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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의 눈물 ②] 분노한 승객, 안절부절 승무원, 손놓은 코레일

멈춰버린 열차, 상황 모른 채 발만 동동… ‘자회사 위탁’의 그늘

성상영 기자 | 기사입력 2018/12/07 [10:58]

[철도의 눈물 ②] 분노한 승객, 안절부절 승무원, 손놓은 코레일

멈춰버린 열차, 상황 모른 채 발만 동동… ‘자회사 위탁’의 그늘

성상영 기자 | 입력 : 2018/12/07 [10:58]

전기 끊긴 채 3시간 방치 공포

KTX 승무원에 상황 공유 안 돼

답답한 승객들, 승무원에 화풀이

서비스맡은 자회사 소속일 뿐

코레일 간접고용 목숨 건 도박

 

# 20181120일 오후 5시 무렵 진주발 서울행 KTX 414열차 안. 대전역을 출발해 서울 방향으로 달리던 열차가 갑자기 소리를 내더니 불이 꺼지고 멈춰 섰다. 객실은 웅성거렸고, 승객들은 승무원을 찾기 시작했다. 싸늘한 철로 위에 388m짜리 열차는 4시간 36분 동안 서 있었다. 무슨 일인가 물어봐도 확인 중에 있으니 기다려 달라고만 한다. 어디서 들어본 말이다. “기다려 달라, 가만히 있으라.”

 

오송역 KTX 단전 사고 당시 열차 안에서는 난동에 가까운 소동이 벌어졌다. 코레일의 무성의한 대응에 화가 난 승객들이 승무원에게 강하게 항의하면서다. KTX 승무원에 따르면, 2호차 특실 승객 일부가 승무원을 구석으로 몰아넣고 무전기를 빼앗으려 했다. 전기가 끊겨 객실 공조장치가 작동을 멈추면서 답답함을 호소하던 한 승객이 급기야 유리창을 탈출용 망치로 깨뜨리는 일도 있었다. 열차 안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 오송역 KTX 단전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전차선과 팬터그래프. 전차선은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열차에 전력을 공급해 주는 전선이다. 팬터그래프는 전차선과 닿아 전원장치에 전력을 전달해 준다. 사고 당시 전차선의 수평을 맞춰주는 조가선이라는 부품이 떨어져 팬터그래프와 부딪히면서 전력 공급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 성상영 기자

 

승무원들 역시 답답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KTX 201편성에는 기장을 제외하고 열차팀장 1명과 승무원 2명이 탑승한다. 인근 역과 상황을 공유할 수 있는 광역무전기는 열차팀장에게만 지급된다. 승무원이 가진 무전기로는 전파가 닿는 거리가 짧아 열차팀장과의 소통만 가능하다. 승무원들은 왜 열차가 멈췄는지, 어떻게 조치가 이루어지는지 전혀 듣지 못한 상황에서 승객들에게 기다리라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알 리 없는 승객들은 눈앞에 있는 승무원에게 분풀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 다급한 때에 승객이 승무원부터 찾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승객들이 일반적으로 열차 안에서 마주치는 승무원의 주 업무는 안전에 관한 것이 아니다. KTX 승무원들의 업무는 고객 영접 인사와 차내 안내방송, 검표, 특실 물품 제공 등 서비스 업무가 전부다. 오송역 사고 이후 이들에 대한 안전교육이 따로 이루어지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기도 했다. 사고가 났을 때 승무원들을 찾아봐야 소용이 없다는 얘기다. 결국 열차팀장 1명이 1000명 가까운 승객의 목숨을 책임지는 꼴이다.

 

단초는 코레일의 승무서비스 위탁이다. 열차팀장은 코레일 소속 정규직인데, 승무원은 자회사인 코레일관광개발 소속이다. 안전(열차팀장)과 서비스(승무원)를 구분해 놓고 후자를 자회사에 떼어 준 것이다. 이를 도급이라고 하는데, 코레일 정규직 열차팀장이 코레일관광개발 승무원에게 업무를 지시하면 위장도급’, 불법파견이 된다. 현행법 상 철도는 인력회사로부터 노동자를 파견할 수 없는 업종이다. 불법파견을 피하기 위해 굳이 안전과 서비스를 쪼개놓은 것이다. 코레일은 비용 절감을 이유로 2004KTX 개통 이후 14년 동안 이러한 체계를 유지해 왔다.

 

▲ 서울역 승강장에 출발 대기 중인 KTX.     ©성상영 기자

 

비용 아끼려고 승무서비스 위탁

승무에서 안전떼놓을 수 없어

철도안전법령에 안전의무명시

코레일, 직접고용 권고에도 침묵

 

코레일의 이 같은 입장은 최근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코레일이 지난해 작성한 철도공사 용역근로자 정규직 전환 추진 방향문건에는 KTX 승무를 열차안내’(553)로 표기돼 있다. 코레일의 사고 처리 관련 내규인 영업사고처리세칙에도 열차승무원의 범위에 열차팀장(KTX)과 여객전무(무궁화호, ITX-새마을 등 일반열차), 전철차장(광역전동열차)만을 명시하고 있다. 만약 코레일이 KTX 승무를 코레일관광개발에 위탁하지 않고 직접 운영했다면 사규 역시 달라졌을 것이다.

 

대법원은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를 제공했다. 2006년 해고된 KTX 승무원 33명이 제기한 근로자지위 확인소송에서 1·2심은 KTX 승무원들이 안전 업무를 수행한다는 점을 인정해 코레일의 KTX 승무 위탁은 위장도급이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52“KTX 승무원의 안전 업무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정된다는 논리로 하급심 판결을 뒤집어버리며 안전·서비스의 분리를 용인했다. 대법원의 이 판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박근혜 청와대에 상고법원 설치를 청탁하는 차원에서 내려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 코레일관광개발 소속 KTX 승무원이 지난 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코레일이 직접고용해야 안전합니다”라고 적힌 배지를 작용하고 있다.     ©성상영 기자

 

이 판결이 있고 나서 5개월 뒤인 20157월 철도안전법이 개정됐다. “철도사고 등이 발생하는 경우 해당 철도차량의 운전업무종사자와 여객승무원은 현장을 이탈하여서는 안 되며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여기서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조치란 여객 대피, 철도차량 비상문 개방, 응급환자 처치 및 이송 지원 등이다. 이 법에 따르면 여객승무원여객에게 승무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다. 철도안전법은 코레일 정규직 열차팀장도, 코레일관광개발 소속 승무원도 모두 여객승무원으로 본다. 법령 어디에도 KTX 승무원의 업무 범위와 의무를 별도로 규정해 놓고 있지 않다.

 

KTX 승무원을 코레일이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지적은 이미 두 달 전에 제기됐다. 코레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한 노사 및 전문가 협의기구의 전문위원들은 지난 928일 코레일관광개발 소속 승무원 553명을 코레일이 직접 고용하라고 권고했다. 553명은 지난해 코레일이 자체적으로 작성했던 자료의 열차안내에 해당하는 승무원들이다. KTX 승무원들도 승객의 생명·안전과 밀접한 업무를 한다고 본 것이다. 코레일은 전문가 권고를 받고도 차일피일 이행을 미루다가 결국 ‘KTX 5시간 지연, 5만 명 피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맞이했다.

 

문화저널21 성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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