴를 가속화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를 충실히 따라 코레일의 정원을 5115명이나 감축했다. 그만큼의 업무가 외주로 전환됐다. 20073392km이던 철도 총 연장은 20163918km 16% 길어졌지만, 같은 기간 코레일의 정규직 인원은 31700명에서 26900명으로 15% 줄었다. 이후 최연혜·홍순만 사장을 거치면서 철도차량 점검 주기가 늘어났고 외주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자한당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최근 철도 사고의 8할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유산이다. 이들 정부의 충복(忠僕)을 자처하며 철도를 망가뜨린 허준영과 최연혜 전직 두 코레일 사장이 정치에 입성하기 위해 문을 두드린 곳이 어디였나. 그런 자한당이 지금 와서 낙하산 사장이 문제라며 목에 핏대를 세우고 있다. 침을 뱉을 곳이 없어서 제 얼굴에다 뱉는단 말인가.

 

문화저널21 성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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